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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연제만화도서관’, 부산에서 개관… 디지털 시대 만화문화의 거점 기대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탐방과 부산경남 작가 릴레이 인터뷰

2025-06-19 안병훈

국내 최초 연제만화도서관’, 부산에서 개관… 디지털 시대 만화문화의 거점 기대

2025년 6월 20일, 대한민국 만화 문화의 전환점이 될 연제만화도서관이 부산에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로 웹툰과 디지털 연재만화를 중심으로 기획된 이 도서관은, 디지털 콘텐츠가 주류가 된 현재의 만화 생태계를 반영한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이다.

최신 만화부터 인기 명작까지 약 3만 권이 비치되어 있으며,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시설과 장비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체험하며 창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연제만화도서관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협력으로 기본 구상이 시작되었으며, 2022년부터 부산시와의 협약을 통해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2023년 설계 및 콘텐츠 확보를 마친 뒤, 2024년 하반기부터 건립 공사와 아카이빙 작업이 병행되었고, 마침내 2025년 6월 20일, 공식 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연제만화도서관은 단순한 열람 기능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의 만화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국가적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웹툰 페스티벌 등과의 연계를 통해 문화도시 부산의 콘텐츠 클러스터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1층 – 개방형 문화광장 & 디지털 열람 존

1층은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개방형 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의 상징성과 접근성을 모두 담았다.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만화 라운지이다. 마블, DC 코믹스,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만화책이 열람용으로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유명 화집이나 오래전 만화계를 이끌었던 우수 만화 일러스트집도 눈에 띄었다.

우수 만화로 선정된 만화책이나 일러스트집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님이 추천한 것으로,  작가가 되기 전 좋아하고 존경했던 만화들로 보여 그가 선정한 픽에 많은 공감이 갔다.


두 번째는 옆쪽에 위치한 어린이실 키득키득이다. 키득키득은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이 만화를 매개로 다양한 놀이와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주요 소장 도서는 그림 만화와 아동 만화이며, 넓은 책상과 공간에 70석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그 밖에도 인기 콘텐츠를 활용한 만화 EX존(실감형 체험관)과 디지털 드로잉 존, 메타 도어, 디지털 미디어북 체험, VR 존 등 만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학습과 놀이가 가능하도록 조성되었다.

 

쓱쓱 그려+방에서는 태블릿으로 디지털 드로잉 체험이 가능하며, 인기 어린이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전시와 영상 체험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볼거리가 넘쳐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미디어 북은 그림책을 터치로 넘기며 읽고 들을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한다. 메타 도어에서는 화면이 이용자의 동작을 감지하여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만화 EX존 옆엔 VR 체험존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간단한 조작으로 만화 세계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만화 EX존(Manga Experience Zone)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대표 체험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인기 어린이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웹툰·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실제 공간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요 플랫폼과 협업해 만든 콘텐츠별 테마존은 아이들이 친숙한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각 존에서는 다음과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

   인터랙티브 벽면 디스플레이: 인기 캐릭터들이 화면 속에서 움직이며 아이들과 소통한다. 터치나 제스처에 반응하는 인터랙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만화 속 배경 입체 체험: 작품 속 주요 장소(예: 교실, 마법 숲, 우주선 등)를 실감 나게 재현한 공간에서 직접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는 포토존

   장면 따라 그리기 체험: 유명 만화의 명장면을 따라 그리고 색칠하며,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국산 캐릭터와 플랫폼 오리지널 웹툰 IP가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놀이공간을 넘어 디지털 만화에 대한 친숙한 입문 통로 역할을 한다.


연제만화도서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대형 미디어월이다. 수십 개의 고해상도 LED 패널로 구성된 이 미디어월은, 단순한 정보 디스플레이를 넘어 도서관의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플랫폼별 인기 연재작의 이미지 컷, 명장면, 작가 멘트 등이 순차 재생되어 미디어 아트처럼 감상 가능하다. 특정 이벤트 때엔 작가가 실시간 드로잉쇼도 진행해 시민과 작가가 직접 교류하며 디지털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기획 전시, 강연 일정, 층별 안내 등 주요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계절이나 행사에 따라 배경 애니메이션이 바뀌어 공간 분위기를 조성한다.

