네이버웹툰 지상최대 공모전 깊게 보기
: 공모 요강의 내용과 변화 추이, 현황을 살피고 주안점을 도출해 봅시다
웹툰 작가는 일반적으로 하기 3가지 방법으로 데뷔한다. 웹툰 플랫폼 게시판에 꾸준히 작업물을 올려 플랫폼의 제안을 기다리거나, 특정 플랫폼에 원고를 직접 혹은 CP사를 통해 투고하거나,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것이다. 이 중 빠르고 확실한, 동시에 작업량 대비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데뷔 방법이란 플랫폼이 주최하는 공모전 수상일 것이다. 정해진 분량을 통해서 특정 기간 내에 심사 결과 확인이 가능하며, 수상 시 해당 플랫폼과 계약이 담보되고 고료와 수상금을 동시에 거머쥘 방법이기 때문이다.
2024 지상최대공모전 포스터 (이미지 제공 : 네이버웹툰)
5월, 지상최대 '공모전'의 달
5월이다. 웹툰 작가로의 발돋움을 꿈꾸는 지망생이나, 후속 연재를 도모하는 기성 작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네이버웹툰의 <지상최대 공모전>의 시기이다. 지상최대 공모전은 네이버웹툰, 네이버 시리즈, 네이버웹소설, 문피아가 주관하며 2019년에 시작하여 2024년 현재까지 매년 개최 중인 대규모 공모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3년 만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 행태별(웹툰, 출판만화) 이용 경험에서 이용자 67.4%가 웹툰을 보고, 그중 84%가 네이버웹툰을 활용한다. 웹툰 플랫폼으로써 네이버웹툰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지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네이버웹툰 정식 연재 지면 및 매니지먼트의 기회 제공과 더불어 상금 수상의 특권을 얻는 장이기에 ‘등용문’이라는 수식은 과언이 아닌 걸로 보인다. 이에 본 지면을 통해 ‘지상최대 공모전’ 공모 요강의 내용과 변화 추이, 현황을 살피고 주안점을 도출하며 지상최대 공모전의 열기에 동참하고자 한다.
2019~2022년: 시류와 전망
먼저 해당 공모전의 수상 작품 수와 상금 규모의 변화에 따라 업계 전반의 흐름을 한 차례 짚어 본다. 2019년 첫 지상최대 공모전은 27작품에 대하여 총 6억 6천만 원의 수상금을 지급하였다. 당시 수상작이었던 <닭강정>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고, <숲속의 담>은 2022 오늘의 우리만화상, 2023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분 문화체육장관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하기 이미지와 같이 2020년, 2021년은 수상작의 수를 대폭 늘려 각각 60작품에 대하여 총 6억 8천만 원의 수상금을 수여했던 시기이다. 이는 웹툰 산업 호황기의 가장 큰 요인이라 거론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 따른 저변 확대의 움직임이라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1~3기에서 1~2기로 공모 회차는 축소되었으나, 장려상 수상작이 무려 40작품에 달하는 데에서 당시 업계의 활력을 엿보인다. (2020년 수상작이었던 <거래>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위아더좀비>는 2022 제19회 부천만화대상 신인만화상, 2022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똑 닮은 딸>은 2023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상을 수상하였다. 2021년 대상 수상작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와 <종말에서 살아남기>, <황제사냥>과 <버그이터>였다.)
