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는 영역은 “만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응용한 장르로서 영화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종이를 벗어나 스크린으로 옮겨갔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영화속의 <괴물>을 훑어보고자 한다.
특히 깐느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이러한 시도는 더욱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영화 「괴물」의 스토리와 설정은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몬스터 영화에 더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거대 괴수물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 그런 뜻에서 본 글에서는 영화「괴물」의 흥행 성공을 기원하며 잠재적 경쟁상대(?)인 일본 괴수들의 면모를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지면 관계상 괴수가 주인공이 아닌 작품은 생략.) - 잠본이, 편집자
1954년에 토호[東寶]영화사가 제작한 거대괴수영화의 고전 「고지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일본 최초로 특수촬영(특촬) 파트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본격 SF영화인 동시에 50여년 가까이 확대 재생산되는 일본 괴수영화의 기본 포맷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핵실험에 의해 동면으로부터 깨어난, 티라노사우르스를 닮은 괴수 고지라가 일본에 상륙하여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만 결국 어느 과학자가 개발한 금단의 병기에 의해 퇴치된다’라는 극히 단순한 플롯에 기초하고 있으나, 당시 사회문제였던 ‘핵의 공포’를 반영한 설정과 할리우드 영화 「심해에서 온 괴물」(1953)을 벤치마킹한 기획, 그리고 특촬 부분에 못지않게 정성스럽게 묘사된 인간 드라마에 힘입어 예상 밖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에 고무된 토호는 곧바로 속편의 제작을 결정, 1955년에 개봉한 제2작 「고지라의 역습」에서는 전작의 사회비판적 성격 대신 라이벌 괴수 안기라스와의 대결을 강조한 ‘순수 오락 노선’을 추구하여, 주역괴수와 적 괴수의 배틀 스토리라는 또 하나의 공식을 제시했다. 이후 토호는 잠시 고지라를 잠재워두고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1962년에 미국 괴수의 원조이자 국제적 대스타인 킹콩과 고지라를 대결시킨다는 희대의 이벤트성 작품 「킹콩 대 고지라」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고지라 시리즈’를 정착시킨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고지라 시리즈는 제1작과 제2작에서 선보인 기본 공식을 교묘하게 배합 ? 재활용하는 한편, 토호가 축적한 다른 장르영화의 노하우까지 흡수하면서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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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고지라 대 비오란테 / 고지라 대괴수 총공격 / 고지라 파이널 워즈 |
현재까지 만들어진 고지라 시리즈는 크게 나누어서 3기로 분류되는데, 제1작 「고지라」(1954)부터 제15작 「메카고지라의 역습」(1975)까지 이어지는 쇼와(昭和) 시리즈, 제16작 「고지라」(1984)부터 제22작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1995)까지 이어지는 헤이세이(平成) VS시리즈, 그리고 제23작 「고지라 2000 밀레니엄」(1999)부터 제28작 「고지라 FINAL WARS」(2004)까지 이어지는 밀레니엄 시리즈이다. 그밖에 번외편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GODZILLA」(1998)와 이에 기초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존재한다.
현재는 괴수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진 현실을 받아들여 시리즈 자체는 「FINAL WARS」를 끝으로 잠정 종결된 상태이지만, 토호가 고지라의 상품가치를 알고 있는 한, 그리고 고지라를 사랑하는 괴수영화 팬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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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괴수 가메라 |
「고지라」의 성공은 곧바로 수많은 아류작이나 모방작의 난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중에서 고지라에 맞먹을 만한 지명도와 인기를 획득한 작품은 극히 드물었고, 장기 시리즈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 시리즈의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제트 추진으로 하늘을 나는 거북이 괴수 가메라였다.
1965년 다이에이[大映]가 제작한 「대괴수 가메라」를 통해 첫선을 보인 가메라는 아틀란티스의 전설에 등장하는 고대 괴수로, 흉악한 성격이지만 왠지 어린이에게는 약하다는 일면도 있다. 제1작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역이었으나,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점점 성격이 변하여 결국에는 인류를 지키는 정의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는다.
