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만화를 읽기 전에 만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잡지 수는 몇 가지나 될까? 필자도 세어보고 놀랐지만(달리 말하면 평소에 그다지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도 30종은 넘어있었다. 오호, 놀라운 걸? 물론 이 숫자는 출판물들의 숫자이다.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인터넷 사이트들은 완전히 제외한 숫자인 것이다.

2004-08-01 한상정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잡지 수는 몇 가지나 될까? 필자도 세어보고 놀랐지만(달리 말하면 평소에 그다지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도 30종은 넘어있었다. 오호, 놀라운 걸? 물론 이 숫자는 출판물들의 숫자이다.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인터넷 사이트들은 완전히 제외한 숫자인 것이다. 이 숫자들을 분류해보자면, 일단 유통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키오스크(즉, 신문판매망)를 통해 유통되는 것, 일반 서점에 유통되는 것, 만화전문 서점을 통해서 유통되는 잡지로 나눌 수 있다. 대충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일반서점에까지 유통되는 잡지가 그 질적, 양적인 면에서 일반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만화전문 서점에만 유통되는 소수만 찍어내는 잡지들이 재미가 없다고 일괄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키오스크에 등장하는 만화는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취향이 강하므로(지하철 역 근처에서 판매하듯이), 가격이 더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거리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만화의 종류별로 보자면, 프랑스 전통적인 만화를 다루는 것, 망가를 다루는 것, 미국의 코믹스를 다루는 것으로 또 대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만화 연구 잡지>를 중심으로 고찰해보도록 하자. 다른 잡지들이 상대적으로 부침이 많은 경우에 비교해보자면, 이런 잡지들을 대부분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관이나 출판사의 도움으로 출판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랫동안 보게 될 확률이 많으며, 당장의 효과는 미약하나, 만화의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화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올해 새로운 잡지의 출현도 여러 번 보게 된다. 우선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블랙(Black)>은 1년에 2번 출판되는 잡지로, 이탈리아의 코코치노 프레스(Cococino presse)와 프랑스의 베리티지 그래픽(Vertige Graphic)이 함께 공동으로 투자해서 내는 잡지. 소프프 아방가르드를 표방. 유럽과 일본의 작가적 성향의 단편작들을 소개, 그외 짧은 글들(영화나 작가인터뷰 등)이 포함되어 있고, 15유로의 가격을 책정해서 올해 창간호가 발간되었다. 평가는 아주 호의적. 또한 <베데카(Bedeka)>역시 올해 2월부터 창간되었고, 3달에 한번 출간되며 84페이지로 5.95유로. 만화에 대한 정보와 신간에 대한 비평이 주된 역할이며, 키오스크로 판매된다. 또, <니켈레(Nickelees)> 역시 올해 1월에 시작. <대중적 이미지, 인쇄된 그림, 종이위에 개채된 고전들의 국제연구소 준비모임의 기관지>라는 기나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평가는 아직 미정. 아이들과 청소년 용의 만화잡지도 하나 더 늘었다. <젬 라 베데(Jaime la BD)>로 어린이 서적 전문 출판사인 바이야르(Bayard)에서 출판했으며 2달에 한번씩 출간된다. 전문적으로 망가만 다루는 <비루스 망가(virus manga)>역시 올 1월부터 출간되었으며, 망가 영역을 평정하고 있다. 이러한 신간들은 일단 제외하고, 만화 연구 잡지를 들자면 4종 정도로 좁힐 수 있다. 하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라비 데 뷜(LAvis des bulles), 27페이지의 흑백, 호치?으로 박아놓은 잡지. 때론 51페이지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1년에 11호가 출간, 권당가격은 10유로, 국립서적센터의 지원으로 출간 된지는 6년가량이 된다. 주요구성은 수작 소개와 인터뷰/여러 연구 아티클들/만화잡지, 만화책, 또는 관련일들에 대한 간략한 평들이 함께 실린다. 신간서적의 별점 표시는 이곳에서도 유행? 3개에서 하나까지로 표시되는 이 잡지의 신간서적 코너의 한국만화부분을 살펴보자. 3월호에 실린 이소영의 <모델>1권(별 두개를 받고 있음)에 대한 코멘트를 보자면, 간단한 내용소개와 더불어 “이 만화는 사피라(Saphira)가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기분 좋은 놀라움이다. 한 예술가와 그 후원자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타니스 리(Tanith Lee : 벰파이어와의 인터뷰, 벰파이어 레스타 등)의 소설과 그의 암울한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이 예술에 열정적인 두 존재 사이의 관계는 영(Young: 작가 이소영을 지시함)에 의해 능숙하게 때로는 웃기거나 때로는 두통거리로 다가오는 장면들과 더불어 전개된다...게다가, <모델>은 심미주의로 점철된 그림체에 의해 탁월하게 바쳐지며, 아무런 장애 없이 독자들을 뮤리엘의 공포스러운 세계로 이끌어간다. 우리는 참을성 없이 삶과 죽음의 이 이중적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기다려본다.” 또한 양호경의 <비타민>(별 하나)은 약간의 내용 소개와 더불어 “비타민은 어린 소녀들을 위한 순수한 만화이다. 비표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로맨틱한 감성적 성격이란 이미 흘러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 직접적인 화법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웃기기도 하면서 잘 그려진 만화라는 것 까지 부인하지는 못한다. 인물들은 각자 많은 장점과 결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 라인이 그들을 감정적인 간계들의 실타래 속으로 빠트려버린다. 만약 당신이 한 반의 일등과 꼴찌 사이의 전혀 그럴듯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시도해보길 !”



