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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플레이어들: 스마트폰에서 만나는 작품이 되기까지

웹툰 기업의 '웹툰사업부'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2021-08-19 홍윤선

웹툰 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무섭게 성장했다. 세상에 공개되어 빛을 보는 작품의 숫자도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작품의 퀄리티까지 수직상승하며 이른바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여기엔 웹소설 원작 웹툰, 이른바 노블 코믹 웹툰의 역할이 적지 않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노블 코믹 웹툰의 기획 프로세스, 제작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기획 프로세스: 작품 기획 프로세스는?

노블 코믹 웹툰 제작 기획의 첫 단계로는 당연하게도 원작 소설 선정이 필요하다. 코미컬라이징했을 때 가장 재미있고 새롭게 연출할 수 있는 작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작품을 검토하고, 원작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 댓글, 매출의 추이까지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독자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만 웹툰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웹툰보다는 소설로 읽을 때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도 있고, 반면 웹툰으로 코미컬라이징을 했을 때 폭발적으로 그 매력이 상승하는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 풀어내지 못한 부분을 웹툰에서 시원하게 풀어내어 개연성이 더 강화되거나, 소설 연재 당시에는 마이너한 소재로 독자들에게 큰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으나 도리어 최근 트렌드에 적합한 작품들이 있다.


다양한 기준에 부합하는 원작이 선정되면 원작의 성향에 따라 어떤 독자들을 타겟팅할지, 연재 플랫폼은 어디가 좋을지, 어떤 프로모션 진행을 하면 좋을지 등을 고려하며 작품에 어울리는 웹툰 작가님 섭외를 시작한다. 이처럼 사전 작업, '어떤 작품을 선보일 것인가'를 정하는 작업은 가장 많은 부분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시기기도 하다.


2) 섭외 단계: 작가 섭외 시,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까?

웹툰 작가님을 섭외할 때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게 된다. 그림체와 채색 스타일, 추구하는 작화의 분위기 등이 원작 소설과 어울리는지는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웹툰 작가님이 원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이다.


노블 코믹의 경우, 짧게는 80화에서 길게는 200화 이상도 진행되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가 된다. 작품을 만들고 이끌어갈 작가님이 즐기고 사랑할 수 없는 작품이라면, 장기간의 레이스에서 지치고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가님이 원하는 작품인가를 가장 중요시 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품 선정과 작가 섭외의 경우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는데, 함께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님을 만나게 되면 작가님이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키워드 등을 면밀히 확인하여 웹툰 작가님의 성향에 부합하는 작품을 제안드리기도 한다.


3) 웹툰 제작 단계: 작품 론칭까지 어떤 공정이 필요할까?

함께 작품을 만들어갈 웹툰 작가님이 선정되면 가장 먼저 캐릭터 시트 작업을 진행한다. 노블 코믹의 경우 캐릭터들의 비주얼은 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설정상으로도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소설에 묘사된 주조연급 캐릭터들의 외형 설정을 작가님께 전달하고, 캐릭터 시트가 완성되면 편집부의 검토 후 소설 원작가님께 전달드려 원작 설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며, 필요시 캐릭터들의 디테일을 다듬는 조율 과정을 거친다.

 


이후 진행되는 과정은 소설 각색인데, 각색 작업의 경우 콘티 작업과 함께 작품의 가장 큰 밑그림(러프)이 되는 단계이다. 밑그림이 잘 잡혀 있지 않은 그림은 완성 단계까지 크고 작은 수정이 반복되거나, 기획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에 웹툰 작가님, 원작 소설 작가님과 많은 논의를 거치거나 전문적으로 각색 작업을 하시는 각색 작가님을 따로 섭외해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한 화에 너무 많거나 적은 내용을 담지 않았는지, 여러 번 반복되거나 지루한 연출은 없는지, 엔딩 포인트는 흥미를 충분히 유발하는지 각 화의 각색고를 검토한 뒤, 웹툰 작가님께 그림 콘티 작업을 요청한다. 콘티 원고가 나오면 각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연출이 나왔는지, 비슷한 크기의 컷이 반복되어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은지, 강약 호흡 조절이 잘 되었는지, 하이라이트가 되어 줄 컷들은 적절하게 들어갔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이어진다. 편집부는 작가님과 논의하여 콘티를 완성한다. 특히, 웹툰 작가님이 각색을 직접 하는 경우, 각색과 콘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검토와 피드백으로 콘티가 나오면 그 다음은 본격적인 작화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콘티에서 의도한 연출이 스케치로 잘 표현되었는지, 구도, 캐릭터들의 동세나 표정을 검토하고 이후 스케치에 맞춰 선화가 잘 구현되었는지를 검토한다. 또한 분위기에 맞춘 채색과 보정, 최근에는 웹툰에서 거의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스케치업 배경이나 각종 디자인 소재들까지도 잘 어우러지게 삽입되었는지 확인하며 최고의 연출이 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핀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작품의 지표가 될 첫 화의 원고가 완성된다. 보통 처음 작업하게 되는 1화 원고의 경우 원고 작업에만 한 달 남짓,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작가님이 완성한 원고는 웹툰PD가 다시 한 번 편집을 진행, 독자들에게 선보일 최종 편집본이 탄생한다. 

         



위 과정을 거쳐 완성된 원고들이 일정 분량 쌓이게 되면 작품에 어울리는 플랫폼과 논의하여 연재 제안을 하고 론칭 일정을 상의하며, 동시에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한다. 이렇게 한 작품을 20화 분량으로 론칭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작품이 론칭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다양한 추가 프로모션, 그에 따른 디자인, 굿즈 제작 등이 뒤이어 진행된다. 단행본, 다양한 2차 저작, 해외 수출 등을 진행하여 작가님들이 공들여 탄생시킨 작품을 더 많은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부도, 마케팅팀도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렇게 작가님과 함께 만든 작품이 론칭하여 독자들에게 반응을 이끌어낼 때, 해외로 수출되어 더 많은 새로운 독자들과 만날 때, 제일 먼저 작가님께 달려가 알리고, 작가님과 팬들의 반응을 볼 때 웹툰PD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는 '이미 고점이다' 라며 웹툰의 최고 호황기는 이미 지나갔고, 레드오션이 되었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아직도 K-웹툰, K-콘텐츠를 접하지 못한 새로운 개척지가 있기에 글로벌적으로는 블루오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일주일 또는 10일에 한 번 독자들이 만나는 웹툰이지만, 편집자로서는 그 웹툰이 독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 작가님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홍윤선(D&C미디어 웹툰사업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