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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스크롤을 내리는 시간

4~50대 아빠, 10~20대 딸, 아빠는 1세대 웹툰 독자였고, 딸과 아들은 5세대 웹툰 독자다. 그들은 각기 어떤 만화와 웹툰 캐릭터를 어떻게 사랑했고, 그 차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2026-11-04 강정화

아빠와 딸, 스크롤을 내리는 시간



S#1. 밤의 스크롤


밤 11시, 화장실에 가려던 아빠가 중학생 딸의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아빠  아직 안 자? 뭐 해?
딸    웹툰 봐. 이것만 보고 잘게.

아빠  또 웹툰이야?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려고.

딸    보던 건 끝내야지. 

아빠  아빠도 자주 하던 얘기인데…

딸    (깜짝 놀라며) 아빠도 웹툰 봐?

아빠  그럼, 아빠도 다음 화가 궁금해서 밤새운 적 많아. 아빠가 편의점 알바하던 때였는데, 아빠가 겪은 일이랑 어찌나 비슷하던지. 웹툰이 아빠한테 위로가 되었어.

딸    그럼 내 마음 알겠네.

아빠  (웃으며) 알지.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세상


웹툰을 보느라 밤을 새운 경험은 비단 요즘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20여 년 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만화를 만나기 시작한 이들에게도 웹툰은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웹툰의 등장은 만화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방식의 변화이자,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오래된 관념을 흔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작품이 독자를 만나기 위해 출판사와 편집자의 선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인터넷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그려 독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었다. 초기 인터넷 만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권윤주의 <스노우캣>(1998, 개인 홈페이지)은 자신의 일상을 고양이 캐릭터로 표현하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만났다.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석의 <마음의 소리>(2006, 네이버웹툰) 역시 일상을 그리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군 복무 경험에서부터 연애와 결혼, 가족의 이야기까지, 독자들은 ‘조석’이라는 작가이자 캐릭터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특별한 능력이나 극적인 사건이 없어도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스노우캣 (https://snowcat.co.kr/)과 마음의 소리 [왼쪽부터. 필자 제공]


이런 작품들이 사랑받았던 이유를 단순히 ‘재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대중이 클릭한 곳에는 대중의 욕망이 담겨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웹툰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독자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댓글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에 참여했다. 작품을 읽는 데서 나아가 댓글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고, 작가와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웹툰 독자가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 세대에게 웹툰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었다. 


어쩌면 초기 웹툰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충격은 화려한 기술이나 새로운 표현 형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특별한 사건을 겪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발견.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 역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웹툰은 우리 모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을 열어 보였다. 



S#2. 스크롤 너머의 세계


휴대전화를 보던 딸은 자세를 고쳐 앉아 아빠에게 몸을 돌린다.


딸    그럼 아빠가 제일 재미있게 본 웹툰은 뭔데?

아빠  아빠는 <노블레스> 광팬이었어. 유행어도 있었어.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라면도 바로 안 먹고 조금 기다렸다가 먹기도 했지.(웃음)

딸    나도 봐야겠네. 그럼 <노블레스>가 아빠 인생 웹툰이야?

아빠  인생 웹툰이라… 너무 많은데. 음, 아무래도 인생 웹툰은 <미생>을 꼽을 수 있겠어. 아빠가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보던 웹툰인데, 회사 생활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위로가 많이 됐거든. 

딸    미생? 그거 드라마 아니야?

아빠  원래 웹툰이야. 나중에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엄청 인기 있었지.

딸    아, 웹툰이 먼저였어? 



