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공식처럼 웹툰-애니메이션 공식이 이뤄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만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TV 방영을 위해 만들어진 <떠돌이 까치>(1987)를 시작으로 <달려라 하니>(1988), <아기공룡 둘리>(1988), <날아라 슈퍼보드>(1990) 등 유명 작품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TV애니메이션 산업의 마중물이 되었다.
만화 플랫폼이 변화하고 웹툰이라는 단어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는 조금 거리가 생긴 듯하다. 웹툰의 작품성과 흥행성이 인정되며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되고 있어 ‘웹툰 원작 작품’이라는 수식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주로 유아동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비 연령대가 높은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몇몇 있으나 흥행에 실패한 까닭도 있다.
그러나 모바일 플랫폼의 대두와 영상 콘텐츠에 대한 니즈의 확대로 다양한 부분에서 애니메이션 산업도 탄력받고 있으며, 흥행을 인정받은 웹툰 작품들이 애니메이션화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애니메이션 <와라! 편의점>(좌), <마음의 소리> 시즌2
2010년 처음으로 애니메이션화 된 웹툰 <와라! 편의점>은 웹툰+애니메이션이라는 의미의 ‘웹투니메이션’이라는 명칭으로 <와라! 편의점 더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본래 인터넷 공개를 목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이후 24부작 TV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지강민 작가의 인터뷰(2010)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사업을 위한 좋은 홍보 수단이며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등 관련 산업의 확장을 위해 필요한 시도이다. <와라! 편의점> 이후로 웹툰의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으며 <놓지마 정신줄>(2014), <괴발개발>(2016), <마음의 소리>(2016) 등의 TV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다. 이 작품들은 시즌2까지 제작되며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하며 연재 웹툰과 더불어 캐릭터 산업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시작되고, 이후 장편 애니메이션은 큰 호황을 맞이하였다. 8, 90년대 TV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되며 밝은 미래를 꿈꾸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은 2000년대 큰 침체기를 겪으며 많은 작품이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가 계속되고 웹툰 원작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유아동이나 청소년을 넘어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과감한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극장 개봉과 더불어 IPTV나 VOD에 함께 공개되며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웹툰들은 웹툰 구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 작품들로 원작의 인기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제작되며 기대감을 모은다. <발광하는 현대사>(2014)와 타이밍(2015), 나쁜 상사(2018)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발광하는 현대사>와 <나쁜 상사>는 19금 성인 대상 웹툰을 원작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비 반경을 확장시켰다. 웹툰 <노블레스>의 경우 <노블레스:파멸의 시작>(2015)이라는 제목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을 OVA로 제작하여 장편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을 도모했다.
△ OVA <노블레스:파멸의 시작>(좌),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기괴괴:성형수>(우)
이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들의 가능성과 식지 않는 웹툰에 대한 인기로 앞으로도 많은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될 예정이다. 이 작품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웹툰의 인기와 국내 콘텐츠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해외 투자 유치 및 수출이 함께 예정되어 있다.
공포물 <기기괴괴 : 성형수>(2020)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등에 함께 개봉되며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등의 작품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예정에 있다.
웹툰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힘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며, 웹툰 IP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콘텐츠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는 2017년 ‘웹툰 플레이’ 앱을 통해 <마음의 소리>, <대학일기>, <달콤한 인생> 등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연재를 시작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가볍게 시청할 수 있는 스낵컬쳐 개념의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앱으로 시작한 네이버의 애니메이션 서비스는 현재 ‘시리즈온’이라는 토탈 콘텐츠 앱으로 이동했다. 과거 서비스되던 작품들이 주로 무빙툰의 형태였다면 시리즈온 앱을 통해서 공개된 작품들은 TV방영을 함께 진행하며 전통적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 애니메이션 <신의 탑>(좌), <갓 오브 하이스쿨>(우)
현재 웹툰 원작으로 공개된 작품은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이다. 두 작품 모두 오랜 기간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며 전 세계 수십억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신의 탑>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합작으로 제작되어 미국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크론치롤이 투자 및 유통, 일본 애니메이션제작사 텔레콘 애니메이션 필름이 총괄 제작한 작품이다. <신의 탑>은 2020년 4월에 공개되어 6월 종영되었고 <갓 오브 하이스쿨>은 2020년 7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일본 등에 방영되었다. 국가별로 스트리밍 또는 TV 채널을 통해 공개되며 국내에는 네이버 시리즈온을 통해 공개되었다.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중심 동영상 플랫폼의 인기로 인해 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즈 니즈가 글이나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에 비해 크게 확대되었다. 영상 콘텐츠의 양적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작품성과 인지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가 확보된 작품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청자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아동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웹툰 원작 작품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층 확대를 위한 기회로 국내 애니메이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TV애니메이션이 호황이던 8, 90년대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함께 제작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선례를 고려했을 때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연계는 서로 간 상승효과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