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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순정 웹툰 시대

KT경제연구소는 2015년 국내 웹툰 시장규모가 2015년 2,950억 원, 2018년에는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차 활용, 부가가치,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다면 총 시장 규모는 올해 4,200억 원, 2018년에는 8,8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1조원 시장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15-10-27 김경임
KT경제연구소는 2015년 국내 웹툰 시장규모가 2015년 2,950억 원, 2018년에는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차 활용, 부가가치,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다면 웹툰이 창출하는 총 시장 규모는 올해 4,200억 원, 2018년에는 8,8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1조원 시장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영화, 게임, 연극 등으로 재생산되는 웹툰의 원소스 멀티유즈(OSMU) 가치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바탕에는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야기의 힘은 <순정만화>(강풀)부터 <미생>(윤태호)을 관통하는 웹툰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은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기 위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는 순정 웹툰이다.        


>>> 웹툰의 장르

웹툰 생태계, 포털 중심 형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실시한 ‘웹툰 산업 실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웹툰 플랫폼은 총 28개이며 작가 4,661명, 연재작품은 4,440편이다. 연재작품은 네이버 웹툰 322편, 다음 웹툰 409편으로 포털사이트 비중이 높다. 

웹툰의 실질적인 시작과 성장에는 포털사이트의 공이 크다. ‘다음이 낳았고 네이버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2003년 다음은 ‘만화속세상’을 오픈, 웹툰을 정기적으로 무료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때 게재된 <순정만화>(강풀)는 기존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장편 스토리, 스크롤을 활용한 연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웹툰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순정만화>는 일일조회수 200만 건, 평균 댓글수 25만 개를 기록하며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전까지 웹툰(web toon)은 웹(web)에 연재되는 카툰(cartoon)이라는 뜻으로 카툰이 내포하고 있는 한 컷 또는 네 컷 만화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초창기 개인블로그나 개인홈페이지에 실린 웹툰은 짧은 형태의 만화였다. 내용도 일상의 재미있는 사건이나 잔잔한 감동이 주류를 이뤘다. <순정만화>의 등장으로 웹툰은 스크롤을 움직여 세로로 보는 서사 구조를 갖춘 신개념 만화로 자리 잡았다. 

다음이 웹툰의 개념을 확립했다면 네이버는 웹툰의 표준화, 일상화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05년 ‘네이버 웹툰’을 오픈, 요일별 연재를 실시했다. 매일 신선한 웹툰이 올라갈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1주일마다 연재 웹툰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매일 10편 내외의 웹툰이 업데이트 되고 사람들은 뉴스를 보듯이 오늘의 웹툰을 확인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웹툰 작가와 독자 둘 다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에 힘입어 웹툰을 찾아보는 독자층이 두터워졌다. 네이버 웹툰의 한 달 평균 순방문자 수는 700만 명, 다음 웹툰은 약 300만 명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30%가 웹툰을 즐기게 됐다. 

이에 포털은 자체 신인작가 발굴 인큐베이팅 제도를 통해 동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도전만화, 베스트 도전 코너를 통해 웹툰 작가 지망생이 아마추어, 프로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웹툰 작가 지망생은 도전만화에서 좋은 호응을 얻으면 아마추어로서 작가로서 베스트 도전에서 활동하게 된다. 연재 중 독자 반응에 따라 정식 연재가 결정되고 프로로 데뷔하게 된다. 

다음은 웹툰리그를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발굴했다. 최근에는 웹툰리그를 리뉴얼해 랭킹전 제도와 에이전시 메뉴를 추가했다. 아마추어 웹툰 작가가 웹툰리그를 통해 작품을 처음 선보이면 내부 심사를 거쳐 1부 리그로 승격된다. 랭킹전에서는 독자투표로 최종 우승을 가리게 되는데 우승작은 상품과 함께 다음 웹툰 정식 연재 기회가 주어진다. 에이전시 메뉴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 활동 이력과 공식 연락처를 공개하면 이를 토대로 외주 업체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털 웹툰 3대 장르, 드라마-판타지-코믹(개그)  
 현재 매일 웹툰을 보는 독자는 1,000만 명, 전체 웹툰 이용자 수는 1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털 웹툰은 요일별 업데이트 방식으로 매일 수십 편의 작품이 올라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작품에 따라 연재주기는 주 1~2회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웹툰에는 1,200여 편이 서비스되고 있는데 장르 구분을 통해 취향별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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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네이트 웹툰

네이버 웹툰은 작품을 크게 에피소드, 옴니버스, 스토리 등으로 분류한 뒤 이 작품들을 다시 일상, 개그, 판타지, 액션, 드라마, 순정, 감성, 스릴러, 시대극, 스포츠 순서로 세분화했다. 작품 수로는 드라마가 222편으로 압도적인 가운데 판타지 154편, 개그 121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순정은 62편으로 일상(71편), 스릴러(6편)와 함께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매일 5개 내외의 순정작품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외 테마웹툰 코너에 브랜드 웹툰, 리메이크, 멀티플롯, 스포츠 등을 게재하고 있다.  