2층 – '만화의 숲'에서 머무는 시간, 그리고 디지털 체험의 확장

 

연제만화도서관 2층은 단순한 열람 공간을 넘어, 깊이 있는 만화 감상과 창작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는 ‘만화의 숲’. 나무와 책장을 형상화한 인테리어, 부드러운 조명, 곡선형 열람 좌석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숲속에 앉아 책을 읽는 듯한 편안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시설이 마련돼 있다.

‣ 만화의 숲 열람 공간은 웹툰 단행본, 디지털 작품 관련 아트북, 창작 노트 등 다양한 자료를 직접 열람할 수 있는 조용한 독서 공간이다. 비치된 도서는 스토리 만화, OSMU 만화, 고전 만화, 부산 만화, 지식만화, 작법서, 만화 큐레이션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좌석 70석이 배치되어 있고, 2층 또한 시민들이 마음껏 디지털 장비들을 체험할 수 있게끔 실감 서재, 디지털 갤러리, 스마트 테이블, 디지털 미디어 북, VR 존 등이 배치되어 있다.

‣ 디지털 갤러리는 인기 웹툰과 독립 연재작의 아트워크를 대형 스크린과 벽면에 구현해, 시각적 감상이 가능한 전시형 열람 공간이다. 추억의 만화방 콘셉트로 구현된 인터랙티브 월과 디지털 미디어 북으로 몰입감 넘치는 열혈강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기술 기반 콘텐츠 체험 공간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한다. VR 만화 감상존은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컷과 컷 사이의 세계를 직접 ‘걸어 다니며’ 웹툰을 체험하는 새로운 독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미디어 감상존은 사운드 웹툰, 애니메이션화된 연재작, 작가 인터뷰 영상 등을 좌석별 오디오 시스템으로 감상할 있는 개별 시청 공간이다. 또한 웨이브온을 무료로 시청할 있어 다양한 영상 콘텐츠도 편안하게 즐길 있다. 옆쪽엔 베드 열람석이 배치되어 있어 누워서도 편하게 몸과 마음을 쉬면서 만화 시청을 있다.

이제는 웹툰을 ‘읽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시대이다.

연제만화도서관 2층은 만화 감상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 창작의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깊은 몰입과 확장된 감각의 경험을 제공한다.

 

‘모험의 모험’ 코너에는 만화의 배치도와 도서를 대출·반납할 있는 무인 기기, 소독기가 함께 설치되어 있어 이용자 편의를 높였다. 앞쪽에는 만화의 숲을 귀엽게 표현한 피규어들이 전시돼 있어 책을 읽기 작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서뿐 아니라 캐릭터 감상 소소한 볼거리도 마련돼 있어 공간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또한 바깥에는 누구나 이용할 있는 야외 테라스가 마련돼 있어, 독서 잠시 눈을 쉬거나 바람을 쐬기 좋은 공간이다. 테라스 밖으로는 절경이 펼쳐져, 책을 읽다 눈이 피로할 자연 잠깐의 휴식을 누릴 있는 힐링 공간으로 제격이다.

3층 – 창작과 문화가 만나는 핵심 공간

 

연제만화도서관 3층은 웹툰 창작의 꿈을 실현할 있는 공간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층이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웹툰 창작과 교육, 운영의 중심이 되는 층이다. 먼저, 웹툰 창작실은 예비 작가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있는 열린 창작 공간으로, 꿈을 스케치하고 이야기를 그려볼 있는 디지털 만화 창작 배움터다. 최신 드로잉 장비와 작업 환경이 갖춰져 있어 실제 작가처럼 창작의 흐름을 체험할 있다.

번째는 프로그램실로, 세대별 맞춤형 만화 문화 강좌가 열리는 교육 공간이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있으며, 웹툰 드로잉, 이야기 만들기, 독서 연계 활동 다양한 주제로 워크숍과 강연이 열린다. 웹툰 드로잉 워크숍, 스토리텔링 클래스 체험 중심 수업이 정기 운영되며, 강연과 함께 창작 동기 부여와 실질적 기술 향상을 지원한다. 외에도 도서관 운영의 중심이 되는 사무실과 귀중한 만화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보존서고가 마련되어 있어, 창작·교육·운영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복합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4층 – 공연과 영화, 소통이 어우러지는 문화 허브

 

연제만화도서관 4층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다채로운 문화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최대 93 규모의 다목적홀, 미디어 감상 소규모 행사 공간, 그리고 운영 지원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관에서는 작가 초청 강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외에도 영화 상영, 문화 공연 복합 행사 공간으로 쓰일 계획이다.

