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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만화로 느껴보자!(3) 추천! 공포 만화 12

여름을 맞이해 만화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는 ‘우리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만화들’! 공포란 반드시 피가 흐르고 비명이 터지고 뼈가 꺾여야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근원적 공포를 지옥과도 같은 심연 저 밑바닥에서 끌어 올리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 보시지요.

2006-07-01 만 편집부

1.「AROMA」
최경아, 1권 완결, 도서출판 대원(주)
 AROMA

죽은 사람을 살리는 정체불명의 향수. 죽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누군가는 금단의 향수를 사용한다. 향수는 사람의 체취와 결합해서 그 향기를 낸다. 마찬가지로 향수에 의해 살아난 사람은 누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려냈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 사랑, 죄의식, 집착. 과연 그 향수를 떨어트릴 때, 나의 혼란스런 마음속엔 무엇이 있었을까? 내가 살려낸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의 추한 면을 거울로 대면하는 것과 같이 고통스럽다.

한 권의 분량으로 된 이 만화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루이스&이브, 베니&루이스)가 맞물려있다. 살아난 시체나 집착으로 인한 살해 등 단순 공포로 엮을 수도 있었을 소재들을 순정만화답게 굉장히 감성적으로 잘 엮어낸다. 문제는 살려내는 것이 아니다. 살려낸 사람을 어떻게 진심으로 평생 돌볼 것이냐이다. 향수로 살려낸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정서적으로도 자신을 살려낸 이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밤에 체온이 떨어져 반드시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 자연스런 성장/노화도 상대와의 교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죽음의 강을 건너온 사람을 고독하게 만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by 닭의 비행)

2.「두 사람이다」
 강경옥, 4권 완결, (주) 시공사
두 사람이다

주인공 지나는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그의 집안은 대대로 저주받은 집안이다. 자기 대에서의 희생자가 자신이고 주변의 두 명이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라는 점괴를 들은 후, 지나의 평범한 일상은 끝나 버린다. 몇 번의 살인 미수를 겪으며 자신의 가족, 친구들을 모두 하나씩 의심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는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만나며, 입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할지 모르면서도 아무도 안만날 수는 없고, 언제 살해당할지도 모르면서 일상을 내팽개쳐버릴 수 없는 갈등. 작은 감정도 갑자기 증폭되어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가벼운 미움, 질투, 의심도 모두 공포로 다가온다.
(by 닭의비행)

3.「껍질의 각인」
 서문다미, 단편, 도서출판 대원 (주)
껍질의 각인

멍한 눈빛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옆자리의 단짝 친구 민혁. 하진은 방학을 마지막으로 그를 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그가 가출했다고 생각한다.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는 매미를 보며 끔찍한 소년기를 벗어나 날아오를 수 있길 꿈꿨던 민혁과 순간의 실수로 그 매미를 무참하게 짓뭉개 버렸던 하진. 방학 직전 그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라진 민혁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전반적으로 음침한 분위기의 단편집 속에서도 특히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의 단편. 단편집 『껍질의 각인』 및 『삭월』에 수록. (by 닭의비행)

멍한 눈빛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옆자리의 단짝 친구 민혁. 하진은 방학을 마지막으로 그를 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그가 가출했다고 생각한다.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는 매미를 보며 끔찍한 소년기를 벗어나 날아오를 수 있길 꿈꿨던 민혁과 순간의 실수로 그 매미를 무참하게 짓뭉개 버렸던 하진. 방학 직전 그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라진 민혁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전반적으로 음침한 분위기의 단편집 속에서도 특히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의 단편. 단편집 『껍질의 각인』 및 『삭월』에 수록
. (by 닭의비행)


4.「변신」
 최인선, 단편, (주) 서울문화사
변신

음침한 집에 살고 있는 모자. 자물쇠로 채워진 다락방에는 아들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느 날 아들은 다락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데리고 오고, 어머니는 괴물을 죽여야 한다며 아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코믹과 공포가 반반씩 섞인 단편집 『속 보이는 놈』에 수록.
(by 닭의비행)

5.「에이리언9」
 토미자와 히토시, 전 3권 완결, 삼양출판사
에이리언9

「에이리언9」에서 그리고 있는 근미래의 지구는 너무나 암울합니다. 인류는 외계인과의 공생-실제적으로는 외계인에 사육되고 융합되는-이라는 미래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 배경 하에서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진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동아리활동으로 외계인퇴치를 한다는 어찌 보면 유머러스한 설정의 작품입니다만, 이 아이들이 하고 있는 동아리활동의 실체는 실로 무시무시합니다. 그리고 경악의 결말.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만큼 정말 오싹하게 만드는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3권 완결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 역시 분류는 SF군요. 하지만 충분히 무서운 작품이니 공포만화로서 추천해 봅니다.
(by 산왕)

6.『이토 준지 공포컬렉션』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컬렉션

공포만화의 대표 격 작품이라 보실 분들은 이미 다 보셨겠지만, 추천해 봅니다.