다음 웹툰도 최근까지는 네이버와 동일하게 작품 형식에 따라 스토리,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나눈 뒤 학원, 드라마, 판타지, 순정, 코믹, 액션, 무협, 공포 순으로 구분했다. 10월 21일 리뉴얼을 통해 완결 작품을 중심으로 장르를 공포, 드라마, 무협, 미스터리, 순정, 스릴러, 스포츠, 액션, 일상, 지식, 코믹, 판타지, 학원, 성인으로 정리했다.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스포츠, 일상, 지식, 성인을 추가했다. 

작품 수는 판타지가 170편으로 가장 많으며 드라마(134편), 코믹(133편), 순정(120편)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순정 웹툰이 다른 포털 웹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특징이다.  

네이트 웹툰은 형식적인 구분 없이 장르 분류만 하고 있다. 보유 작품은 100여 편으로 600편을 바라보는 네이버나 다음과 차이가 크다. 장르는 코믹, 일상, 순정, 드라마, 액션/스릴러, 공포로 나뉘는데 다른 포털 웹툰과는 달리 순정이 드라마보다 순서가 앞이다. 

포털 웹툰의 장르 구분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의 웹툰이 하나의 장르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에 걸쳐 있다. 예를 들면 네이버 웹툰의 <오!주예수여>(아현)는 순정에 분류되면서도 판타지에 중복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다음 웹툰의 <호구의 사랑>(유현숙)은 순정과 드라마에 동시 노출됐다.  


* 주요 플랫폼 웹툰 장르 현황-포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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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0월 21일 기준
* 자료 : 각 사이트


후발주자, 순정 장르 전면에  
네이버와 다음을 중심으로 포털 웹툰의 시장 지배가 확고한 가운데 메신저 사업자와 이동통신회사도 자사 플랫폼을 바탕으로 웹툰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웹툰 전문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들 후발주자들은 자체 보유 작품이 적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연재됐던 콘텐츠와 출판만화를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순정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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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토어 웹툰                                                       올레마켓 웹툰


DOT-T스토어 모바일웹은 SK플래닛의 T스토어 웹툰 모바일 전용 서비스다. 2013년 4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해 100여 편의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자체 연재보다는 다른 플랫폼에서 완결된 웹툰, 완결 출판만화 작품 의존도가 높다. 장르는 코믹, 순정, 드라마, 스릴러, 판타지, 액션 순서로 나뉜다. 
 
올레마켓 웹툰은 KT의 모바일앱 마켓으로 2013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웹툰, 소설 등을 연재 중이다. 장르 구분은 일상, 개그, 드라마, 판타지, 감성, 액션 순이다. 드라마가 99편으로 전체 139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판타지(53편), 감성(50편)이 그 뒤를 이어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순정 장르는 없지만 감성, 드라마에 순정만화가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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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 웹툰                                        레진코믹스


카카오톡은 앱 서비스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 웹소설 등을 연재 중이다. 서비스를 개시한 2013년에는 만화와 장르소설을 유료로 판매했지만 1년 뒤 무료로 변경, 부분 유료정책을 취하고 있다. 웹툰은 포털사이트처럼 요일별 업데이트로 분류됐으며 웹툰을 포함한 만화 카테고리 내에서 순정, 소년, 액션/무협으로 장르가 구분돼 있다. 순정 작품은 자체 연재, 다른 매체 연재 웹툰과 출판만화 등이 섞여 있다.  

레진 코믹스는 2013년 유료화 서비스로 선보인 뒤 2년 만에 월 사용자 700만 명,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한 웹툰 플랫폼이다. 웹툰과 출판만화가 모여 있으며 기존 채널들과는 달리 마니아 취향을 과감하게 반영했다. 유료로 제공되는 성인용 만화가 주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성인만화 비중은 20 정도다. 카테고리는 연재, 완결, 단행본, 탑(TOP)100, 소설, 세일(SALE)로 나눠진다.

