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만화 수련생활때부터 언젠가는 내손으로 삼국지를 만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미성숙했을 때라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언젠가는..." 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되뇌이면서 능력부족을 한탄하며 세월만 죽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우영 선생님이 삼국지를 펴내셨고 그때 난 뭔가 크나큰 꿈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는 허망함을 경험했다. 그로부터 25~6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동안 꽤나 많은 외국의 만화 삼국지가 들어왔다. 그것이 나의 오기를 발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으로서 이들보다 훨씬 나은 만화 삼국지, 제대로 된 만화 삼국지를 만들어 보리라는 의욕이 생겨났다. 그리고 고우영 선생님께서 만드신 삼국지가 이미 20여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으니 이젠 어느 누가 해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작품이지만 시종일관 오기와 두려움이 서로 뒤섞여 나를 압박해 왔다.
그림이 요즘 독자들의 취향에 벗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삼국지 다운 그림은 역시 고전적인 맛을 풍겨야 제맛이 난다는 고집을 내세우며 3년동안 원고 제작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나와 의기투합해 만화가 생활 전부를 삼국지 제작에 정열을 불태워 주신 홍금보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독자 여러분께서 어떤 반응으로 보아 주실지 두려운 마음으로 책을 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