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석유인 K-웹툰의 위협요소: 사이버 범죄
자타공인으로 요즘 한국은 전 세계의 문화 발전을 주도하며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문화가 현실공간 및 사이버공간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제 K-팝, K-드라마, K-영화, K-뷰티, K-푸드 등 ‘K’는 한국 문화를 다른 문화와 구분해 주는 한국의 시그니쳐 알파벳이 되었다. 특히 K-웹툰은 그 자체로 한국 문화의 선봉장이면서 다양한 K-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한국 문화산업에서 ‘석유’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K-웹툰은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고 있어서 사이버공간을 통해 전 세계로 곳곳으로 뻗어갈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전 세계의 누구에게나 사이버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밤토끼’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불법웹툰 서비스를 통해 웹툰 자체에 대한 이익이 침해되기도 하지만, 도박이나 마약범죄 등 2차 범죄의 관문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일회적인 사법절차로 관련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밤토끼 사건이나 최근 그와 유사한 사례로 주목을 끌고 있는 ‘누누TV’사례를 보면 해당 사이트의 폐쇄 이후 모방 불법사이트가 더 늘어났다. K-웹툰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사이버범죄자들에게 오히려 자양분이 되어 끊임없이 K-웹툰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K-웹툰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K-웹툰의 위협을 단지 웹툰작가나 웹툰기업의 저작권 침해 문제 정도로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며, 사이버 범죄 차원에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 그림 1.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음란사이트, 휴응업소 광고, 도박사이트 광고 등 다른 범죄와의 연계 내용을 공개하였다 - 이미지 출처 웹툰인사이트 ]
K-웹툰의 성장의 양지와 음지
세계의 만화시장은 크게 미국과 일본이 양분해 왔다. 최근 한국이 출판물 형식이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의 플랫폼을 통한 웹툰(webtoon) 형식으로 이제까지의 역학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만화 산업백서』를 살펴보면, K-웹툰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따라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웹툰 플렛폼 업체들은 몸집을 키우면서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만화시장에서 웹툰시장이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들이 만화를 이용하는 행태가 출판물에서 웹툰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으며, 그 이용 빈도나 유료결재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백서에 따르면 만화 형태별 이용경험을 보면 웹툰만 이용하는 경우가 71.6%에 이르고, 일주일에 1~2회 이상 웹툰을 이용하는 경우도 67.2%가 넘으며, 유료결재 경험도 45.7%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K-웹툰은 문화 및 산업측면에서는 현재 꽃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무대로 성장하고 있는 K-웹툰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하나는 불법복제 서버의 위협이다. 불법복제 서비스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2022 글로벌유통대응 백서』에 따르면 2019년에는 대략 3천 183억으로 추산되었으나, 2020년에는 1.7배 증가한 5천 488억으로 추산되었다. 그로 인해 합법적인 웹툰 플랫폼 수는 2018년 40개에서 2020년에는 31개로 감소한 반면, 불법웹툰 사이트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대형화 및 고도화 되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2,685개(한글 사이트 272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웹툰 사이트에 대응하여 다양한 디지털 기술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불법웹툰 제공자들은 포렌식 마크 회피를 위해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이미지 차단 회피 기술, URL 접근 회피 기술 등을 발전시켜가면서 감시를 벗어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웹툰불법 번역이다. 웹툰불법 번역자들은 대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웹툰불법 번역 유형들은 다양한데, ①불법 번역물을 커뮤니티에 게시하여 명성을 쌓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유형, ②팬을 가장하여 번역을 하고 금전을 요구하는 유형, ③공식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먼저 번역하여 스스로가 K-웹툰의 홍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유형, ④누구든지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구매력이 낮은 독자들을 위해 번역하여 게시하는 유형 등이 있다. 웹툰불법 번역이 K-웹툰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그 과정이 합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K-웹툰 이용에 대한 왜곡되고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웹툰 번역자에게 처벌 위험을 경고하여 해결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그림 2. 언어권별 침해 양상(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백서) ]
K-웹툰 대상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
