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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웹툰과 미국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에 관하여 ①부

1부 한국 웹툰 서비스의 결제 모델과 미국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 (단품구매)

2020-07-13 김민오



한국 웹툰과 미국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에 관하여


한국은 서비스 내의 쿠키, 코인 등의 화폐 구매를 통한 웹툰 결제

미국의 단품구매 방식은  웹 코믹스의 특징에 의해 장단점이 존재



김민오




누가 웹툰을 돈 주고 보겠냐는 인식이 무색하도록 한국 웹툰은 유료 서비스로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습니다. 유료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기준 매출 2570억 원을 기록하였고, 레진코믹스는 345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말이죠. 이제 국내 웹툰 플랫폼들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에 앞서 현재 국내 유료 웹툰 서비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결제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도 유용한지, 더 나아가 현재의 결제 모델이 발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그 시작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만화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의 디지털 만화시장을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웹툰이라고 할 수 있는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을 살펴본 뒤 국내 웹툰 결제 모델 개선에 시사하는 점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 웹툰 서비스의 결제 모델


먼저 한국 웹툰 서비스의 결제 모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용권, 코인, 쿠키 등으로 불리는 서비스 내의 화폐를 먼저 구매한 후 이를 사용하여 작품의 각 에피소드를 열람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결제 모델입니다. 웹툰 서비스가 이렇게 서비스 화폐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웹툰 사용자들이 에피소드 여러 개를 한 번에 몰아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화폐 없이 에피소드 하나를 앱스토어 혹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각각 결제할 경우,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마다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여러 에피소드를 열람할 수 있는 분량의 사이버 화폐를 구매하면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사라집니다. 혹시라도 결제 비밀번호를 까먹는다면 불편함은 더 커지겠죠? 사이버 화폐는 이런 편리함을 통해 사용자들의 몰입 상태를 유지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결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웹툰 서비스 내의 화폐




미국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


이번에는 미국 웹 코믹스의 결제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웹 코믹스란 출판만화의 스캔본처럼 출판만화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페이지 넘기기 방식으로 사용하는 만화를 뜻합니다. 이런 웹 코믹스 서비스로 유명한 플랫폼으로는 코믹솔로지,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등이 있는데 이들의 결제 모델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슈 1권(웹툰 에피소드 1개와 동일한 개념)을 직접 결제하는 단품 구매가 있고요, 두 번째는 매월 한 번의 결제로 플랫폼 내의 모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월 정기구독 결제가 있습니다. 그럼 각 결제 모델의 자세한 특징과 사용 맥락을 알아볼까요?



신용카드를 통한 단품 구매


웹 코믹스의 이슈 1권을 단품 구매하는 것과 웹툰의 에피소드 1개를 구매하는 것에는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웹 코믹스 서비스에서는 앱스토어 혹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통해서 직접 구매한다는 것이죠. 웹툰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웹툰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화폐를 통해 사용자들의 웹툰 결제 과정이 편리해졌는데 웹 코믹스 서비스에서는 대략 10년이 넘는 운영기간 동안 단품 구매 방식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사용자가 결제 비밀번호를 잊어버린다면 불편한 경험을 겪을 수도 있을 텐데 왜 변화가 없는 것일까요? 이렇게 된 이유로 2가지를 추측해봤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슈 1권의 가격이 웹툰 에피소드 1개 가격의 2배 이상일 정도로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싼 이유에는 웹 코믹스 제작과정의 특수성이 있는데요, 웹 코믹스의 경우 작품 하나를 제작할 때 한 명의 작가가 작품 전체를 담당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웹 코믹스 업체에서 시나리오 작가, 데생 작가, 잉크 작가, 컬러리스트, 레터링 작가, 편집자 등 약 여섯 명의 전문 작가들을 고용하여 작업을 의뢰합니다. 그래서 이슈 1권의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권의 이슈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화폐가 생긴다면 구매 가격이 매우 높을 것이고 이는 구매 전환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웹 코믹스의 경우, 웹툰과는 달리 스토리의 기원부터 최신 이슈까지 연속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만화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의 경우는 회사의 역사가 매우 오래됐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만 하더라도 1941년에 최초 이슈가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이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오랜 세월 동안 캡틴 아메리카는 각 시대별 요구에 맞게 캐릭터가 변형되거나 리부트가 되는 등 수많은 시리즈들로 만들어졌고 이를 전부 읽는 것은 감상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웹 코믹스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들은 주변으로부터 추천받은 몇 개의 이슈만으로도 자신이 관심 있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관련된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캐릭터의 기원부터 최신 이슈까지 보는 것이 아니라 시빌 워, 윈터 솔저 등 굵직한 이벤트 스토리만 골라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죠. 이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 여러 권의 이슈를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슈 1권의 가격은 비싸더라도 스토리 전체 감상 비용은 예상보다 비싸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웹 코믹스 사용자들에게는 웹툰 서비스와는 달리 자신이 필요한 이슈만 골라서 결제할 수 있는 단품 구매 방식이 더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