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026 학원에 나타난 새얼굴 - <쪽팔려 게임>, <나랑 한판>

학원물의 조용한 혁명, <쪽팔려 게임>과 건강한 열혈 청춘들의 한판 승부, <나랑 한판>. 웹툰 학원가에 2026 등장한 새얼굴들.

2026-07-27 김혜원

2026 학원에 나타난 새얼굴 - <쪽팔려 게임>, <나랑 한판> 


<쪽팔려게임> 표지와 본문 이미지.


#학원물의 조용한 혁명, <쪽팔려 게임>(네이버 웹툰)


올해 상반기, 모든 장르를 통틀어 단 한 편만 꼽으라면 단연 봉수·다이 작가(글·그림)의 <쪽팔려 게임>이다. 달콤말랑한 그림체에 비해 해시태그는 #스릴러 #고자극드라마 #자극적인 #학원물로 도배되어 있어, 첫 화부터 보통이 아님을 예고한다. 내용 역시 만만치 않은데, 여태 우리가 보아왔던 ‘학원 스릴러’들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어딘가 인격이 어긋나 있는(싸이코패스에 살짝 발을 걸친 듯한) 주인공 ‘유사랑’과 같은 반 친구들은 ‘쪽팔려 게임’을 하며 나름의 놀이와 우정을 나누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정말 장난인지, 아니면 공포 스릴러의 전초전인지 독자는 금방 방향 감각을 잃는다. 거기에 ‘죽은 엄마의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어 함께 살고 있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 학원은 더 이상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상한 온도로 끓어오르는 공간이 된다.  

폭력과 서열 싸움, 복수와 견제가 난무하는 기존 학원물 속에서 <쪽팔려 게임>은 힘의 크기를 자랑하기보다, 핀트가 조금씩 어긋나는 방식으로 한 수 위의 공포를 만든다. 주먹을 휘두르는 덩치 큰 남자애들 대신, ‘쪽팔림’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노는 평범한 학생들이 주인공이기에 더 오싹하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해 온 학원 클리셰 위에,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균열을 내는 작품. 그래서 이 학원물의 혁명은 크고 요란하지 않지만, 한 번 보고 나면 다른 교실들을 예전처럼 보기가 쉽지 않다. 


<나랑 한판> 표지와 본문 이미지.


#건강한 열혈 청춘들의 한판 승부, <나랑 한판>(네이버 웹툰) 


<쪽팔려 게임>을 보고 서늘하고 찜찜해진 마음을 달래 줄 학원 액션물이 있다면, 바로 MIMIC 작가의 <나랑 한판>이다. 얼핏 보면 흔한 학원 일진물의 변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슬램덩크>에 가까운 결을 지녔다. 즉, 싸움과 서열보다 ‘경기’와 ‘시합’을 앞세우는 쪽이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 소녀와 소년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는 살벌한 장면은 사실 ‘유도’라는 종목 안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기싸움이다. 싸움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질 생각이 없던 양아치 고등학생 박기현에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유도 여제’ 공규남은 말 그대로 넘기 힘든 산이다. 스포츠·성장 드라마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듯, 이 만화는 주먹다짐이나 힘겨루기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고 또 끌어올리며 성장하는 청춘의 순간들에도 집중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주인공 박기현 앞에 서 있는 ‘압도적인 산’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지점이다. 공규남은 소위 걸크러시 캐릭터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내내 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마주할 때마다 기준점이자 벽이 되어 준다. 그래서 <나랑 한판>의 학원은 주먹이 먼저 치고 나가는 우격다짐의 공간이 아니라, 매트 위에서 “한 판 붙자”고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열혈들의 장으로 그려진다. 

뜨겁고 동시에 아름다운, 이 시대의 청춘을 보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될 만한 작품이다. 



[작품 목록] 


◾쪽팔려 게임 — 글: 봉수, 그림: 다이


<쪽팔려 게임> 표지.


◾나랑 한판 — 글/그림: MIMIC 


<나랑 한판> 표지.


필진이미지

김혜원

동명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겸임교수, 만화를 그리고 연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