그림을 불쾌할 정도로 끔찍하게 그리는 점 외에는 장점이 없다고까지 혹평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건 워낙 유명해진 작가의 이름값 때문에 나오는 반응인 것 같고, 진부한 표현입니다만 작가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정도인 괴이하고 끔찍한 그의 상상력이 좀 더 중요한 요소일 테지요.

공포컬렉션이라는 제목 하에 나온 일련의 작품들 외에 「공포의 물고기」 「소용돌이」 등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by 산왕)

7.「기생수」
 이와아키 사토시, 전 10 권, 학산문화사
기생수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식인생물, 패러사이트(기생수). 인간이 10만 분의 1로 줄면 그들이 쏟아내는 독도 10만 분의 1이 될까? 누군가가 생각했다. 이 지구상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그래서 기생수들은 인간을 도륙하고 먹는다. 당신이 신뢰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빌려서 아낌없이 피를 묻히며.

나는 호러포비아다. 호러로 분류되는 장르의 영화는 일체 거절, 어드벤처물이라는(거짓말!) 「쥬만지」에도 덜덜 떨며, 과제로 주어진 학교괴담 채록이 너무 괴로웠다. 당연히 호러 만화도 거의 본 일이 없다. 강경옥 선생님 덕에 이를 악물고 도전한 일이 있지만, 호러 단편은 몇 개밖에 없는 「이미지 퍼즐」조차 방에 꽂아놓을 수가 없었다. (애정이 부족하다고 욕하지 마라. 일단 잠은 편히 자고 볼 일 아닌가!) 이와아키 사토시의 「기생수」를 제외하고.

어쩌다 친구 어깨 너머로 슬쩍 본 후, 절대로 저 만화만은 안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중학교 때였다. 그러나 몇 년 전 모종의 추천으로 인해 손가락 끝으로 바들바들 책장을 넘겨가며 읽고난 뒤(구판의 화이트칠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 만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그 모든 공포를 이겨내고 끝까지 읽을만한 충격과 감동이 이 작품 속엔 있었다. 「기생수」는 공포를 위한 공포물이 아니라, 공포를 통하여 더 큰 희망과 연민, 사랑을 드러내려 하는 만화였기 때문이다. 이런 몇 줄로 내가 지켜본 신이치의 일년을 전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의지하며 산다. 언젠가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by 살아가자)
8.「도박묵시록 카이지」
 후쿠모토 노부유키, 총 32권(미완), (주) 학산문화사
도박묵시록 카이지

편의점 동료의 빚보증을 섰다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쫓기게 된 카이지. 궁지에 몰린 그에게 재미있는 제안이 들어온다. 도박선에 승선했다가 무사히 내리면 빚을 없애주겠다는 것. 그러나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도박선에 실려 있었던 것은 희망만이 아니었다.

내가 만화책을 읽다가 중도하차하게 되는 경우, 이유는 단 한 가지 재미가 없어서이다. 만화를 처음 손에 잡은 순간부터 한번도 깨지지 않았던 법칙이건만 단 한번의 예외가 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6권을 읽고 나서, 나는 7권을 찾지 않기로 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마주해야할 카이지의 현실이 너무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결국 어찌어찌하다보니 나중에 다 보게 되긴 했지만, 그때의 섬뜩한 공포는 아직도 가슴에 깊이 남아있다. 살고 싶으면 상대를 밀어 떨어뜨리라는 그 강렬한 유혹에 나 역시 버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카이지는 그러고도 인간이냐고 말하지만, 카이지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인간이라고.