꼴렉셔네르 드 방드 데시네(Collectionneur de la bande dessinee)
역시 국립서적센터의 지원에 의해 1년에 4번 출간되며, 권당 9유로의 가격이다. 1977년부터 출간한 꽤 오래된 잡지이며, 이 책에는 신간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연구결과물을 소개하고 있다. <만화의 역사와 현황>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잡지의 포맷을 한번 살펴보자. 짧은 편집장의 인사를 지나면 <주머니 속>이란 코너로 짧게 신간에 대한 품평을 하고 있다. 때로는 아까운 작가의 사망소식도 전하면서, 새로 출간된 고전들에 대한 소식, 주로 프랑스 만화들을 장르 별로 나누어서 신간을 품평하고, 망가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현재의 옆에서>라는 코너에선 앙굴렘 소식, 연구잡지들에 대한 품평, 연구서들에 대한 소개와 품평, 그리고 고전들에 대한 소식 역시 나눈다. <만화 둘러보기>에서는 신간들 중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품들을 좀 더 길게 소개. 그 외를 제외하고 나면 여러 만화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는 장이다. 예를 들자면, 전후 미국만화의 역사, 잡지 샤를리(Charlie)가 횡횡하던 시절들, 헨리 베른느(Henry Vernes)와의 만남, <크리스토프(Christophe)에서 스파(Sfar)까지> 등등의 내용이 아주 알차게 빽빽하게 작은 글자체로 전체 50페이지 정도를 채우고 있다.