웹툰, 이야기의 원천이 되다


디지털 매체 환경은 웹툰의 표현 방식을 한층 넓혀 주었다. 종이의 크기나 페이지 수에 구애받지 않는 세로 스크롤은 시간의 흐름과 장면의 전환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독자가 화면을 내리는 속도에 따라 장면을 경험하는 리듬이 달라졌고, 색채와 화면 구성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했다.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다양한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웹툰이 다루는 세계 역시 넓어졌다. <노블레스>(2007, 네이버웹툰)와 <신의 탑>(2010, 네이버웹툰)은 방대한 세계관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앞세워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독자들은 <노블레스>의 라이처럼 압도적인 힘을 지녔으면서도 소중한 존재를 지키려는 인물에게 애정을 보냈고, <신의 탑>의 밤이 탑을 오르며 마주하는 시련과 성장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에만 있지 않았다. 독자들은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며 인물들의 운명을 함께 지켜보았고, 댓글을 통해 숨겨진 복선을 추측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누었다. 작품 속 세계는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인 동시에 수많은 독자들이 함께 해석하고 공유하는 세계가 되었다. 일부 작품에서는 해외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과 소개에 참여하는 팬덤도 형성되었다. 초기 일상툰의 댓글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공감의 공간으로 주목받았다면, 장편 서사 웹툰의 댓글은 거대한 이야기의 세계를 함께 탐험하고 그 의미를 넓혀 가는 공간으로도 기능했다. 


<노블레스>와 <신의 탑> [왼쪽부터, 필자 제공]


이야기가 다양해지면서 웹툰은 다른 매체의 이야기 원천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듯,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도 하나둘 등장한 것이다. 웹툰은 이미 인물과 장면이 시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상으로 옮길 만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발굴하기에 매력적인 매체였다. 여기에 연재를 통해 확보한 두터운 독자층은 작품의 대중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06년 강풀의 <아파트>(2004, 다음 만화속세상)가 영화로 제작된 데 이어, 윤태호의 <이끼>(2007, 다음 만화속세상)는 영화로, <미생>(2012, 다음 만화속세상)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주호민의 <신과 함께>(2010, 네이버웹툰)는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웹툰이 대중문화 산업의 주요한 이야기 원천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는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웹툰을 읽던 독자들은 자신이 사랑한 인물과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났고, 누군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뒤늦게 원작 웹툰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파트>, <이끼>, <신과 함께>, <미생>. [왼쪽부터, 필자 제공]


주목할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웹툰의 위상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만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웹툰은 유료 결제와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산업을 움직이는 주요 콘텐츠가 되었다. 독자 역시 무료로 웹툰을 즐기는 데서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콘텐츠 소비자로 자리 잡았다. 



딸이 침대에 다시 기대앉으며 말한다.


딸    그런데 <미생> 드라마에 아이돌 출신 배우도 나왔잖아. 나 그 배우 알아.

아빠  맞아. 그러고 보니 너도 웹툰으로 만든 영화 좋아하잖아. 제목이 뭐였지?

딸    <전지적 독자 시점>. 웹소설로 먼저 발표된 작품인데, 웹툰을 좋아해서 영화도 봤지.

아빠  그건 어떤 이야기인데?

딸    소설 속 세상이 현실이 되고, 그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거야.

아빠  그럼 이야기를 읽던 사람이 자기 앞에 펼쳐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거네? 제목 잘 지었다. 

딸    그치? 나도 그런 일 생기면 잘 살아남을 것 같아. 

아빠  넌 교과서는 끝까지 안 읽잖아. 

딸    (웃으며) 그건 재미가 없잖아. 

아빠  (잠시 생각하다가) 아빠도 가끔 그런 생각 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딸    아빠, 회귀하고 싶어? 

아빠  시험 전날로만 돌아가도 좋겠다. 

딸    그건 내 소원인데. 



현실을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이야기를 읽던 사람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다. 오늘날 웹툰에서 두드러지는 상상력을 보여주는 설정 가운데 하나다. 웹툰의 세계가 확장되면서 독자들이 사랑하는 이야기의 방식 역시 다양해졌다. 평범한 일상에 공감하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에 더해,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상상 역시 많은 독자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상력의 확산에는 웹소설과 웹툰의 긴밀한 관계도 한몫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회·빙·환’이라 불리는 이야기들이다. 회귀, 빙의, 환생의 앞 글자를 딴 이 말은 과거로 돌아가거나 다른 인물의 몸에 들어가고 새로운 삶을 얻는 서사를 가리킨다. <재벌집 막내아들>(2022, 네이버웹툰)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웹툰과 드라마까지 제작된 대표적인 사례로, 주인공이 재벌가 막내 손자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실패한 게임을 다시 시작하듯 삶을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2018, 카카오페이지)이나 <전지적 독자 시점>(2020, 네이버웹툰)처럼 게임의 규칙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품들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모든 게임형 판타지가 회빙환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현실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규칙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력을 공유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나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시점>. [왼쪽부터, 필자 제공]