고지라가 그랬던 것처럼 가메라도 제2작 「대괴수결투 가메라 대 바르곤」(1966)에서 적 괴수와 대결하는 포맷을 확립, 제3작 「대괴수공중전 가메라 대 갸오스」(1967)부터 제7작 「가메라 대 심해괴수 지그라」(1971)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괴한 괴수들과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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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가메라 대 심해괴수 지그라/대괴수결투 가메라대 바르곤/대괴수공중전 가메라 대 갸오스 |
고지라 시리즈가 오락적 요소를 양념 삼아 도입하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왕도를 벗어나지 않는 정통파 괴수영화였던 데 비해 가메라 시리즈는 장르영화로서의 기상천외함과 70년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이 어우러진 변칙적 괴수영화라 할 수 있다. 적 괴수들도 현실적으로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기괴한 형상을 띠고 있으며, 가혹한 제작 여건에서 저예산으로 찍어야 했던 특촬 장면은 B급영화 특유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이렇게 나름대로 분발한 결과 고지라 시리즈와 함께 어린이들의 인기를 양분했던 가메라 시리즈도 결국 시대의 흐름에는 이기지 못하고, 전작들의 필름을 재편집한 땜빵용 작품인 「우주괴수 가메라」(1980)를 끝으로 한동안 휴지기에 들어갔다.
가메라가 생각지도 않게 부활한 것은 고지라의 2기 시리즈가 일단락된 1995년이었다. 에로영화에서 판타지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 카네코 슈스케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로 유명한 각본가 이토 카즈노리, 그리고 가이낙스 출신의 특수촬영감독 히구치 신지라는 괴물급 스탭진이 모여들어 새로운 가메라를 내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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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 가메라2 레기온습래, 가메라3 이리스각성 |
그렇게 해서 완성된 영화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은 이전 시리즈와는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세계관을 무대로 보다 현실적인 드라마와 박진감 넘치는 특촬 장면, 그리고 고지라 시리즈를 능가하는 정통 괴수영화의 테이스트까지 보여주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어, 「가메라 2 ~레기온 습래~」(1996)와 「가메라 3 ~이리스 각성~」(1999)이라는 속편까지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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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자들 ~가메라~ |
그 후 가메라는 다시 한번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2006년에 탄생 40주년 기념작으로서 「작은 용자들 ~가메라~」라는 신작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어린이의 친구’라는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가메라와 소년의 교류를 그리는 가족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시리즈 사상 최초로 가메라가 새끼에서 완전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호에서는 고지라 이외에도 수많은 괴수영화를 만들었는데, 거대 익룡이 등장하는 「하늘의 대괴수 라돈」(1956), 곤충괴수의 대명사인 「모스라」(1961), 해파리를 닮은 에너지 생명체가 등장하는 「우주대괴수 도고라」(1964), 거대한 인간형 괴물과 지저괴수의 싸움을 그린 「프랑켄슈타인 대 바라곤」(1965), 킹콩을 본뜬 로봇괴수가 활약하는 「킹콩의 역습」(1967), 해양생물의 돌연변이 괴수 3마리가 접전을 벌이는 「결전! 남해의 대괴수」(1970) 등이 있다. (이들 중 라돈, 모스라, 바라곤은 고지라와 공연하여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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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대거수 갓파 / 우주대괴수 기라라 / 다이고로 대 골리아스 |
토호 외의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으로는, 인간에게 납치된 새끼를 구하려고 부부 괴수가 도시를 습격하는 정통 괴수물 「대거수 갓파」(1967, 닛카츠[日活]), 우주에서 온 의문의 발광체가 괴수로 자라나는 SF대작 「우주대괴수 기라라」(1967, 쇼치쿠[松竹]), 인간에게 양육된 괴수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악의 괴수와 싸운다는 코믹터치의 감동드라마 「괴수대분전 다이고로 대 골리아스」(1972, 츠부라야 프로덕션[円谷プロ]) 등이 존재한다.
top 2006년 6월 vol. 40호
* 이 글은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http://mahn.co.kr)과의 공동 기획입니다.
글 잠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