느비엠 아르(9e Art)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제일 권할만한 잡지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고르는 것은 <느비엠 아르>가 아닐까. 앙굴렘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만화이미지센터의 <만화미술관>과 랑 두(LAn 2) 출판사가 함께 출판하고 있는 이 잡지는 1999년부터 1호를 발간하기 시작, 1년에 두 번 출간하고 있다. 가격은 17. 5유로. 양적으로 질적으로 틀리다는 판단을 듣고 있는 이 잡지는, 130페이지의 분량에, 1호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출판 포맷을 양질로 지켜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잡지의 포멧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역시 유물을 보관 전수하는 미술관 답게 첫 파트는 <고전>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정말로 보기 휘귀한 항목인데, <미학>. 그리고 잡지로써 놓칠 수 없는 항목인 <현황>이다. 고전 항목에서는 단지 19세기의 만화이전 시기와 20세기 전반기의 작가들(프랑스만이 아니고, 세계적인 차원에서)을 다룬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10호에서 다뤄진 작가는 리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 : 1871-1956, 미국), 피에로 로티(Pierre Loti, 프랑스), 솔 스타인베르그(Saul Steinberg, 루마니아)이다. 미학 파트는 세 부분으로 나눠 실렸는데, 첫번째는 아르 스피에글만(Art Spiegelman), 그리고 두번째는 작가주의 망가에 대해, 마지막으로 우바뽀(lOubapo)를 다루고 있다. 첫번째 섹터에선 그의 현재의 근황과, 9월 11일 뉴욕 테러에 관한 만화가들의 반향과 더불어 짧은 글들이 실려 있고, 작가주의 망가에선, 언더 그라운드 잡지인 <가로>에 대한 소개, 프레드릭 보왈레와 지로 타니구치와의 인터뷰, 또한 프랑스에서 근간 출간된 츠게 요시하루에 대한 소개와 작품에 대한 글,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망가의 현황을 분석하는 글이 함께 실렸다. 마지막 아티클에서 아주 짧게 만화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 글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우리가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 한국만화들- 90년대 벽두부터 프랑스의 대지에 밀려들었던 망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년 제30회 앙굴렘 페스티발의 한국만화 초대전과 더불어 한국의 만화는 많은 호의적인 시선을 받았다. 현재로선 유일하게 도깨비라는 유일한 출판사에서만 한국만화를 볼 수 있는데-제네레이션 코믹스의 <아일랜드>와 피카 출판사의 <신 암행어사>는 비록 한국작가에 의한 작품이긴 하지만 일본시장을 통해 들어온 작품이므로 여기선 제외한다 - , 불행히도, 열 몇권이 출판되어 있는 이 만화들은 <하급망가>로 취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 고유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양질의 만화가 우리에게 소개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작년의 만화전시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굳어버린 정설이 되고 있는 중이다. 통재라.
우바뽀(Oubapo)는 1992년에 만들어진 <잠재적인 만화 창작실>이라는 별칭을 가진 작가들의 집단을 지시한다. 거의 10여년이 지난 이 집단은 현재 4권의 공동작(Opus)과 12개의 개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내어놓았고, 이 집단 중에 쟝 크리스토프 므뉘(Jean Christophe Menu)와 루이스 트롱하임(Louis Trondheim) 등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 던지기보다는 오래오래 소장용으로 사는 잡지이다.



방!(Bang !) 2003년 겨울에 그 첫선을 보였던 이 잡지는 1년에 네 번 출간되며, 가격과 크기, 출판의 질은 <느비엠 아르>와 비슷하다. 단, 느비엠 아르가 실지로 만화는 싣지 않기에 흑백이라면, 이 잡지는 작품이 실리므로 당근 칼라이다. 카스테르망(Casterman)출판사와 보 자르 마가진(Beaux Arts magazine)이 함께 출판하고 있다. 분량으로 치자면 거의 2/3정도가 만화로 채워져 있지만, 여기에 실리는 작품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가에 대한 비판과 소개와 더불어 옆에 함께 곁들여지는 걸 보면, 잡지의 기획 의도는 분명히 보인다. 나름의 진정한 국제적인 만화잡지를 겨냥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만화가들의 인터뷰, 프랑소와 스퀴텐, 알랭 무어, 지로 타니구치, 크리스 웨어, 아트 스피에글만 등이 지금껏 실린 작가들이다. 이 잡지 역시 만화 초기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작가와 그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대신에 잡다한 만화관련 소식은 정말 “엄선해서” 몇 가지만 보이고 있다. 읽기를 권하는 책도 단지 “몇 권만”, 이것만 제외하고 나면 누가 어쨌느니, 모 출판사가 뭘 한다느니 등의 <콜렉셔너>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잡다한 정보는 다른 곳에서 얻고, 이곳에서는 엄선한 만화의 세계를 직접 즐기라는 편집 방침? 현재까지 7호가 발행, 언제나 독자들을 비싸다고 투덜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잡지의 질이 띄어나다는 것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정말 편집 하나는 끝내주걸랑, 페이지 표시하는 것에서부터, 그 우아함을 따라잡을 수가 없기 때문일까? 서로 인터뷰를 한 작가들이 또다시 나오는 등, 느비엠과 방의 경쟁은 아주 가시적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멋모르는 독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고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도 빨리 잡지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를 기대해본다.
필진이미지

한상정

만화평론가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