장르 구분은 TOP100에서 이뤄지는데 차별화가 뚜렷하다. 주요 웹툰 플랫폼 중 가장 세분화됐다. 순정 장르를 더욱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장르는 로맨스, BL, 드라마, 판타지, 개그, 액션, 학원, 미스터리, 호러, 음식, 일상 SF, 무협, 백합, 시대극, 스포츠, 고어 등 17개에 달한다. 특히 BL, 음식, SF, 백합, 고어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장르다. 


* 주요 웹툰 플랫폼 장르 분류 현황-통신사?메신저사업자?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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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21일 기준
* 자료 : 각 사이트


여성만화 전용 플랫폼 등장…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
레진코믹스의 고무적인 성공 이후 성인취향을 전면에 내세운 유료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탑툰’은 2014년 설립된 뒤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으며 국내 대표 만화출판업체인 서울문화사는 2015년 7월 성인남성을 겨냥해 ‘빅툰’을 오픈했다.   

특히 여성 만화 전용 플랫폼 출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레진코믹스의 출범 초기 회원의 70% 이상이 여성이었다는 점, 여성회원이 전체 결제 비중의 60%를 차지했다는 점은 비즈니스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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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코믹스                                                            봄툰  


마녀코믹스는 서울문화사와 아이엠닷컴이 공동개발한 여성만화 전문 플랫폼이다. 2015년 2월 오픈했으며 서울문화사의 순정만화잡지 <윙크> 대표 연재작인 <하백의 신부>(윤미경), <밤을 걷는 선비>(조주희) 등을 앞세우고 있다. 다른 서비스업체보다 연재 작품을 3회 빨리 공개하는 것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대부분 작품은 서울문화사 보유 출판만화이며 <밤을 걷는 선비>는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장르는 BL, 드라마, 판타지, 학원, 오피스, 할리퀸, 호러/미스터리, 시대물 순으로 세분화했다. 최신 선공개 연재분과 일본만화는 유료, 나머지는 포인트인 ‘호박’을 이용해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순정만화 이외 성인 소설, BL 등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봄툰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이라는 콘셉트로 성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웹툰 플랫폼이다. 출판만화와 웹툰 작품이 혼재돼 있다. 2015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 50여 편의 여성 취향 만화를 보유하고 있다. 장르는 로맨스, BL, 판타지, 드라마, 코믹으로 나뉘어져 있다. 봄툰을 운영하는 봄코믹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연말까지 유입자 4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 플랫폼은 순정 장르를 좀더 세분화한 형태로 여성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단 아직까지 웹툰보다는 출판만화 기반이라는 점에서 웹툰 시장 영향력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순정 웹툰의 현주소

여성들의 이야기 ‘순정 웹툰’
포털 웹툰은 독자 맞춤형 차별화 전략으로 장르를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출판만화 장르를 대부분 수용했다. 여성 취향의 작품을 ‘순정 웹툰’으로 분류하고 있다. 

순정 웹툰은 순정만화의 장르적 특성을 가진 웹툰이다. 웹에 최적화된 연출과 스토리에 순정만화 요소를 녹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순정만화는 일본의 소녀만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의 총칭이다. 

‘순정’이라는 거룩한 이름이 붙게 된 데는 1950년대 가족만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를 끌던 가족만화는 소녀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로 분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소녀취향의 가족만화를 가리키는 데 ‘순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당시 순정만화 주인공들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거나 자매와 헤어지고 운명이 뒤바뀌고 가난에 고생하면서도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는 소녀들이었다. 그래서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이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순정만화는 소녀만화를 대신해 관습적으로 사용됐다.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여성작가의 작품들을 가리킨다. 독자층은 여학생이며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상, 관심사, 고민, 사랑, 꿈 등이 주요 내용이다. 로맨스에 편중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작가 성향에 따라 역사, SF, 스릴러, 액션,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줬다. 

또 사건보다는 심리묘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감성적이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화려한 연출이다. 비현실적인 미모의 인물, 장식적인 배경, 변형적인 컷 구성 등은 순정만화의 주요 코드들이다. 


