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1961년 마산에서 태어난 카툰작가 지현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2~3개월 만에 학교를 중퇴한 작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2×3m의 좁은 방안에서 바위처럼 살고 있다. 집안에서만 지낼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동생이 빌려오는 만화책을 보며 한글을 깨우쳤고 만화와 TV, 그리고 헌책을 통해 세상을 알았다. 그리고 고(故) 고우영화백 등의 만화를 베껴 그리며 그림을 독학했다.
그렇게 그림 실력을 키운 작가는 1991년 주간만화 ‘나도 작가’에 카툰을 응모하며 자신의 만화를 선보였고, 같은 해에 열린 제3회 『주간만화』 신인만화공모전 카툰부문에 가작으로 선정되어 만화계에 데뷔하게 된다. 1994년에는 『주간만화』에 ‘지현곤의 잠깐만요!’라는 꼭지로 카툰을 연재하기도 했다. 1993년부터 각종 만화공모전에서 입선하였던 작가는 1994년 대전국제만화영상전에서 대상, 같은 해와 다음해인 1995년에는 국제서울만화전에서 금상과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도 그의 수상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대전국제만화대상전에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즉 제3회 대회에서부터 제15회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작품을 출품하여 대상, 은상, 동상, 입선, 우수작가상, 특별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하였다.
오른팔로 몸을 일으켜 세워 지지하고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한 달에 A3 크기의 작품 2점 정도를 그렸다. 1~2시간 정도 그리다 쓰러져 쉬어야했기에 하루에 길면 5~6시간, 짧으면 3시간 정도 작업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붓이나 펜으로 간결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펜선으로 세밀하게 그림을 채워나가는 방식이라 작가에게 작업은 고되다. 1990년대 초에는 사인펜으로 점을 수없이 찍는 점묘법으로 카툰의 필선과 채색을 완성하였다면 90년대 후반에는 수성사인펜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드로잉잉크를 사용했다. 드로잉 잉크 또한 쉽게 말라 점묘법을 표현할 수 없게 되자 펜촉의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2002년경에 비로소 펜선으로 가늘게 가득 채우는 작가의 카툰기법이 정착되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이 있다. 총에 핀 초록의 잎들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피노키오 무덤에서 자란 나뭇잎을 통해 ‘계속되는 거짓말’ 또는 본래의 ‘떡갈나무로 돌아간 피노키오’를 유머러스하게 상상케 하기도 한다. 분배의 불균형,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평화보다 돈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 등을 통해 돈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애증을 보여주며, 쉽지 않은 3자회담, 잠재되어 있는 폭력, 물질문명의 병폐, 무분별한 환경파괴 등을 고발하며 우리가 처해있는 불안한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처럼 휴머니즘, 평화, 사랑, 전쟁, 희망 등의 주제를 정교하고 세심한 필치, 다양한 표현과 색감으로 나타내며 카툰 특유의 깊은 풍자를 담고 있다. 하얀 도화지 위해 단순한 화구로 펜선을 가득 채운 작가의 작품에는 또한 장애를 가진 작가의 삶에서 우러난 깊은 울림이 있다.
만화계에서 카툰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는 2007년 7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첫 개인전 ‘지현곤 40년만의 외출’을 개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쟁과 사랑, 평화와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그의 뛰어난 작품들이 골방에서 엎드려 그린 만화였다는 사실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작가는 국내 카툰작가 최초로 미국 갤러리에 정식초청되어 세계적 카툰작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2008년 3~4월 뉴욕 아트게이트갤러리에서 ‘Ji Hyun Gon – from Possibility to Actuality / 지현곤 –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개최되었고 이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우림갤러리에서 ‘지현곤 카툰 Sold out 귀국전’이 동시에 열렸다. 그의 작품은 또한 ‘아픔을 이겨낸 따뜻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아 2010년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와 미술교과서(<노아의 방주- 무기 반입 금지>)에 실렸고, 같은 해 작가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달달한 인생’을 출간하기도 했다. 뜨고 지고, 차고 기움을 거듭하는 달은 작가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작가는 2013년부터 마산 장애인봉사단체의 도움으로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외출을 한다. 외출할 때마다 작가는 차안에서 자신의 카메라로 세상을 담는다. 작가에게는 사람, 자동차, 건물, 간판, 푸른바다는 물론이고 쓰레기 더미도 신기하다. 지금도 작가는 여전히 두 평 반 골방 안에서 바위처럼 작업을 하고 있다. 시력저하와 건강악화로 인해 당분간은 펜 대신 마우스로 여전히 성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수상경력
1991 제3회 <주간만화> 신인만화공모전 카툰부문 가작(데뷔)
1993 제3회 엑스포꿈돌이만화전 입선, 제11회 시마비국제만화공모전 입선, 제2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동상
1994 제3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대상(문화체육부장관상), 제4회 서울만화전 금상·입선
1995 제5회 국제서울만화전 대상, 제4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특별상
1996 제6회 국제서울만화전 은상, 제5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동상, 제3회 96운평만화대상 카툰부문 우수상
1997 제6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동상
1998 제7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입선
1999 제8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입선
2000 제9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입선
2001 제10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공로상
2002 제11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동상
2003 제12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자유부문 은상
2004 제13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입선
2005 제14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우수작가상
2006 제15회 대전국제만화대상전 우수작가상
* 전시경력
2007. 7. 첫 개인전 지현곤 40년만의 외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2008. 3. 31 ~ 4. 26 개인전 ‘Ji Hyun Gon – from Possibility to Actuality / 지현곤 –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 뉴욕 아트게이트갤러리
2008. 5. 2 ~ 6. 1 지현곤카툰 Sold out 귀국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인사동 우림갤러리(5. 7 ~ 17)
2009. 10. 22 ~ 11. 28 ‘지현곤 작품전’ 현대예술관
2016. 3. ‘지현곤초대전 - 세상에 이런 그림, 뉴욕 서울 찍고 부산에 오다’, 부산 아우라갤러리
2016. 4 <겨드랑이가 가렵다>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 개최(박기소, 이해경, 지현곤, 라일라 공동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