「도박파계록 카이지」로 넘어가면서 작품 분위기가 발랄하게(?) 바뀌지만, 인간애와 신뢰를 파탄 낼 듯한 「도박묵시록」의 분위기는 아직도 시꺼멓게 나를 짓눌러온다. 그럼에도 다시금 이 책에 손을 대고 마는 것은, 이 작품이 인간불신 속에서도 희망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어둠 속이기에 자그마한 빛이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by 살아가자)

9.「호러스쿨」
 전수현, 전 2권 완결, <학산문화사> 『파티』 연재작
호러스쿨

사실 이 작품은 연재가 끝난 지 6년이나 지나서 헌책방이나 가야지 겨우 찾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호러만화가 별로 없는 우리 만화계의 풍토에서 학원 공포물로는 좋은 질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스토리의 일부가 창작이 아닌 것도 많지만 그래도 내용의 전개에서는 호흡을 잃지 않으며 잘 가고 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는 긴 머리를 한 여학생에 관한 에피소드였는데, 이걸 잡지에서 보고나서 며칠간 그런 머리를 한 여학생에 대해서 무서운 생각이 자꾸 들었었다. 그림체도 자신만의 색깔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전수현의 첫 연재작이다. 그러나 전수현은 이 작품이후에 『쥬티』에서 연재했던 「비룡전설」이후로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작가의 빠른 복귀를 빈다.(by Skyjet)

10.「레드럼327(REDRUM327)」
 고야성, 3권 완결, 『대원씨아이』 이슈 스페셜 코믹스
레드럼327

이 작품은 특이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그린 고야성 씨가 순정에서 성인, 공포물까지 다재다능하게 넘나드는 재주꾼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만화가 음반과 공동으로 기획된 만화라는 점 때문이다. 참고로 노래는 기후의 「눈물이 하늘 가려」였고, 만화와는 별개로 드라마 형식을 빌린 뮤직비디오도 나왔다.

작품의 스토리는 좋은 편이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해 정신병원에 간 어떤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상황?심리묘사가 좋아 어째서 그녀가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절감할 수 있다. 공동전선을 폈던 노래의 인기 여부를 떠나 섬뜩한 공포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작품. (by Skyjet)

* 제목인 레드럼의 영어철자를 뒤집으면 ‘살인’을 뜻하는 MURDER가 된다.

11/12.「탐미식탐」, 「뷰티스프」
양여진
탐미식탐, 뷰티스프



「탐미식탐」과 「뷰티스프」는 여성 만화잡지 『허브』 2005년 8월호(8월 1일 발행, 창간 1주년 기념호)에 각각 여섯쪽, 스물두 쪽 분량으로 연이어 실린 단편들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애써 묻어왔던 우리 내면, 우리 사회 내면을 신랄하게 풍자 해 내고 있다.

「탐미식탐」은 실제로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보석이고 나비고 닥치는 대로 먹던 추녀가 급기야 남성들의 우상이라는 한 여배우까지 죽여 먹어치우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를 먹음으로써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곧바로 배신당한다. 추녀의 껍질을 찢고 미녀가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 미녀는 껍질과 눈알 한 쪽만 남은 추녀를 바라보며 냉소한다. 남을 해쳐가면서까지 목적을 이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고 만 것, 아니 스스로 ‘없앤 것’이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뷰티스프」는 한 술 더 뜬다. 명문 기숙학교에 고아에다 성적도 외모도 모든 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채경아’가 전학을 온다. 그런데 모두가 죽은 교장의 딸 ‘허윤정’과 닮았다며 과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 어느덧 경아는 윤정이라 불리며 알려진 대로의 인상에 자신을 맞추어 간다. 맛도 냄새도 이상하지만, 아름다워지는 약이라고 하는 ‘뷰티스프’를 꿀꺽 꿀꺽 목구멍 뒤로 넘겨가면서. 하지만 반년 뒤 새 전학생이 오자 경아의 위치는 순식간에 ‘윤정이’가 아닌 ‘전학생 경아’로 돌아가고, 이에 경아는 처음엔 상상도 못했을 악독한 마음과 질투심에 휩싸여 달려간다.

