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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파리 만화살롱전(6월 1일-5일)

올해 1월 앙굴렘 만화페스티발 관계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만화살롱이 드디어 열렸다. 이 살롱전이 열린곳은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ailles)의 세 번째 홀. 파리의 대부분의 전시회가 열리는 전용공간이다.

2003-06-01 한상정

올해 1월 앙굴렘 만화페스티발 관계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만화살롱이 드디어 열렸다. 이 살롱전이 열린곳은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ailles)의 세 번째 홀. 파리의 대부분의 전시회가 열리는 전용공간이다.

오랜만에 햇살이 얼굴을 내밀었으니, 날씨만 좋으면 공원으로 교외로 밀려나가는 파리사람들의 속성으로 보아 얼마나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혹과는 반대로, 의외로 많은 사람이 서성대고 있었다.

이 살롱전이 앙굴렘 관계자들의 속을 썩인 이유야 명약관화.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앙굴렘이라는 지방도시까지 성의있게 축제를 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프랑스 국내 제일의, 또는 세계 전역의 흔치 않은 행사기에, 관계자들은 의무적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지만, 일반 대중들과의 접촉공간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앙굴렘도 파리에서 고속철을 타면 3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이 행사 기간 중엔 왕복 티켓을 끊으면 20를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이 있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만화전문 서점과 출판사들이 파리에 몰려있는 현황을 생각해보자면, 확실히 앙굴렘은 상업적이기 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이 더 강한 행사인 것이다. 게다가 국립 만화박물관(CNBDI)을 비롯,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만화도시로 성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보자면, 그리고 앙굴렘에서 해내는 전시의 질을 따져본다면, 사실 내겐 별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만한 만화축제를 보기가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게다가 “국제적”이라는 성격도, 최소한 유럽권 내에서는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야 관련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고, 대체 파리가 어디인가? 바로 전세계 페스티발의 꽃이며, 국내적으로 가장 많은 잠재고객들이 내제되어 있는 곳이 아닌가? 앙굴렘 측에서 이 살롱이 열리면, 내년에 누가 앙굴렘까지 오겠는가라는 우려도 과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을 보면, 적어도 이러한 근심이 조만간에 현실화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살롱은 C.O.S.P(Companie dOrganisation des Salons des Professions : 전문적 살롱 조직 회사)에 의해 개최되었는데, 이 회사는 1992년에 설립되어, 대표적으론 <집안가구 살롱> 을 조직했었고, 올해 1월에 만화살롱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만화살롱을 시작으로 해서 다른 문화적인 부분까지도 손을 댈 계획이라고 하지만, 뭐 이거야 만화살롱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보아야 할 것이고...여하간 성공적인 이 살롱의 개최를 위해서 책임자로 베르트랑 모리세(Bertrand Morisset)를 초빙했다. 그 사람은 5년간 <책 전시회(Salon du Livre)> 라는 문화부 주체의 행사에서 위원장을 역임했고, 의 디텍터로 일하기도 했으며, 주로 살롱전의 상업적인 측면을 잘 살려내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내막을 잘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이 살롱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사이트(www. salonparis-bd.con)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한번씩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접속해서 들어가보면, 개최 2주 전인데도 아직 미완성인 항목이 많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실책은, 출판사들의 섭외에서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 살롱은 이른바 만화전문 출판사들과 작가들을 고객들과 만나게 해준다는 기치를 내걸었었다. 뭐, 깔끔하다고 본다. 괜시리 별다른 안목도 없으면서 문화적 성장에 기여하겠다느니 겉만 멀쩡한 말을 지껄이느니, 차라리, 우리는 “돈벌려고 한다”..., 솔직하지 않은가? 이 솔직함이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프랑스의 만화출판의 80를 차지하는 4대 출판기업들, 드퓌(Dupuis), 글레나 그룹(Group Glenat, 그 속에 대표적으로 글레나(Glenat), 방 뒈스트(Vents dOuest)를 계열사로 지닌다), 다르고 그룹(Group Dargaud, 다르고(Dargaud), 롱바르드(Le Lombard), 카나(Kana), 블레이크 에 모르티메(Blake et Mortimer), 뤽키 코믹스(Lucky Comics)가 거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플라마리옹 그룹(Group Flammarion, 카스터망(Casterman), 플뤼이드 글라시알(Fluide Glacial)이 속해있다) 중에서, 단지 이 마지막 그룹만 살롱에 참여했다. 당연히, 라소시아시용(LAssociasion)이나 아모크(Amok)같은 독립계열의 출판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앙굴렘에의 의리를 지키는 것일까?