지금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K-웹툰은 불법웹툰이라는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불법웹툰 문제를 단순히 해당 작가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나 K-웹툰의 확산을 위해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불법웹툰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불법의식이 약하고, 또한 법적으로도 형사처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민사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한 불법웹툰이라도 한국의 K-웹툰이 세계적으로 홍보가 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불법웹툰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불법웹툰은 점차 기업형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2차적인 도박 및 마약범죄의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불법웹툰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경제범죄로 취급할 필요성이 높다. 또한 불법웹툰은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이버범죄의 특성도 갖고 있다. 사이버범죄의 대표적인 특성으로는 익명성, 비대면성, 무경계성, 동시성, 집단성, 잠재성, 암수범죄성, 빠른 전파성과 천문학적 재산피해 등이 있다. 더욱이 사이버범죄는 누구든지 범하기 쉽지만 기술적인 문제나 형사사법권의 한계 등으로 인해 수사나 처벌이 어렵다. 불법웹툰은 그와 같은 사이버범죄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점점 더 조직범죄화 되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불법웹툰에 대한 대응전략도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첫째로, 불법웹툰 수요자를 감소시켜야 한다. 그를 위해 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불법웹툰의 폐해를 알리는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시민들은 주로 K-웹툰이 세계적으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정보들을 주로 접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웹툰으로 인한 폐해는 단편적으로만 이해하며, 그 피해 정도를 제대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따라서 정부는 불법웹툰 근절을 위한 홍보활동을 하면서 그 피해가 곧 우리나라와 국민의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둘째로, 산업계와 함께 불법웹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야 한다. 단순 일회성 사업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불법웹툰 문제가 발생하는 국가나 사이트 등의 피해상황을 분석하여 유관기관들과 산업계, 수사기관 등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누누TV’ 사건에 대해 협동하여 대응하였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법웹툰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국가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셋째로, 형사절차적 한계점을 인식하고, 국제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불법웹툰이 서비스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해당 국가와의 직접적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찰청에서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 데스크’와 같은 제도도 강화하여야 하고, 양자간 협약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럽 사이버범죄방지협약’에 가입하는 절차를 서두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넷째로, 밤토끼 사건처럼 해외에서 불법웹툰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색과 같은 새로운 대응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수색은 수사기관이 원격지의 서버에 접속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제도로서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한국을 위해서
K-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한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웹툰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K-웹툰과 관련된 사이버범죄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제까지 K-웹툰의 침해 문제는 단지 해당 작가들의 저작권 문제나 웹툰 플랫폼의 사업상의 문제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K-웹툰 문제는 더이상 개인적이거나 민사적인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불법웹툰 문제는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며, 조직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2차적으로 도박 및 마약범죄 등 연관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 대응방법은 만화산업의 내제적 한계, 한국 법률의 적용범위의 한계, 시민들의 인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 불법웹툰 문제의 인식지평을 녋혀서 사이버범죄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구 선생님께서는 ‘나의 소원’에서 한국이 문화 강국이 되기를 소원하셨다. 이제까지 일본과 중국 문화에 밀려있던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의 큰 물줄기가 되어 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K-컬쳐의 중요한 하나의 기둥이 바로 K-웹툰이다. 하지만 K-웹툰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세계화 될수록 그에 비례하여 불법웹툰과 같은 문제들도 자라나고 있다. K-웹툰을 위협하고 있는 행위는 사이버범죄이다. 우리가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문화 강국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때,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주었던 홍콩 문화가 쇠퇴한 과정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 가 K-웹툰이 처한 문제를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작자들이나 관련 부처들만의 업무로 인식하고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K-웹툰의 쇠퇴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김구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문화 강국으로 굳건하게 서기 위해서 국회, 정부, 산업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불법웹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 본 칼럼은 『이원상, “K-웹툰을 위협하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대응방안”, 법학논총 제29권 제2호, 2022』 논문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