다양한 장르와 경계에서 영역 확장 중
순정 웹툰 역시 포털 웹툰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순정 웹툰의 시작은 2006~2007년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웹툰이 만화를 대표하게 되면서 서사툰과 일상툰으로 구분됐으며 신규 진입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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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서나, <핑크레이디>, 2006년, 네이버 웹툰

초기 순정 웹툰으로는 2006년 선보인 <핑크레이디>(연우/서나, 2006, 네이버 웹툰)를 꼽을 수 있다. <핑크레이디>는 평소 핑크색 옷만 입고 다니는 미대생 겨울이가 어릴 적 친구인 현석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연애담이다. 특히 작가의 수려한 그림체는 웹툰의 올 컬러와 결합해 순정만화 미학을 제대로 보여줬다. 작품 중간에 등장하는 미술작품은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이에 앞서 2000년대 중반 <마피의 다락방>(신희영, 2005, 네이트), <남자친9>(토마, 2005, 파란닷컴) 등이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감성적인 이야기로 여성 독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둘 다 네 컷 만화의 에피소드 형식이기 때문에 서사툰 개념의 순정 웹툰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7년 연재한 이후 현재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낢이사는이야기>(서나래, 2007, 네이버 웹툰)는 과감 없는 여대생의 일상, 가족, 친구들 이야기로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에피소드 중심의 일상 웹툰에 가깝다. 

장르로서 순정 웹툰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부터다. 포털웹툰이 자체 작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선별된 작품이 지속적인 공급체계가 마련되면서 새로운 시도, 새로운 작품들이 쏟아졌다. 일상적인 이야기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무거운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낸 작품도 눈에 띄었다. 

<어쿠스틱라이프>(난다, 2010, 다음 웹툰)는 작가이자 결혼 4년차 주부의 일상을 잔잔하게 묘사했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서 주목받은 뒤 다음 웹툰에 정식으로 연재돼 최근 시즌10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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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콘스탄쯔이야기>, 2010년, 네이버 웹툰                  박윤영, <여자만화구두>, 2010년, 레진코믹스

<콘스탄쯔이야기>(김민정, 2010, 네이버 웹툰)는 작가가 성폭행 피해자인 지민의 이야기를 작품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가상이야기임을 명시한 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피해자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노톤의 그림에 파스텔톤과 원색을 강조하면서 세련된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웹툰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점도 독특했다.

순정 장르의 핵심인 사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여자만화구두>(박윤영, 2010, 레진코믹스)는 네이버 베스트도전으로 선보인 뒤 네이트에 정식 연재된 로맨스 이야기다. 첫사랑에 실패한 뒤 사랑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같은 회사 동료에게 마음이 끌리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담담하게 보여줬다.

<치즈인더트랩>(순끼, 2010, 네이버 웹툰)은 2010년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생 홍설과 선배 유정의 연애담을 미스터리기법으로 그려냈다. 오는 12월 tvN 드라마 방영이 확정되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1년부터 포털 웹툰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독자층을 고려해 연재 작품과 요일을 전략적으로 편성하게 된다. 순정 웹툰도 이색 소재, 다양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20~30대 여성 독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패션과 다이어트를 다룬 만화가 등장,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드레스코드>(천계영, 2011, 다음 웹툰)는 패션을 소재로 한 정보성 강한 웹툰이다. <언플러그드보이>, <오디션>으로 유명한 순정만화 작가 천계영의 웹툰 데뷔작이다. 작가가 경험을 녹여낸 실용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다이어터>(네온비/캐러멜, 2011, 다음 웹툰)는 여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다이어트에 관한 웹툰이다. 고도비만인 은행원 신수지의 다이어트 과정을 실감나게 그러냈다. 작가들의 다이어트 방법도 팁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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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비/캐러멜, <다이어터>, 2011년, 다음 웹툰             석우, <오렌지마말레이드>, 2011년, 네이버 웹툰


뱀파이어와 마녀를 소재로 한 순정 웹툰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오렌지마말레이드>(석우, 2011, 네이버 웹툰)는 뱀파이어 정체를 숨긴 여고생 백마리와 인기 남학생 정재민의 로맨스다. 최근 대중문화 전반에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뱀파이어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허니블러드(2014, 카카오페이지)는 무당의 딸로 왕따를 당하는 소녀가 잠든 뱀파이어를 깨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창백한 말>(추혜연, 2011, 다음)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녀 이야기다. 사랑스런 소녀 로즈와 소꿉친구 페터가 금발의 이방인과 얽히면서 평화로운 마을은 피에 휩싸이게 된다. 나도만화가에 게재됐다가 팬들의 지지를 얻어 공식 연재됐다. 