실제로 개관 이후에는 인기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초청 강연 토크쇼가 열리기도 했다.

강연이나 워크숍 외에도 팬아트 전시, 독자 모임, 대담 행사 등이 자유롭게 진행된다. 작가와 관객 간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열린 공유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것이다.

4 한편에는 도서관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사무공간과, 공연 상영 장비를 관리하는 기술 지원실이 있다.

관객의 편안한 이용을 위한 배경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4층은 '읽는 공간' 넘어 ‘공연과 만남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강연, 영화, 작가와의 대화 문화 예술 활동을 함께 즐기고 공유할 있는 플랫폼 공간이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 및 작가와의 협력 계획

 

연제만화도서관 운영에 부산 연제구청과 지역 문화기관이 공동 협력하기로 하였다. 연제만화도서관은 연제구가 생활형 SOC 공모를 통해 추진한 사업으로, 지자체와 지역 문화기관이 협력하여 지역 만화가·수집가의 참여와 부산 만화사() 자료 수집을 위한 공모를 진행해 특화 컬렉션을 마련했다.

또한 부산 소재 플랫폼 지역 기업과 협업도 기획되어 있는데, BNK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교육청 등과 협업하여 디지털 교육, 금융교실 지역 기관 연계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운영할 예정이다.

작가 초청 강연 및 프로그램은 3층 창작 웹툰 스튜디오, 프로그램실 4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개관 이후부터 다목적홀에서는 웹툰·만화 작가의 초청 강연 및 작가와의 대화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대표 강연 사례로서는 지상 파급력이 큰 ‘K-좀비’ 작가를 초청한 첫 강연회를 비롯하여, 원북원 부산 작가 순회강연 등 다양한 작품 중심 강연이 있었다. 경남 만화가 연대와도 MOU를 맺고 있어 작품 수급 및 강연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슨트 양성과 체험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도서관 도슨트(안내 해설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며, 수료자는 어린이 만화도서관 체험교실의 활동 강사로도 참여 가능하다.

3 프로그램실 내에서 운영되는 웹툰 창작 워크숍은 웹툰 창작 스튜디오와 연계하여, 초중고생 대상으로 웹툰 드로잉, 스토리텔링 워크숍 등을 상시 운영할 예정이다.

연제문화도서관은 다음과 같은 세대별 맞춤형 교육·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지역 콘텐츠 허브로서 다채로운 협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개관식에 참석한 만화 평론가는 “지금까지 웹툰은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록되고 보존될 가치 있는 문화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하며, “연제만화도서관은 디지털 만화의 ‘기억 창고’로서 중요한 기점이 것”이라 전했다.

연제만화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전통적인 종이 만화 자료뿐 아니라, 웹툰·디지털 연재만화·플랫폼별 오리지널 시리즈 등을 중심으로 수집·보존·열람할 있도록 구성된 도서관이다. 연제만화도서관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관람은 무료다. 디지털 만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할 있는 특별한 공간은 이제 장을 펼쳤을 뿐이다.

미니인터뷰_부산경남 작가 릴레이 인터뷰


경남만화가연대 회장 최인수 작가

최근 열린 연제만화도서관 개관식에서 인상 깊은 장면 하나가 있었다. 연단에 오른 시장, 구청장 등 주요 인사들은 하나같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내려두고, 청중과 눈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축사를 전했다. 이들은 기념사와 축사에서 형식적인 문장을 넘어, 문화·콘텐츠에 대한 철학과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말솜씨를 넘어, 지역 문화정책이 실질적 변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제만화도서관은 향후 부산시 산하 각 부처 및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연제구청 등과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부산경남 만화가 연대를 비롯한 지역 예술 협단체, 부산대학교·동의대학교 등 지역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창작자 양성과 대중문화 향유를 함께 이끌어갈 계획이다.

지역 콘텐츠 생태계와의 연결도 눈에 띈다. 도서관이 위치한 연제구 양정 로터리 인근에는 부산콘텐츠비즈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웹툰·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기업이 입주한 허브 공간이다. 특히 글로벌 게임사 몬스터 라이엇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스타트업들이 밀집해 있어, 비즈니스와 창작이 유기적으로 맞닿아 있다.