하지만 경아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그리고 천박한 너 대신 새로운 아이를 들여왔다는 교장의 절망스러운 선언과 친구들의 칼날이었다. 난도질당하면서 경아는 깨닫는다. 자신은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노리개일 뿐, 있지도 않은 윤정이를 광대마냥 연기하다 그들의 미모를 위한 뷰티스프의 재료가 될 뿐이라는 걸. 그리고 새 ‘윤정이’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집단으로 약자를 갖고 놀다 망가뜨리고 버린 후, 또 다른 장난감을 찾는 행태를 ‘뷰티스프’에 빗대 은유한 이 작품이 주는 공포는 바로 나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조금 더 나아가자면 지금 우리 바로 옆에서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잔혹한 구도에서 온다. 「탐미식탐」의 추녀 또한 마찬가지. 그 또한 우리의 추한 자화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독자만화대상2005> 단편부문 본선 진출작이며 아직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지는 못했다. 양여진 씨의 또 다른 『허브』 발표 단편인 「소녀」(2004년 8월 창간호 게재)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여야 할 수작들.
(by 서찬휘)

작품의 스토리는 좋은 편이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해 정신병원에 간 어떤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상황?심리묘사가 좋아 어째서 그녀가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절감할 수 있다. 공동전선을 폈던 노래의 인기 여부를 떠나 섬뜩한 공포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작품. (by Skyjet)

* 제목인 레드럼의 영어철자를 뒤집으면 ‘살인’을 뜻하는 MURDER가 된다.

11/12.「탐미식탐」, 「뷰티스프」
양여진
탐미식탐, 뷰티스프



「탐미식탐」과 「뷰티스프」는 여성 만화잡지 『허브』 2005년 8월호(8월 1일 발행, 창간 1주년 기념호)에 각각 여섯쪽, 스물두 쪽 분량으로 연이어 실린 단편들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애써 묻어왔던 우리 내면, 우리 사회 내면을 신랄하게 풍자 해 내고 있다.

「탐미식탐」은 실제로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보석이고 나비고 닥치는 대로 먹던 추녀가 급기야 남성들의 우상이라는 한 여배우까지 죽여 먹어치우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를 먹음으로써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곧바로 배신당한다. 추녀의 껍질을 찢고 미녀가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 미녀는 껍질과 눈알 한 쪽만 남은 추녀를 바라보며 냉소한다. 남을 해쳐가면서까지 목적을 이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고 만 것, 아니 스스로 ‘없앤 것’이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뷰티스프」는 한 술 더 뜬다. 명문 기숙학교에 고아에다 성적도 외모도 모든 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채경아’가 전학을 온다. 그런데 모두가 죽은 교장의 딸 ‘허윤정’과 닮았다며 과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 어느덧 경아는 윤정이라 불리며 알려진 대로의 인상에 자신을 맞추어 간다. 맛도 냄새도 이상하지만, 아름다워지는 약이라고 하는 ‘뷰티스프’를 꿀꺽 꿀꺽 목구멍 뒤로 넘겨가면서. 하지만 반년 뒤 새 전학생이 오자 경아의 위치는 순식간에 ‘윤정이’가 아닌 ‘전학생 경아’로 돌아가고, 이에 경아는 처음엔 상상도 못했을 악독한 마음과 질투심에 휩싸여 달려간다.

하지만 경아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그리고 천박한 너 대신 새로운 아이를 들여왔다는 교장의 절망스러운 선언과 친구들의 칼날이었다. 난도질당하면서 경아는 깨닫는다. 자신은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노리개일 뿐, 있지도 않은 윤정이를 광대마냥 연기하다 그들의 미모를 위한 뷰티스프의 재료가 될 뿐이라는 걸. 그리고 새 ‘윤정이’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집단으로 약자를 갖고 놀다 망가뜨리고 버린 후, 또 다른 장난감을 찾는 행태를 ‘뷰티스프’에 빗대 은유한 이 작품이 주는 공포는 바로 나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조금 더 나아가자면 지금 우리 바로 옆에서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잔혹한 구도에서 온다. 「탐미식탐」의 추녀 또한 마찬가지. 그 또한 우리의 추한 자화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독자만화대상2005> 단편부문 본선 진출작이며 아직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지는 못했다. 양여진 씨의 또 다른 『허브』 발표 단편인 「소녀」(2004년 8월 창간호 게재)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여야 할 수작들.
(by 서찬휘)


작품의 스토리는 좋은 편이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해 정신병원에 간 어떤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상황?심리묘사가 좋아 어째서 그녀가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절감할 수 있다. 공동전선을 폈던 노래의 인기 여부를 떠나 섬뜩한 공포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작품. (by Skyjet)

* 제목인 레드럼의 영어철자를 뒤집으면 ‘살인’을 뜻하는 MURDER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