순정웹툰이 서사툰 중심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만화 <아즈망가대왕>과 같은 4컷 만화도 등장했다. <복사골여고연극부>(전진석/오은지, 2013, 네이트 웹툰)는 인문계 여자고등학교 연극부를 둘러싼 이야기로 소녀들의 성장을 다뤘다.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님과 함께>(문나영, 2013, 네이트 만화)는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저주에 걸린 하늘 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시타를 위하여>(하가, 2014, 네이버 웹툰)은 네팔의 쿠마리 전설을 배경으로 한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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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시인, <저녁 같이 드실래요?>, 2013년, 다음 웹툰                                하가, <시타를 위하여>, 2014년, 네이버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박시인, 2013, 다음 웹툰)는 음식과 연애의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연히 주말 저녁마다 밥을 같이 먹게 된 남녀의 이야기다. 또 지극히 현실적인 오래된 연인들의 이야기인 <남과 여>(혀노, 2014, 네이버 웹툰), 먹이를 대상으로 사랑에 빠지고 만 뱀파이어 여주인공의 발랄한 연애담 <언터처블>(맛스타, 2014, 네이버 웹툰) 등이 있다.


순정만화의 유전자 혹은 아우라
순정 웹툰은 순정만화적 자질을 유지하면서 웹툰의 장기인 개그감각, 드라마 센스와 결합해 독자적인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순정웹툰에서 재확인하는 순정 장르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① 주인공은 무조건 여자다, 그것도 아주 당찬 여자다
순정만화는 여성작가가 그려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도 물론 여자다. 1950~1960년대 어린아이에서 1980년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좀처럼 소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청순가련 또는 평범함을 가장한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돌아갔다. 전형적인 로맨스일수록 소녀는 고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야 그녀를 구해주는 남자는 멋있게 보이고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소녀는 스스로 헤쳐 나오고 여력이 되면 남자도 구하고 세상도 구하는 강인한 면모를 보이게 된다.

순정 웹툰에서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선택의 폭은 좀 더 넓어졌다. 특정 마니아층이 아닌 그야말로 수백 만 명의 대중이 보는 웹툰의 대중성 덕분이다. 주인공은 소녀를 비롯해 대학생, 회사원, 주부 등 성인층을 아우른다.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도 있지만(별은 사라졌다) 2등신, 뚱뚱한 언니들도 당당하게 주인공이 된다. 그만큼 이야기 소재도 다양해졌다. 십대의 고민부터 사랑, 결혼, 육아, 인간관계 등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웹툰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주인공들은 스스로 헤쳐 나가고 해결사를 자처한다.


→ 천계영의 <드레스코드> : 나를 사랑하는 내가 가장 아름답다

<드레스코드>는 패션을 주제로 한 정보성 만화다. 2011~2014년 다음 웹툰에 연재됐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 진출로도 화제를 모았다. 천계영은 <언플러그드보이>, <오디션> 등으로 만화계 판도를 바꾼 장본인이다. 천계영의 등장으로 순정만화 인물들은 예쁜 얼굴과 함께 비로소 ‘스타일’을 갖게 됐다. 시각적으로 더욱 화려해졌다. 이런 그가 4년 간의 공부 끝에 내놓은 작품, 그것도 웹툰이라는 점에서 시선일 몰릴 수밖에 없었다. <드레스코드>는 이러한 작가의 센스와 영민함이 빚어낸 독특한 실험이었다. 패션을 통해 여자들의 내면까지 따뜻하게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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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영, <드레스코드>, 2011년, 다음 웹툰


원래 기획단계에서는 허영만의 <꼴>과 같은 정보성 실용만화를 모델로 했지만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안하자는 취지에서 작가는 과감하게 본인을 실험대 위에 올렸다. 4년간 직접 몸으로 뛰면서 체득한 작가의 변화 과정, 실질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옷 잘 입는 것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옷 잘 입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팁이 쏠쏠하다. 

과감하게 자신을 내세운 선택은 적중했다. 작가들의 생활을 녹여낸 이야기는 웹툰에서 친근한 소재다. 리얼함이야말로 웹툰 독자들이 열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드레스코드>는 실전에서 쌓은 패션 기본기를 쉽게 전달하는 한편 작가의 진화 내지 성장 과정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든 웹툰, 모든 만화, 모든 스토리는 주인공의 외적?내적 성장담이다. <드레스코드>는 진정한 나를 찾는 일종의 탐험이라고 할 수 있다. <드레스코드>의 여주인공 작가, 배 나온 2등신의 그녀는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건전한 생활 습관을 익히고 주말마다 쇼핑을 다니며 자신에 대해 공부한다.   