2021년, 2022년 수상작 수 및 수상금 변화
2022년 대상은 <블랙 프라이데이>, <미워할 거야>, <소마소응>, <보이드맨>이 차지했다. 2022년의 두드러지는 변화는 다시 줄어든 수상작의 수와 수상금이다. 1~2기 통틀어 총 40작품에 그쳤으며, 수상금은 총 5억 8천만 원으로 축소되었다. 작품 제출의 기준도 달라졌다. 기존까지는 플랫폼 연재 경력 유무에 따라 02, 03화는 콘티로 제출해도 무방했으나, 기준을 완화하여 지망생들에게까지 콘티 제출을 허용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를 통해 상대적으로 노련한 기성 작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망생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역량 이상의 결과물을 상상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낙관을 동시 품게 된다.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맞붙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지망생, 기성 작가들이 각자의 계산으로 01화의 완성도 확충에 힘쓰면서 02, 03화의 결과물은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었을 테다. 과연 해당 연도 공모 요강의 변화가 득이 되었을지 독이 되었을지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비화로 남았겠지만, 지망생과 기성 작가 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3~2024년: 시스템과 미래
2023년에 이르러 공모전의 시스템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긴다. 먼저 제출 방식의 변화다. 이메일을 통해서 지원서 및 작품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도전만화의 크리에이터스(CREATOR’S)에 01화를 업로드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베도 승격의 형태로 1차 수상작을 점한 다음 추가로 02, 03화를 업로드하여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모전이 진행된다. 2023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크리에이터스는 도전만화와 베스트 도전만화 창작 작가 전용 포털로 조회수와 관심등록수 등 작품 통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독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알 수 있게 됨에 따라 작품 타깃을 구체화하면서 정량 지표를 활용한 작업 활동이 가능하게 하였다. 추후 후원 시스템까지 연동시킬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웹툰의 연재 지면 외에도 플랫폼 내에서 수익 창출 기능을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도전만화의 '크리에이터스(CREATOR'S)'/ 도전만화의 '작가 홈' (이미지 제공 : 네이버웹툰)
같은 해 9월에 이르러 ‘작가 홈’이라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글과 이미지를 올리고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의 기능이 추가됐다. 도전만화든 베스트 도전만화든 작가의 모든 작품, 연재 중인 작품의 신규 회차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댓글 등을 통해 작가와 독자 간 1:1 소통도 가능한 환경이 구축됨에 따라 사실상 연재 공간에서 작품뿐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제출 기준도 달라졌다. 지망생과 기성 작가의 구분 없이 모두 완성고 형태로 출품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콘티 등 미완성 원고를 업로드하는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안내도 있다. 그간 편집부 내부 심사를 통해 창의성과 대중성, 완성도로 수상작을 선정했다면, 2023년부터는 “독자 반응: 조회수, 관심독자수, 좋아요수, 별점 등의 성과 지표 및 정성적 반응”이 심사 기준에 추가되었다. 앞서 언급한 크리에이터스, 작가 홈의 활용 여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2023년 공모 요강 : 바뀐 심사 기준 (이미지 제공 : 네이버웹툰)
더 축소된 수상작의 수, 수상금 역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전년도 총 40작품, 총 5억 8천만 원의 수상금(기수 당 2억 9천만 원)을 지급했다면, 2023년에는 총 22작품, 총 2억 6천만 원(기수 당 1억 3천만 원)으로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걸로 확인된다. 2022년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플랫폼 내 수용 가능한 작품의 수에 따라 제한을 두고, 지망생과 기성 작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장르의 편향성을 재고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016년부터 <나 혼자만 레벨업>, <김 비서가 왜 그럴까>를 필두로 시작된 노블코믹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선행 에피소드 소액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웹툰 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다수의 작화 인력을 고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분업화 시스템(스튜디오 시스템)이 생겼다. 이후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이러한 변화가 작화의 질 상향 평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특색 없는 양산형의 범람이라는 질타가 흘러나왔다.
본 공모전은 상기 서술한 작품들과 같이 개성적이며 독특한 재미를 전하는 작품들을 배출해 낸 바 있다. “콘텐츠 시장 저변 확대와 우수 작가 및 작품”을 찾거나 “웹콘텐츠라는 창작물의 소비 형태에 맞춰 다양성을 한층 넓히고, 개성 강하면서 대중적인 작품을 발굴한다”는 게 본 공모전의 방침이기도 하다. 현재에 이르러 독자들의 반응을 심사 기준에 포함하는 건 “콘텐츠 산업 발전 및 콘텐츠 창작 생태계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한 플랫폼의 대응책으로 보인다. (2023년 대상은 <망겜으로 기사회생>, <주희의 주위>가 수상했다.)