한편,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한 부산글로벌웹툰센터는 작가들을 위한 창작 전용 공간으로, 웹툰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및 커뮤니티 공간을 지원하며, 작가 지망생부터 현업 작가까지 아우르는 '웹툰 생태계의 심장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제 만화도서관은 이처럼 인근 거점 시설 및 기관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단순한 자료 열람 공간을 넘어, 창작·교육·산업을 연결하는 지역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발전될 모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남만화가연대 부대표 정규하 작

한때 서울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유해한 책’이라며 만화책 화형식이 열리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많은 어린이들이 몰래 책을 숨기며 상상의 세계를 오갔다. 그런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연제만화도서관의 개관은 단순한 시설 하나의 신설 그 이상이다. 마치 세대의 기억을 어루만지고,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최근 개관한 연제만화도서관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게 조성되었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정돈된 공간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한편으로는 “이왕 이렇게 예쁘게 만들 거, 더 크게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마저 들게 했다. 그만큼 ‘잘 만든 도서관’이었고, ‘이제는 잘 운영할 차례’라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한국의 만화 소비 환경은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했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더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으며, 실제 이용자들의 일상에서도 디지털 콘텐츠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도서관을 채운 콘텐츠의 상당수는 여전히 일본의 망가와 북미의 코믹스이다. 이는 비판보다는 ‘함께 채워갈 과제’로 남는다.

국내 웹툰의 출판 전환이 일반화되고 공공 도서관에서 활발히 제공된다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접근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에서 출발해 다시 아날로그 공간으로 스며드는 웹툰의 흐름을 이 도서관이 자연스럽게 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만화가 공공의 영역에 첫 발을 들였다”라는 사실은 감동과 희망으로 남는다. 더 이상 숨길 필요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어깨 펴고 즐기며 창작하고, 배우고, 나눌 수 있는 공공의 문화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번 개관은 단지 도서관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야 도달한 하나의 시대적 전환점이다.


경남만화가연대 이사 김선영 작가

연제만화도서관의 개관은 단순한 시설 신설이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된 연구와 실무 경험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개관은 부산시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만화 학계와 실무진들의 깊은 노력과 고민이 반영된 상징적인 결실이다.

부산은 오랜 시간 수많은 만화가를 배출해 온 도시로, 창작 기반과 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이다. 그런 부산에 이처럼 창작, 열람, 체험, 연구가 통합된 만화 콘텐츠 공간이 들어선 것은 지역 문화계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도서관은 단지 지역 문화시설이 아닌, 국내 만화 산업과 아카이브 체계의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흐름은 최근 개최된 충남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에서도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교토세이카대학교 국제만화연구센터, 메이지대학교 만화도서관, 한국영상자료원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참여해, 만화 아카이브의 보존, 디지털화, 그리고 공공 접근성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연제만화도서관은 희귀 도서와 고전 만화, 국내외 주요 작가의 대표작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와 체험 중심 전시까지 포괄하는 복합형 아카이브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만화의 문화적·사회적·역사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확산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앞으로 연제 만화도서관이 만화 콘텐츠의 향유 공간을 넘어, 학술·산업·교육이 연결된 지역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더해진 이 도서관의 존재는, 한국 만화 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경남만화가연대 이사 안병훈 작가

연제구에 들어선 연제만화도서관은 단순한 문화시설 그 이상이다. 한때 금서로 분류되며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만화가 이제는 공공 영역에서 문화, 교육, 산업의 매개체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과 다양한 콘텐츠 구성으로 방문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희귀 도서부터 디지털 웹툰 콘텐츠, 체험형 전시 공간까지 두루 갖춰, 세대를 아우르는 만화 문화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부산이 그간 수많은 작가를 배출해 온 도시라는 점에서 이번 개관은 지역성과 창작 환경을 연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는 학술계와 창작자들의 오랜 노력, 그리고 부산시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만들어낸 결실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한국 웹툰 콘텐츠의 활용 비중이 작다는 것. 하지만 이는 향후 함께 채워나가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공간을 ‘어떻게 잘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의미 있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실천이다.

연제만화도서관은 지금, 만화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출발점에 서 있다.


필진이미지

안병훈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