자신에게 맞는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면서 거울 속 자신과 끊임없이 눈을 맞춘다. 스스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 몸을 재단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단점과 장점을 받아들여간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예뻐진다. 


② 미모는 남자의 몫이다
아름다운 남자, 순정만화의 불변의 법칙이다. 꽃미남의 원조도 순정만화다. 남자 주인공은 여성 독자들의 소망과 환상이 집약된 미의 결정체다. 흩날리는 꽃잎을 배경으로 장발을 휘날리던 오빠들의 머리는 짧아졌고 꽃들은 사라졌어도 미모는 변치 않았다. 미소년이든 훈남이든 미중년이든 순정만화라면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원칙이다. 때문에 ‘순정만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남자 주인공의 외모에 따라 개그가 되기도 했고 드라마로 분류되기도 했다.  

순정 웹툰에서도 남자 주인공의 외모는 여전하다. 웹툰의 생활밀착 친근함도 여기에서는 예외적이다. 현실적인 것보다 비현실적인 얼굴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특히 판타지와 결합할 때 남자주인공의 외모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된다.  


→ 추혜연의 <창백한 말> : 아름다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창백한 말>은 다음 웹툰의 나도 만화가에 게재됐다가 독자들의 성원으로 정식으로 연재됐다. 2011년부터 시작돼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데뷔작답지 않은 시선을 사로잡는 작화가 일품이다. 섬세한 그림, 화려한 색감이 빚어내는 화면은 컷마다 일러스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빛 연출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햇살 아래에 있을 때, 석양을 등지고 있을 때, 어두운 밤에 있을 때 등 작가는 조명을 능숙하게 조절하면서 그림 속 인물들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순정 웹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1835년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2살 여자아이 로즈는 마녀의 딸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지만 늘 소꿉친구인 페터가 그녀를 지켜준다. 로즈는 순수하면서도 상냥한 엄마 친구 차남 페터를 좋아한다. 페터와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우면서도 예민한 로즈는 마음 한 구석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숲에서 우연히 만난 금발의 미남, 기네스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홀가분해진다. 하지만 파리로 여행을 떠났던 페터의 형 테오가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12년 전 마을을 공포로 몰았던 마녀의 진실이 드러나고 로즈의 일상은 되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대신 마녀, 연금술사, 뱀파이어, 괴물들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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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연, <창백한 말>, 2011년, 다음 웹툰


기네스는 작품 초반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 훤칠한 키, 눈부신 외모는 비밀스러움마저 액세서리로 만들어버린다. 사랑스럽던 로즈가 각성한 후 삐뚤어져 있을 때에도, 순진했던 페터가 어른의 세계에서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기네스는 변치 않는 미모로 작품의 비주얼 담당에 충실했다. 작품 전개상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죽음을 암시하는 ‘창백한 말’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하듯이 아름다운 인물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지독히도 암울하다. 진실은 저 밑바닥, 아주 깊숙이 내려가야 마주할 수 있는 어둠이다. 결국 그들이 찾는 진실은 그녀 혹은 그녀의 ‘진심’이다. 이런 화려한 인물들에게는 애절한 로맨스가 제격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렇게 아름다운 인물들이 거짓말과 배신으로 점철된 맨얼굴을 드러내면서 반전은 더욱 충격적이다.


③ 심리상태를 보여주라
순장만화의 묘미는 심리묘사다. 컷과 페이지를 채우는 것은 사건의 진행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다. 특히 주인공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기뻐하는지 등 감정의 흐름을 통해 작품에 깊이와 입체감이 더해진다. 말풍선과 독백이 엉켜 있는 파격적인 컷 구성은 이러한 독자의 몰입에 최적의 환경이다. 
 
순정 웹툰에서도 장편 스토리일수록 인물의 내밀한 감정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사건의 해결이면서 인물들의 갈등의 해소는 감정의 교류에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서로가 ‘통하기 위해’ 삽질을 하거나 고생을 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순정만화와 마찬가지로 순정웹툰에서는 클로즈업과 눈의 미묘한 움직임을 통해 감정선을 표현한다.   


→ 순끼의 <치즈인더트랩> : 연애의 재구성

<치즈인더트랩>은 순정웹툰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2010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기 시작해 웹툰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2월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치즈인더트랩>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여자 주인공인 홍설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유정 선배의 본심을 재구성하는데 홍설의 심리 추리가 관전 포인트다. 남녀관계는 물론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고민이 여실히 담겨 있다.

