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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3) 괴물들의 우아한 티파티

이곳은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괴물들이 아름답게 뛰어노는 동산. 오늘, 진정한 괴물의 덕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신사적인 담소를 나누기 위하여 괴물계의 저명인사들이 우아하게 티 파티를 개최하며 모였다.

2006-06-01 만편집부




고지라(고지라 시리즈) : 아그들아, 아그들아. 세상에서 제일 끝발 서는 게 누구겠노?
몸으로 보나 힘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나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흑백시절부터, 내가 토쿄를 밟아 부순 게 벌써 몇 번인데!

용가리(용가리) : 하이고 성, 거 말 참 겁나게 섭하게 하시네요잉. 떡국은 쪼까 덜 묵었다케도 엥간한 건 천지빼까리로 뎀벼도 끄떡없는 게 나요. 나가 바로 용가리 통뼈요! 비록 몇 년 전 영화 흥행은 실패했지만, 나도 유서 깊은 괴수요.

고지라 : 뭐시라,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네가 나보다 긴 건 꼬리밖에 없잖나!

드래곤(서양 민담 및 너무나도 많은 판타지 만화) : 자고로 힘의 세기를 잰다는 것은 부질 없는 짓…. 하나 굳이 자네들에게 말해두자면 나는 곧 우리이며 우리는 곧 나, 개체 전체가 감응할 수 있는 우리 무리를 당해낼 존재가 있을까. 게다가 원래 자네들은 내 원형에서 변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단 말일세. […라고 의식공명으로 전달]

고지라 : 워메. 이러코롬 저러코롬 해도 결국 쪽수 아이가. 종류도 많아.

음수(우로츠키 동자 외 수많은 성인에로물) : 훗, 하지만 형님들은 괴수랍시고 때려 부수거나 고상하게 폼잡을 줄만 알았지, 진정한 쾌락을 몰라요. 밤낮 안가리는 정력의 상징, 나의 아름다운 촉수들을 보시오!

거대오징어(해적만화류를 위시한 해양 모험물 전문) : 꿔익, 꿔익, 꿔-이익! [해석: 이런 18금스러운 녀석! 어차피 네놈의 촉수는 내 다리에서 모티브를 딴 건데, 내가 다 부끄럽다!]
용가리 : 아, 그러고 보니 좀만 있으면 한강변 고등어 괴물이라는 녀석이 새로 우리 괴수계에 데뷔한다고 그라든디….

난데없이 주변이 어두워지며, 박쥐떼들이 날아온다. 거대괴수들의 테이블에, 인간 크기의 형상이 점차 모습이 뚜렷해진다.

큐라(각종 공포만화, 그리고 두치와 뿌꾸) : 에… 안녕하세요, 여러분. 괴물 모임이라 하길래, 한번 와봤어요. 역시 괴물이라면 그냥 괴성을 뱉으며 기물파손만 일삼는 괴수 여러분보다는, 저 같이 인간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암흑의 귀공자가… 콜록. 게다가 저는 인간이 되려는 의지가… 콜록.

아카드(헬싱) : 제군은 명랑 개그만화 캐릭터지. 같은 드라큘라를 모티브로 하지만 참 쪽팔린다네. 뭐 나도 사정이 있어 인간에게 대들 수 없다. 약해 빠진 주제에 나 같은 괴물을 처치하는 것도 언제나 인간이지. 너희들은 괴물들이니 적당히 개먹이나 되게 해주지.

라 라므 데라르(치키타 구구)
: 먹이? 먹이라면 미식을 위해서 100년 동안 맛없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 최고지. 가끔 곰돌이로 변신도 해주면 쑥쑥 잘 자라난다고.

도깨비들(도깨비신부) : 아니 뭐하러 사람을 잡아 먹는당감? 떡과 묵은 그럼 누가 만들어주고? 게다가 이쁜 샥시도 데려와야제. 사람하고 적당히 잘 지내면서 놀면 좋제.

신이치(기생수) : 훗 인간과 살아가는 진짜 괴물이라면 바로 우리! 신이치 + 오른쪽이 콤비! 이것이 나의 오른손이다! [그린데… 오른손에는 미도리(미도리의 나날)가 붙어있다]

미도리
: 꺄악! 여긴…어디? 세이지 오빠는 어디에? [일동, 난감. 순간 오른쪽이로 변신] …음. 인간 사회의 ‘유머’라는 것을 한번 실험해봤다. 신이치, 유머라는 것은 대단히 난감한 문화로군.

토미에(토미에) : 흥, 그래봐야 너는 신이찌인가 짱아찌인가만 죽으면 같이 끝이잖아. 나는 죽여도 죽여도 안 죽는다고. 썰리고 파묻히고 술 담겨도 꿋꿋하게 살아 돌아올 수 있어! 반드시 다시 돌아와서 남녀노소 누구나 홀릴 거야! 그리고 결국에는 소이치로와 결혼을….