뭐, 여하간 앙굴렘에서도 보인 것이지만, 만화관련 행사의 가장 대중을 끌어당기는 행사는 전시회도 아니고, 작가들의 발언들을 확인하는 자리도 아니고, 오로지! 이때 사면 앨범의 표지에 작가들이 사인과 그림을 그려준다는 것이다. 물론 단지 휙하니 싸인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림을 한 장 그려준다는 생각을 하면 더 정확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자기가 산 책의 속지에 자기의 이름과 더불어 그의 그림이 남겨진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라도 내가 미친 듯이 좋아하는 작가가 그렇게 해준다면...음...1시간은 즐거움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엔...아픈 허리와 다리를 핑계로...슬그머니 사라질지도^^
카탈로그에서도, 어느 작가가 몇 시에 어느 부스에서 이것을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해놓은 부분이 가장 컸다. 어느 부스에서도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나, 만약 앞의 세 출판사의 작가들도 참여했다면, 물론 더 많이 몰려들었을지도 모른다.

100개에 달하는 출판사, 유통사, 잡지사, 팬진, 팬시용품을 파는 곳 등으로 부스는 나름대로 북적거렸고, 7개의 자그마한 전시가 개최되었다.

<플루이드 글라시알(Fluide Glacial) 발견하기> , <레지 로와젤(Regis Loisel)의 피터팬> , <픽시라마스(Pixirmas)>, <글라무르 시티(Glamour City)> , <피에르 쥬베르(Pierre Joubert)회고전> , <프랑소와 왈테리(Francois Walthery) 전> , <쥬앙 지므네쯔(Juan Gimenez)전> . 가장 볼만했던 전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일단 첫 번째는 전시방법이 마음에 흡족했다. 스스로 눈이 너무나 섬세해서 쉽게 피로를 느낀다고 주장하는 필자로선, 전시장의 깨알같은 글씨와 어두운 조명을 증오한다.

정육면체의 나무 박스 속에 오리지널 페이지를 넣어서, 바로 그 위에 조명을 설치해놓고, 내부의 옆면에 글씨를 써넣은 형태가 맘에 쏙 들었다. 모든 박스는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분 좋게 설치가 되어 있었고, 각 이미지의 특색이 한 눈에 들어왔다. 보기에 기분이 좋으면, 각 작품들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오는 건 당연하다.

이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전시를 보면...버티기가 힘들다. 이 전시의 기획자가 궁금했지만 거론되어 있지 않았다.(어이어이! 전시기획은 두 번째의 창조행위라구, 신경좀 써줘.^^) 두 번째 전시는 이미 앙굴렘에서 했던 것, 4-6번째는 어릴 때 읽은 기억이 없어서인지, 눈을 찌푸리면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고, 7번째는 스페인의 작가라는데...뭐,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형적인, 무관심을 조장하는 전시...였다. 3번째는 등장인물들의 인형화..를 해서 파는 곳. 여하간 성의있게 만든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만화의 한 장면을 완전히 입체화를 해서 마찬가지로 박스 안에 전시. 분명 같은 전시기획자일꺼야...라고 혼자서 흡족해 하다. 그 외의 몇몇 눈에 들어오는 신인작가들의 자체 제작, 출판하는 부스들을 둘러보고, “아. 이쪽이 훨씬 더 즐거워”라고 혼잣말을 지껄이면서, 살롱전을 나왔다.

앗! 그러고보니, 2일은 코스플레이가 있고, 또 SNCF(프랑스의 고속철)가 후원해서 유럽에서 모시고 오는 신진작가들의 대담회, 또 몇가지 주제의 토론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빈둥리즘에 확실히 물든 나는 웬만해선 다시 길을 나서지 않을 것이다.

파리의 1회 만화살롱, 앙굴렘을 위협하기엔 아직...준비 부족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곱씹으면서, 자기도 사진을 찍어달라는 출입문의 아저씨에게...약간 고민하다가, 예의바르게 웃어주고 전시장을 나섰다.

필진이미지

한상정

만화평론가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