홍설은 남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유정 선배가 껄끄럽기만 하다. 유정은 잘생겼고 집안 좋고 공부 잘하고 성격까지 좋은 완벽한 훈남이지만 홍설은 미묘한 뒤틀림을 감지한다. 무엇보다 1년 전 자신에게 가차 없던 그가 지금은 너무나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 수상쩍다. 홍설은 뇌세포와 말초신경을 총동원해 그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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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끼, <치즈인더트랩>, 2010년, 네이버 웹툰


‘왜 그랬을까’는 사랑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끊이지 않는 의문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보편적인 인간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와 똑같은 사람들과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 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냥 웃는 얼굴로 해결되지 않는, 어른이 되더라도 정답을 찾기 힘든 문제다. 

<치즈인더트랩>은 홍설을 통해 연인관계, 나아가 인간관계의 형성, 발전, 갈등, 화합, 유지 등 다채로운 국면들을 포착해낸다. 덕분에 학점 경쟁에 장학금 쟁탈, 원만한 관계를 위한 약간의 처세 등 정글 같은 캠퍼스라이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현재의 나, 과거의 나와 닮아 있다.    


순정 웹툰, 드라마 제작 활기
웹툰의 부가가치는 단행본 출시, 관련 팬시상품 이외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원작으로 재생산되면서 창출된다. 출판만화에도 적용됐던 모델이지만 웹툰의 파급력은 한 수 위다. 웹툰은 독자층이 두껍고 대중성이 강하다.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윤태호)은 하루 100만 건 클릭수, 50만 명의 고정 독자수를 확보한 히트작이었다. 웹툰의 인기는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고 단행본, 캐릭터 상품은 물론 바둑학원, 바둑용품 매출로도 이어졌다. 인기리에 연재됐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정 웹툰도 장르로 본격화환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화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드라마의 주요 타깃인 여성 시청자들의 취향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2010년 <메리는 외박 중>(원수연)이 드라마로 선보인 이후 2012년에는 <닥치고 꽃미남밴드>(최예지)가 여성들을 겨냥한 ‘꽃미남’ 주제 드라마로 옮겨졌다. 2013년에는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유현숙)가 <이웃집 꽃미남>이라는 타이틀로, 2014년에는 <여자만화 구두>(박윤영)가 드라마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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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냄새를 보는 소녀>, 2013년, 올레마켓 웹툰

올해 들어 순정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잇따르고 있다. <냄새를 보는 소녀>(만취), <오렌지 마말레이드>(석우)가 드라마로 방영됐으며 <치즈인더트랩>이 12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또 <저녁 같이 드실래요?>도 드라마 제작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 <우리 헤어졌어요>(류채린)는 웹드라마로 제작됐다. 웹드라마는 인터넷에 올려지는 동영상 시리즈로 보통 회당 5~10분 정도로 짧다. 최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웹드라마를 시청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순정 웹툰의 재생산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순정 웹툰과 순정만화

순정만화 작가들의 웹툰을 대하는 방법
지금까지 대부분의 순정만화 작가들은 웹툰 시장에 꾸준히 노크하면서도 기존 출판만화 형식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처음 웹툰을 시도한 작가는 원수연이다. 원수연은 2009년 다음 웹툰에 신작 <메리는 외박 중>을 연재했다. <풀하우스>에서 발휘됐던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줄다리기가 주요 내용으로 컴퓨터를 쓰지 않은 수작업 흑백 원고로 화제를 모았다. 원고용지로 작업한 뒤 웹 환경에 맞춰 칸을 재배열했다.

같은 해 황미나도 네이버 웹툰에 <슈퍼트리오>를 리메이크 형태로 연재했다. 출판만화에 색을 입히고 칸을 웹 환경에 맞게 분할 편집한 리메이크 형태였다. 2011년 <슈퍼트리오 시즌2>도 선보였는데 역시 색을 입힌 출판만화 형태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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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나, <슈퍼트리오>(리메이크), 2009년, 네이버 웹툰        한승원, <프린세스>, 2014년, 네이버 웹툰


웹툰 시장이 만화계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순정만화 작가들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승원이 2014년 6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프린세스> 연재를 재개한 데 이어 이은혜도 네이버북스를 통해 지난 9월부터 <블루>의 연재를 재개했다. 둘 다 흑백의 출판만화 형태를 고수하고 있지만 대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린세스>는 손꼽히는 순정만화 장수 연재작품이다. 1995년부터 순정만화잡지 <이슈> 창간과 함께 시작해 2007년까지 연재됐다. 이후 다음에 온라인으로 연재됐지만 작가의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됐다가 네이버 웹툰에서 다시 선보이게 됐다. 