이러한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나 특별한 능력, 게임의 규칙을 활용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나간다. 독자들은 마치 게임의 진행을 따라가듯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고 이를 해결하면 보상이 뒤따르는 구조는 다음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이러한 서사의 유행에는 웹소설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이 웹툰으로 제작되고, 다시 영상과 게임으로 확장되는 산업적 구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성공한 공식을 반복하려는 경향은 비슷한 설정과 인물, 사건이 되풀이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면서 웹툰의 다양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상상력의 빈곤이나 상업화의 결과로만 치부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이야기가 반복해서 사랑받는 데에는 그 시대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실패를 쉽게 만회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사람들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꾼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처음부터 다른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다면, 나에게만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회빙환의 세계는 현실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러한 소망을 이야기 속에서 실현한다. 

어쩌면 이것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는 즐거움인 동시에 현실을 견디는 또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실패를 되돌리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다르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처럼 명확한 규칙과 보상이 존재하는 세계는 노력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현실과 대비되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위안이 되기도 한다.



S#4. 스크롤은 다시 현실로


딸이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빠를 바라본다.


딸    그런데 아빠, 요즘 웹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많이 다뤄. 읽다 보면 생각할 것도 많고.

아빠  그래? 어떤 작품?

딸    <참교육> 같은 거. 학교폭력이나 교권 문제를 다루는데, 논란도 많았어.

아빠  아, 그 작품은 아빠도 알아. 한동안 시끄러웠잖아.

딸    맞아. 댓글에서도 사람들이 엄청 싸웠어.



다시, 세상을 이야기하는 웹툰


웹툰의 세계가 다양한 판타지로 확장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을 더욱 집요하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학교폭력과 차별, 노동과 빈곤, 소수자의 삶과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참교육>(2020, 네이버웹툰)을 둘러싼 논란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웹툰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나아가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문제가 되면서 북미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웹툰이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누구의 목소리를 담아내는가에 있다. 작품이 주는 통쾌함에 열광하는 한편, 그 통쾌함이 어떤 폭력과 편견을 정당화하는지 묻는 목소리도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웹툰의 성장과 함께 독자의 참여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 일상툰의 댓글이 작가의 일상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면, 오늘날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작품의 가치관을 둘러싼 논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캐릭터의 행동을 평가하고, 이야기 속에 재현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며, 때로는 작품과 플랫폼에 변화를 요구한다. 독자의 참여는 공감과 소통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비판과 성찰의 영역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물론 웹툰이 다루는 주제가 다양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의 깊이나 완성도까지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야기의 공식이 반복되고, 자극적인 장면과 빠른 전개가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현실도 여전하다. 그러나 익숙한 이야기의 반복이 피로를 낳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향한 요구도 생겨난다. 더 다양한 인물과 목소리, 더 복잡한 갈등과 질문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웹툰이 지닌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생각해 보면 문학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문학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상상하게 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며,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한다. 웹툰 역시 그림과 글의 결합, 세로 스크롤을 활용한 연출을 통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독자들은 작품 속 인물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운명을 함께 상상하며, 때로는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가치관에 질문을 던진다. 웹툰을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즐기는 일인 동시에 자신과 다른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 갈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20여 년 전, 웹툰은 평범한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참여하며 웹툰의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단지 내가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 역시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웹툰과 독자가 함께 다음 세대를 향해 나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S#5. 아빠와 딸로 이어지는 스크롤


아빠  이제 정말 자야지. 내일 학교 가려면.

딸    알았어. 진짜 이것만 보고.

아빠  (웃으며) 아빠도 그 말 참 많이 했는데. 


아빠가 방문을 닫는다. 잠시 후, 어두운 거실에 또 하나의 작은 불빛이 켜진다. 아빠의 휴대전화다. 










필진이미지

강정화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만화평론가
근대 시기 문학과 미술을 통해 문자와 이미지의 관계를 연구하는 동시에 웹툰과 웹소설 등 미디어 문학 비평으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새로운 문학을 탐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