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만화출판협회(이하 만출협)는 이르면 올 여름부터 편의점을 통한 만화유통을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의 서점 및 총판 유통라인을 벗어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지금도 편의점에서는 몇 권의 만화잡지 혹은 단행본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편의점 판매에 맞춘 만화를 제작해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를 새로운 판로개척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에 따라, 현재 몇몇 작품들이 새로운 유통망에 실려 독자의 손에 쥐어질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正)
만출협이 내놓은 이번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그동안 어느 단체에서도 쉽게 내놓지 못한 ‘유통’부분에 관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1997년의 소위 ‘만화사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 등에서 만화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마다 ‘유통’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해왔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쉽사리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유통’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만화산업 최전방에 위치한 만출협이 새로운 유통라인을 모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치게끔 만든다.
반(反)
새로운 유통라인에 맞춰서 제시된 ‘만화’의 외형 역시 새롭다.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졌던 ‘코믹스=단색 180쪽 내외의 문고판’이 아니라 ‘컬러 32쪽 내외=미국식 issue’가 된다는 것. ‘새 술은 새 부대’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새 술을 마시는 이들은 누가 될까.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사업이 20~30대 연령층의 독자를 핵심 타겟층으로 삼게 된다면, 새 술을 마시게 되는 이들은 당연히 ‘만화를 즐길 줄 아는 만화독자’가 될 것이다. 물론, 만화를 좋아했다가 ‘손을 놓은 이들’에게도 술잔을 건넬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껏 만화를 전혀 즐기지 않았던 이들을 새로운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느 정도 만화에 대한 이해를 가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콘텐츠, 그것이 사업 성공의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사서보는 독자라면 만화방 독자라기보다는 서점독자에 가까울 것인데, 이들이 즐기는 만화의 눈높이가 ‘미국식 issue’ 형식에 적응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체크 사항이 될 것이다.
합(合)
지금껏 많은 만화 독자들의 희망사항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손쉽게 구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웹툰이 흘러넘치는 지금에도 이같은 희망은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출협이 준비하는 이번 신규사업의 목표는 확고하지 않겠는가. 바로 만화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쉽고, 빠르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이번 사업이 만화산업의 새로운 판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어 독자와 작가, 나아가 만화계 전체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