2024년 공모 요강 : 2차 접수 기간 (이미지 제공 : 네이버웹툰)
금번 2024년의 공모 요강을 살핀다면 심사의 기준, 플랫폼의 방향성이 더 뚜렷해졌음을 알 수 있다. 2023년과 같이 도전만화의 크리에이터스에 01화를 업로드하고, 1차 선정작에 한해 02, 03화를 업로드하는 형태는 동일하다. 그러나 수상작의 수는 26작품으로 늘었는 데 반해, 수상금은 총 1억 8천 만원으로 축소됐다. 더불어 2023년 공모 시에는 주어진 기간 내 자유롭게 후속 회차를 업로드하는 게 허용되었지만, 금년 공모 시에는 업로드 기간을 각각 지정하였다.
기존의 경우, 심사를 모두 마친 뒤 수상 작가 인터뷰 단계에서 작가의 경력사항 및 작품 시놉시스 확인을 진행하면서 정식 연재 의사 타진 몇 연재 가능 여부 점검 후 수상을 결정했으나, 금년에는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된 작품(1차 심사 통과 작품)을 대상으로 회차 계획 및 간략한 시놉시스 확인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수상작의 연재 지면을 담보하는 만큼, 작가의 성실성과 꾸준함을 면밀히 체크하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공모전용 원고’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지상최대 공모전의 흐름을 살펴보면 매년 다른 시장 분위기와 선호 작품군 간 편차로 인해 현시점에 참고할 수 있는바가 적다. 혼란과 격동의 시장 속에서 수상작의 나열, 장르 구분과 성향 파악 등은 각주구검(刻舟求劍)에 해당하지 않을까. 웹툰의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기에 선호 장르, 대중들의 경향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렇기에 근래 특정 장르 관련 투고작만 취합하면서 조금 더 간단한 방식으로 연재할 웹툰을 찾는 ‘연재직행열차’ 공모전, 독자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여 정식 연재작을 결정한다는 취지의 ‘독자 PICK(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선호 장르에 대한 파악, 플랫폼의 작품 선정 기준 및 선정작 등을 확인하는 것이 트렌트 반영에 있어 더 소구점이 있을 걸로 짐작된다. (물론 이 또한 절대 지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2019~2024년 지상최대 공모전 배너 이미지 (이미지 제공 : 네이버웹툰)
작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복합장르의 수가 급증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창 회자되었던 ‘회, 빙, 환(회귀, 빙의, 환생)’도 어느 요소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결국 작품 제작의 방향성은 이미 있는 복합장르의 작품보다 더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아직 플랫폼에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복합장르의 포문을 여는 것으로 좁혀진다. 우리는 지나치게 낯설어 어색하게 느껴지는 작품보다도 익숙하면서도 일정 부분 참신한 면이 있는 데서 더 쉽게 반응한다.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Newtro)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직결되는 게 아닌, 존재하는 것들을 새로이 바라보는 관점과 달리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로 귀결된 사례이다. 심사의 기준이 되는 완성도와 대중성을 익숙함으로, 창의성을 참신함으로 분류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해가 지남에 따라 두드러지는 건 지속가능성이다. 금년 공모전의 연재 일자 지정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매주 정해진 분량의 원고를 업로드하며 연재를 이어나갈 작가를 찾는 사업자(플랫폼)의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은 무척 큰 변수이자 도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23년 공모 요강 FAQ에 따르면 수상작의 연재는 결과 발표 후 6개월 이내 오픈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4년 5월 현재, 2023년 수상작 총 22작품 중 4작품만이 연재 중이다.(수상작 외 다른 작품으로 연재를 시작한 경우도 포함한다.)
결국 ‘공모전용 원고’는 반려 대상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웹툰 연재란 01~03화로 끝나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작품의 기획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대 01~03화란 작품의 추후 방향성을 안내함과 동시에,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보여주고,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단계이다. 따라서 초반 도입부의 역할은 명확하다. 01~03화의 원고를 통해 전체를 상상하도록 하는, 자려고 누웠을 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만 떠오르게끔 하는 ‘연재용 원고’여야 하는 것이다.
지상최대 공모전에 도전하는, 그리고 지상최대 공모전을 통해 뵙게 될 모든 작가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