<블루>는 1994~1997년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7권까지 나온 뒤 중단됐다. 단행본은 7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은혜의 또 다른 작품들 <점프트리에이플러스>, <금니는 싫어요>, <댄싱러버>, <이은혜 단편모음> 등도 네이버북스에서 판매 중이다. 해당 작품들은 디지털 환경에 맞춰 고화질로 다듬어졌다. 

이에 앞서 네이버 웹툰은 지난 3월 한국만화가협회와 ‘순정만화 특집 한국만화 거장전’이라는 타이틀 하에 대표적인 순정만화 작가들의 단편을 게재했다. 한혜연을 시작으로 오경아, 이유정, 최경아, 강모림, 김나경, 함형숙, 이빈, 김미영, 김대원, 이미라, 이은혜, 심혜진, 박희정, 강경옥, 김진, 신일숙, 김기혜, 김혜린, 유시진, 박소희, 신지상/지오, 이강주, 문흥미 등 총 2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기존에 소개됐던 출판만화 원고가 대부분이었지만 독자들의 반가움은 컸다.    
 
포털 웹툰의 순정만화 끌어안기는 여성독자를 잡기 위한 자연스런 선택이다. 전통적으로 순정만화는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1988년 국내 최초 순정만화잡지 <르네상스>의 창간은 순정만화 팬들의 뜨거운 호응에 대한 응답이었다. 황미나를 중심으로 김혜린, 신일숙, 김진, 이정애, 유승희, 이명신, 서정희, 황선나 등 9명의 순정 만화 작가들이 ‘나인’이라는 창작 동호회를 결성하고 1985년부터 동인잡지 <아홉번째 신화>를 출간했다. 

<아홉번째 신화>는 1, 2호까지 비매품으로 1,000부 정도 인쇄됐지만 3호는 주문판매로 3,000부가 팔렸다. 특히 3호는 강남의 모 여고 근처 서점에서만 350부가 팔려나가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에 도서출판 서화가 <르네상스>를 띄우게 됐다. 

이후 1990년대 순정만화 전성기를 이끈 순정만화잡지 <윙크>와 <이슈>의 성공에도 열렬한 독자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만화 소장에 대한 높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 30, 40대가 된 그들은 순정만화의 절정기를 경험했다. 그들에게 순정만화는 향수이자 추억이다. 


순정만화의 변신, 웹툰으로 귀환
포털 웹툰에 안착한 순정만화 작가들도 있다. 2000년대 주로 활동하던 이들은 웹툰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면서 새로운 경력을 써내려가고 있다. 천계영은 2011년 다음 웹툰에 <드레스코드>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2014년부터 <좋아하면 울리는>을 연재 중이다. 이와 함께 <예쁜 남자>, <하이힐을 신은 소녀> 등 히트작품들도 유료 서비스되고 있다. 

박소희도 웹툰 활동이 활발한 작가 중 한 명이다. 2012년 네이트 만화에 <살롱 H>로 신고식을 치른 뒤 2015년 9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공방의 마녀>를 연재 중이다. <궁>을 기억하는 여성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외 <아이 위시>의 작가 서현주는 2014년부터 <사랑하지 않을 테면 죽어라>를, <치로>를 그린 백혜경은 2015년부터 <남친 있음>을 각각 카카오페이지에 게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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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공방의 마녀>, 2015년, 다음 웹툰

웹툰 시대 순정만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다. 그들의 귀환을 바라는 독자들도 분명 있다. 추억은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 웹툰 생태계에 진입한 순정만화, 순정 웹툰과 공생 나아가 진화를 기대해본다.





* 참고 자료
KT경제연구소, ‘웹툰 플랫폼의 진화와 한국 웹툰의 미래’, 2013.9
KT경제연구소, ‘웹툰, 1조원 시장을 꿈꾸다’, 2015.1
박석환, 연대순으로 보는 100편의 웹툰과 웹투니스타, 웹툰체험전 올웹툰 전시, 2014
박인하,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 살림, 2000
오코타 이무히코, 만화원론, 시공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