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쯤 학원폭력물로 찾아올게요” ‘이경석의 한국 만화 100-84’전 연 이경석 작가 한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대부라 불리는 이경석 작가. 그가 최근 자신의 16년 만화 인생을 담은 개인전을 열었다. 이름하여 ‘이경석의 한국 만화 100-84’(7/11~7/31, 갤러리킹)전. 올해로 꼭 100년이 된 한국 만화를 기념하고, 더불어 자신의 만화 인생 역시 기념하기 위한 소탈한 자리. ‘100-84’는 이경석의 16년 만화 역사를 의미한다.
이경석 작가
“영광스럽게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만화 100년전’에 제 작품도 걸렸어요. 그런데 프린트해서 원고를 전시하는 것에 그쳐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요. 저에 대해 독자분들에게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결코 넓지 않은 전시장 곳곳은 살뜰히 꾸며져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마치 평소 작업실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듯 모기장에 둘러싸인 책상 하나. 모기장 사방에는 관객들이 손수 꾸민 작가의 얼굴이 격려글처럼 붙어 있다. 투표 장소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보인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아늑한 기표소 안에서 키득거리며 만화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대표작인 [속주패왕전](이혜영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고 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도 오른 작품. 아직 일반에 공개되기 전이지만 이곳에서 특별히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평소 수작업으로 유명한 그의 ‘육필원고’를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그가 틈틈이 작업한 작품 컷과 일러스트들이다.이경석은 [오! 해피산타], [속주패왕전], [전원교향곡], 최근 들어 한겨레에서 연재 종료한 [좀비의 시간]까지 꾸준하고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금껏 펴낸 단행본이 다섯 권. ‘엽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스타일 강한 연출과 시종일관 터져 주는 처절한 개그 폭탄, 그 안에 오롯이 자리잡는 묵직한 삶의 페이소스는 단연 이경석만의 전매특허. 십수 년이 흐르는 사이 대중은 하나 둘 그 맛에 중독됐다. 특히 누구 하나 정상이랄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백미인데, 삼류 기타리스트와 시한부를 선고 받은 광부, 백수와 왕따, 무능력한 가장까지 다양하다. 소심하다 못해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 그들은 이경석의 어지러운 그림과 손글씨 속에서 저마다의 매력을 뿜어낸다. “주로 정상적인 사람들은 안 나오죠. 제 마인드 자체가 풍요로운 삶을 누린 고급스런 마인드는 아니라서요.(웃음) 예전에 경험했던 삶이 담겨서인지 그렇게 윤택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안 그리게 되더라고요.”만화를 선택한 대가로 극빈의 생활을 견뎌야했고, 오랜 시간 신문을 돌리며 ‘달배맨’으로 살기도 했다. 지금은 어시스턴트를 둘 만큼 형편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더욱 성공하고 싶은 것이 그의 욕심 아닌 욕심. 대중이 이경석의 만화를 더 많이 찾고 봐 주길 바라고, 그만큼 자신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을 찾아나선다. 이번 전시 역시 그가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일환. 앞으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의 만화 역사와 과거를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책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작품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아직은 공개하기 곤란한 “아주 큰 프로젝트”를 준비중이고, 내년쯤에는 새 연재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신작은 웹툰 형식을 한 학원폭력물. 운동장이 없는 학교 두 개가 서로 알력 다툼하는 이야기다. “만화계가 어렵다지만 미래는 밝을 거라 믿어요.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만화라는 장르가 주는 파급 효과는 커질 거고요. 모바일만 해도 그렇지만, 이제는 걸어다니면서, 아무데서나 만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그만큼 더 재미있는 작품이 필요해질 겁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작품도 내고 돈도 벌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전시회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