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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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강호에 나타난 신진고수 - <억만무림>, <싸이코패스 in 무림>

공룡들의 열혈강호, <억말무림>과 무림까지 장악한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유행, <싸이코패스 in 무림>. 2026년 무림의 신성들.

2026-07-27 김혜원

2026 강호에 나타난 신진고수 - <억만무림>, <싸이코패스 in 무림> 



“요즘도 계속 다시 태어나?” 웹툰이라곤 <나 혼자만 레벨업>과 <화산귀환>밖에 모르는 직장인 친구가 묻는다. 새로운 만화를 추천해달라는 말 같지만, 뭘 봐도 다 거기서 거기라는 핀잔이 은근히 섞여 있다. 포털 웹툰 인기 순위를 열어보면 회귀, 빙의, 환생, 먼치킨이 활약하는 썸네일이 줄줄이 늘어서 있으니 그렇게 볼만도 하다. 문제는 여전히 재밌다는 것. 그럼에도 이런 판에 박힌 재미 사이에서 새로운 얼굴이 도약하는 해가 2026년이기도 했다. 그중 두각을 나타냈던 작품을 함께 살펴보자. 



<억만무림> 본문 이미지.


#열혈강호, 공룡이 차지하다! <억만무림> (네이버웹툰)


“이보게 점소이.”* 여느 무협처럼 객잔에서 협객이 점원을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이 웹툰의 등장인물은 다름 아닌 공룡이다. “이 근방에 이 정도로 맛있는 객잔도 없지”하며 풀을 뜯어 먹는 것도 공룡, 암컷 점소이 공룡을 희롱하는 깡패 형제도 공룡, 그런 그들을 혼내주는 의협 또한 공룡이다. 이쯤 되면 독자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작가가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 

댓글창에는 이 상황을 황당해하면서도 즐기는 독자들의 농담이 줄줄이 달리고, 본편과 댓글을 함께 보는 맛이 작품의 재미를 한 번 더 끌어올린다. 우리가 아는 ‘티라노사우루스’니 ‘트리케라톱스’니 하는 공룡들이 하나같이 무협의 주인공인 척 나서는데, 보다 보면 이상하게 점점 그럴싸해진다. 무림의 규칙은 그대로다. 문파가 있고, 수련이 있으며, 강호의 질서가 존재한다. 다만 그 질서를 수행하는 몸이 인간이 아니라 공룡일 뿐이다. 

그래서 생기는 낯설은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무협 장르의 관습을 슬쩍 비꼬는 장치가 된다. “주인공이 꼭 사람일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무협의 틀에 기대어 왔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억만무림>만의 독특한 재미가 생기고, 독자에게 오래가는 신선함을 남기는 것이다.


*점소이(店小二): 객잔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종업원.



<싸이코패스 인 무림> 표지와 본문 이미지.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유행, 무림까지 장악하다. <싸이코패스 in 무림> (네이버웹툰)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될 기세다. 특히 은원, 의리, 복수, 연대처럼 진한 감정이 폭발하는 무협 장르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싸이코패스 in 무림>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현대의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무림 세계에 ‘접속’한다면? 익숙한 회귀·빙의물처럼 보이다가도, 게임의 룰과 퀘스트 시스템, 상태창 요소가 삼중으로 겹쳐진 촘촘한 설정 덕분에 극의 리듬이 훨씬 다이내믹해진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감정은 없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매 회차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쾌감을 맛볼 수 있다. 

19금 웹툰답게 폭력과 잔인함의 수위도 한껏 끌어올려져 있다. 이 작품의 잔혹한 연출은 단순 자극을 넘어, “최악의 빌런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일 때 익숙한 세계가 얼마나 섬뜩하게 뒤바뀌는가”를 보여주며 성인 독자들의 로망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한다. 초반도 충분히 긴장감을 뽑아내지만, 뒤로 갈수록 세계관과 규칙이 본격적으로 맞물리면서 더 흥미로워지는 작품이다. 



[작품 목록] 


◾억만무림 — 글: 매일, 그림: 포툰 


<억만무림> 표지.


싸이코패스 in 무림 — 글: 김연, 그림: 송범규 (원작: 곤붕) 


<싸이코패스 인 무림> 표지.


필진이미지

김혜원

동명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겸임교수, 만화를 그리고 연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