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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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 그리고 따뜻한 위로,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케이트 가비노, 윌북) 리뷰

2025-06-19 김민재

청춘들, 그리고 따뜻한 위로,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갓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나온 청춘들은 누구나 장미빛 기대감을 꿈꾼다. ‘에게도 안정적이고 멋진 자리, 나를 이끌어줄 선배, 그리고 나를 성장시켜 줄 경험들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차가운 사회를 맛보게 된다. 그렇게 쉽게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을 배운다. 소위, ‘어른이라고 하는 세대들은 그런 청춘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렇게 청춘들은 점점 무뎌지고, 꿈꾸는 방법을 잊어가며 사회에 상처를 입는다. 이제 그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1.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는 갓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 꿈을 가지고 출판 업계에 뛰어든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니나, 실비아, 시린은 같은 뉴욕대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셋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기에, 더욱 특별한 절친이 된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함께 뉴욕에 방을 구해 살아간다. 사회에 진출해 값비싼 뉴욕에 머물며 그들은 출판 업계로 각자 취업한다. 일을 배우며 사회생활에 적응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 우연히 아래층에 사는 베로니카 보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첫 작품으로 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던 베트남 출신의 90대 할머니다. 잠시나마 빛을 보았지만 베로니카는 시장이 원하는 책보다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을 쓰다가 서서히 빛을 잃고 뉴욕 단칸방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그녀도 점점 무뎌져 갔다. 하지만 세 명의 주인공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가 된다.

2. 

이 작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서 비롯된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과거 1978, 작가 윌 아이스너에 의해 알려졌다. 글과 그림이 결합된 이 형식은 과거부터 주류가 되었던 코믹스와는 조금 다른 형식을 띈다. 연재를 전제로 했던 기존 코믹스와는 달리,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스토리 구조와 주제 구성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독립 만화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서사 구조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게 된 작품들은 보다 좀 더 성숙한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그래픽 노블은 점차 탄탄한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다. 1992년 아트 슈피겔만의 <>가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2018년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가 부커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그래픽 노블은 이제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인정되는 추세이다.

3. 

세 주인공들은 꿈을 위해 뉴욕의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하고, 노력하며, 배우고 또 다시 새로운 꿈을 위해 이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받은 조언들을 수용하는 태도를 지닌다. 작가는 세 주인공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와는 반대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새 사회가 정한 틀에 갇혀 꿈을 꾸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얻길 바란다.

작품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는 실제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필리핀계 미국 가정에서 자란 작가 케이트 가비노는 미국에서의 미세한 인종 차별에 대한 경험과 실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 케이트 가비노는 청춘들이 보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창조하는 동시에, 그들의 직장 생활, 성별과 인종 차별, 그리고 일상 속 평범한 투쟁을 담아낸다. 그리고 20대의 청춘들에게 일상과 평범한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아직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세 주인공 니나, 실비아, 그리고 시린의 이야기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준다. 누구나 겪는 일생의 한 부분이기에, 오히려 더욱 중요한 이야기다. 작품의 마지막, 꿈을 좇는 주인공들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줄인다.

 

그런 아주머니가 우리 미래 아닐까?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어린애들 혼을 쏙 빼놓는 아주머니 세명.”
세 친구는 말 없이 술을 마시며 그런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기다렸다.

필진이미지

김민재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