대마왕(대마왕) : 아, 귀찮아. 레게음악이나 듣자고! 하기도 싫은 거 떠맡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구를 지배해야 하는 몸이야. 인간이고 괴물이고 자시고, 너희를 다 지배하기 위해 불철주야 지켜주고 있는 고충을 알아, 몰라?!

조아노이드(가이버) : 고작 지구가 문제인가. 어차피 인간은 강림자께서 제작한 존재. 우리는 그를 찾아가야 한다. 너희를 지배하는 건 그걸 위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억?!

가이버 : “가이버-!” [투콱, 퍽, 콱]

그리드(강철의 연금술사) : 하핫, 우주? 그래 그 정도 욕심은 있어야지! 하지만 인간들과 진짜 애증을 가질 수 있는 건 만들어진 인간, 우리 호문쿨루스들이지. 프랑켄슈타인, 골렘 등 여러 변종 괴물들의 원형이라고. 사랑도, 증오도, 우월감도, 영생불사도, 모두 욕심 많은 내 것이지!


인간들과 사는 괴물들까지 끼어든 테이블에 난데없이, 진짜 인간이 난입한다


요한(몬스터) : 개구리 세 마리를 따라서 왔어… 내 이름은… 무엇? 그 때 내 안에서 진짜 괴물이 태어난 것일까? 당신 괴물들은 진짜 지옥을 본 적이 있는가? 내 엄마는… [퍼억]

둘리(아기공룡 둘리) : 아앗, 여기는 또 어디야? 도우너, 또 이상한 곳으로 떨어졌어!

도우너 : 웬 애완동물이 타임 코스모스 밑에 깔려있어. [화려하게 정신을 잃은 요한의 모습이 보인다] 그보다, 여기가 괴물 티 파티 맞는 것 같은데?

둘리 : 그렇구나! 하지만… 난 괴물이 아닌걸. 괴물이면 길동이 아저씨가 괴물이지. 하기야 공룡도 괴물이라면 괴물이겠지만 난 외로운 둘리 귀여운 아기공룡 호이호이 초능력 내 친구인데.

피카츄(포케몬) : 피카피카. [해석 : 구세대는 꺼지삼. 귀여운 괴물에도 신세대가 있는 것. 진화 개념과 수 백 마리 프랜차이즈가 있는 우리를 과연 귀여움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무아(멋지다 마사루) : 무~아?

네기(네기마) : 마법수련 과정 중에 잠깐 들렸어요. 괴물의 개념이 넓고 다양해져서 괴물 같은 인간도 괴물이 되고, 귀여운 괴물 캐릭터들이 많아지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에서 저희 마법사들도 평범한 인간사회에서는 괴물 취급당할 수도 있는걸요. 그래서 마법사 협회에서는….

크리링(드래곤볼) : 이봐, 꼬마. 너는 마법사 이전에, 궁극의 하렘마스터로서 충분히 괴물이라고. 나는 사이야인이라든지 하는 격투 괴물 우주인들과 지내다가 보니, 나름대로 최강의 지구인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전사로서보다는 코 없는 괴물 주제에 금발미녀를 낚아챈 나쁜 놈으로나 취급당하고 있어.


“내가 최고의 괴물이야”, “내가 진정한 괴물이지...”
왁자지껄 난장판. 그런데, 난데없이 쿵하는 소리가…


투명드래곤(투명드래곤) : 크아아!


순간, 졸라짱쌘 투명드래곤이 울부짖어따. 투명 드래곤은 여하튼 최강이어따. 다른 괴물들은 반격도 몬해따 투명하니까. 투명드레곤이 한번 불을 뱉으니까 다 쓸어버려따.


……

어디인가 모르는 장소, 창조주들의 우아한 오후 티 파티.

“그런데 이거,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평생을 공들여 수집한 각종 서구 신화와 민담으로 만들어낸 각종 피조물들이 고작 후세의 개그 캐릭터들에게 묻히다니.”
“톨킨 할아버지, 그냥 인정하세요. 당신 피조물들은 이제는 그냥 공식이 되어버려서 신선하지 않아요! 다리달린 물고기, 소용돌이 모양으로 뭉쳐지는 사람들 같은 막나가는 게 최고라니까요.”
“…하지만 대중적 스릴러는 인간적 괴물, 괴물 같은 인간이 역시 최고라니까요. 이번에 플루토도 그런 괴물형 인간…아니 로봇이죠”
“하지만 그런 것도 역시 재미를 섞어 넣는 것이 최고죠. 서부시대에 좀비가 등장한다든지…”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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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vol. 40호
* 이 글은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http://mahn.co.kr)과의 공동 기획입니다.
글 『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