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산업 직무 현황(2부) _ 유통 부문
‘작품’인 만화는 유통되고 판매되면서 ‘상품’이 된다. 작가도 독자도 만화를 작품으로 인지하지만, 상품으로 사고팔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만화가는 작가이자 판매자이다.
예전부터 작가가 직접 본인 만화를 자비로 출판하거나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 만화 동인 판매전을 이용하기도 했고, 독자에게 직접 구입 신청을 받아 우편으로 책을 보내 주기도 했다. 요즘은 소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후원 형식으로 판매하기도 하며, 오픈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고 독자의 유료 결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고 제작으로 바쁜 작가가 작품을 직접 홍보, 유통, 판매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해당 분야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대다수 작가들이 전문가에게 위탁한다. 과거 출판만화가 만화산업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출판사에게 위탁했고, 웹툰이 만화산업의 중심이 된 지금은 웹툰 에이전시 또는 웹툰 플랫폼에 위탁한다.
유통을 담당하는 웹툰 에이전시와 웹툰 플랫폼
웹툰 에이전시(agency 대행사)는 웹툰 작가에게 작품 홍보, 유통, 판매 등을 위탁 받아 대행해 준다. 그리고 그 대가로 작품 판매 금액 중 일정 퍼센트를 대행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작가가 웹툰 에이전시를 고용한 것이지만, 에이전시가 비용을 투자해 작품 제작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작가가 완성된 웹툰 원고를 웹툰 에이전시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웹툰 에이전시는 작품의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홍보, 유통, 판매 전략을 수립한 후 실행한다. 이 때 각 단계별로 작가의 의견을 구하고 승인 받는다. 작품의 소유자는 작가이고 에이전시는 업무를 위탁 받았을 뿐이라 중요한 결정은 작품 주인인 작가가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식은 에이전시가 상업적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발굴해 신규 작품 제작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 경우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에이전시가 작품 제작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의견 제시만 하고 작가가 작품을 일정 분량 이상 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별다른 간섭이 없는 대신 지원도 거의 없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작가는 동력 부족으로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서로 주고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상호 협의를 통해 큰 문제없이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 다행히 작가가 성공적으로 양질의 원고를 일정 분량 이상 완성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행 업무를 수행한다. 이때까지 정식 계약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에이전시가 작품 제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기획, 콘티, 원고를 단계적으로 검수하면서 작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한다. 업체에 따라 작가에게 MG(minimum guarantee 최소 수익)를 지급하기도 한다. 이 MG는 에이전시 자체 예산으로 주는 것이며, 나중에 작품이 판매되어 수익이 발생하면 보통 지급한 MG를 모두 회수하고 이후 수익을 작가와 나눈다.
상황에 따라 에이전시가 작가에게 지급한 MG보다 적은 판매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에이전시가 작가에게 MG로 투자한 비용을 자체 손실 처리하고 작가에게 MG 반환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에이전시가 손실 위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원고에 간섭하고 꼼꼼하게 일정 관리를 하곤 한다. 이것이 작가에게 스트레스가 되지만,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추진력도 제공하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과 상업적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웹툰 에이전시는 이렇게 확보한 웹툰 원고를 판매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먼저 국내 웹툰 플랫폼에 연재 제안을 한다.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 승인이 나면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아 웹툰 플랫폼에 제출하고, 웹툰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작품 판매 수익 중 일정 퍼센트를 수수료로 가져간 후 나머지 금액을 작가에게 지불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연재 중 창출되는 수익 대부분 또는 전부를 작가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웹툰 에이전시는 연재 외 후속 비즈니스에서 생기는 추가 수익에서만 일정 퍼센트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웹툰 에이전시는 웹툰의 성공적 흥행을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하며, 웹툰 관련 독자 이벤트를 진행할 때도 있다. 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드라마나 영화 같은 2차 콘텐츠 제작 권리 판매를 시도하고, 해외 웹툰 플랫폼 연재도 추진한다.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웹툰 플랫폼 입장에서는 웹툰 에이전시가 중간에 끼어 있을 경우 작가 관리를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작품이 성공할 경우 연재 수익 외 추가 수익을 플랫폼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상업적 가능성 있는 작가일 경우 웹툰 플랫폼이 작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웹툰 연재 기회 제공은 물론 에이전시 업무까지 겸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플랫폼이 계약하는 방식은 단순하게 연재 공간만 제공하는 소극적 방식과 에이전시 업무까지 겸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웹툰 플랫폼은 작품과 독자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단계를 담당하고, 작품 판매로 발생하는 1차 수익을 극대화하고 정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전략에 맞는 작품을 선택해 연재 공간을 제공하고, 전용 웹사이트와 앱을 개발 및 운영한다. 정산 시스템도 관리한다. 특히 어느 시기에 어떤 작품을 배너로 노출할지 정하고 이를 실행하여 해당 작품의 흥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정하고, 발생한 이익 중 일정 퍼센트를 수수료로 취한 후 작가 또는 작가를 대행하는 에이전시에게 지급한다.
