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고산(高山)은 물 속에 손을 담갔다.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움이 그의 골수까지 짜릿하게 만들었다.
고산의 시선은 먼 남쪽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녘산하의 풍경이 아니었다.
의형들과 사부,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차례로 겹쳐졌다가 미소를 보내고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고산은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물 묻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러 눈물자국을 지웠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본문 중에서)
형제들의 죽음 앞에서도 피가 두려워 숨어있었던 겁쟁이 고산.
그가 이제 검을 들고 일어섰다.
그의 앞을 기다리는 것은 그토록 두려워하던 피의 길(血路)!
그러나 이제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그는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형제를 위해서, 사부를 위해서, 그리고 죽어간 그의 연인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