웹툰 에이전시와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 유통을 담당하는 전문 직무
웹툰 에이전시와 웹툰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기업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경영 관리자들이 존재한다. 회사의 창립과 지속, 채용·인사, 재무·회계를 책임지고, 비즈니스 전략을 결정한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 경우 경영 관리자가 직접 실무를 맡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도로 실무자를 고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실무자는 웹툰PD(producer 제작자)다. 웹툰PD는 작가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실력 있는 작가를 찾고, 작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작가의 발전을 유도하고, 작가를 응원하고 지원하여 결국 좋은 웹툰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작가는 너무 오래 한 작품을 하다 보면 그 안에 매몰되어 본인 작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이때 웹툰PD가 다양한 제안을 통해 작품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며, 문제는 개선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고로 웹툰PD는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원고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데에 관여하고 힘을 보태는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직무이다.
그래서 웹툰PD는 더 좋은 작가를 발굴해 우수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어야 하며, 작가와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작품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 전문성과 더불어 작가와 원활하게 대화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소통 역량도 필수다. 또 작가의 스트레스 관리를 해 주는 심리적 조력자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대변인 역할도 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무실 업무 능력도 요구된다.
이렇게 작가를 직접 발굴하고, 관리하는 업무가 상당히 고되기 때문에 웹툰 플랫폼 경우 이를 웹툰 에이전시에 맡기기도 한다. 이렇게 분업할 경우 에이전시 웹툰PD가 작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플랫폼 웹툰PD는 에이전시가 제안하는 작품 중 적당한 것을 고르고, 독자에게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플랫폼 웹툰PD가 작가와 직접 관계를 맺고 관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업계에서는 보통 ‘플랫폼 직계약’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웹툰PD가 작가 관리 뿐 아니라 웹툰 홍보, 유통, 판매까지 모두 담당했지만, 그럴 경우 업무가 너무 과중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웹툰MD(merchandiser 상인)가 이를 맡는다.
웹툰 제작과 작가 관리 외 ‘뭐든지 다한다!’를 줄여서 MD라는 업계 농담이 있을 정도로 웹툰MD는 웹툰을 더 잘 판매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잘 팔수만 있다면 없던 업무도 만들어서 하는 것이 웹툰MD다. 일반 회사의 영업·판매직(마케터)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MD는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일명 ‘덕질 영업’이 직무화된 거라고 볼 수도 있다. 작품의 매력과 장점을 파악하고, 해당 작품을 선호할 만한 독자층을 특정한 후, 그 독자층의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 독자, 소비 시장 등에 대한 안목을 두루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덕력’이 있을수록 유리하다. 홍보, 유통, 판매와 관련 실무 역량도 있어야 하며, 웹툰PD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무실 업무 능력도 요구된다.
또 웹툰 해외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웹툰MD도 등장했다. 한 개 이상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필수이며, 목표로 하는 국가의 사회 문화와 소비 시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또 반대로 해외에서 만들어진 웹툰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해외 웹툰을 발굴하고, 계약을 체결해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업무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수출입 과정 중에는 번역도 필요하므로 전문 번역가가, 해외 플랫폼에서 작품 관리 및 판매를 담당하기 위한 해외 플랫폼 PD와 MD도 있어야 한다.
또 웹툰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독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홈페이지와 앱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 관리하는 개발자와 관리자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웹툰의 성공적인 홍보, 유통, 판매를 위해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으며, 각 업무가 전문화되고 체계화되면서 새로운 직무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웹툰 산업이 지속적으로 확장, 발전,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유통 관련 전문 직무 종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