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는 MZ세대의 연애 세포를 깨워라! <이두나!>
요사이 MZ세대가 사회 트랜드를 주도하는 세대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분석이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이 있으니 바로 이들의 연애관에 대한 것이다. MZ세대의 연애관에 대한 논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나 대략적으로 요약해보자면 #랜선연애, #합리적 #자기중심적 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요약된 키워드만 보자면 MZ세대가 가지고 있는 연애관의 순수성을 의심해볼 만하나 N포 세대라는 패배적 세대론을 극복하고 MZ세대로 규정되기까지 이들이 펼쳐온 자기 투쟁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이들이 보여주고 추구하는 연애관이란 단순한 연애관이 아닌 MZ세대가 생존해나가기 위한 방편의 결과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온당한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연애관에 대해 MZ세대 스스로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도 아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념이 배제된 연애라는 점이 그러한데, 블랑쇼의 말을 빌리자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스스로를 내던지게 만드는, 그리고 이 내던짐의 가운데 세계를 전복하고 변화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야 말로 연인들이 가지는 가장 큰 가능성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연애라는 행위에서 비롯된 정념이라는 비합리적인 감정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철학자의 고리타분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연애가 가지는 비합리성, 그리고 이 비합리성에서 비롯되는 세계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며 이를 꿈꾼다. 다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이를 내면으로 갈무리할 뿐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이두나!>는 MZ세대 내면에 갈무리되어 있는 날것 그대로의 연애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두나!>는 작중 주인공인 이원준이 은퇴한 아이돌인 이두나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기록한 러브 코미디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원준과 이두나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은 지극히 트랜디하지만,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의 기저에 존재하는 감정선은 지극히 전통적이라는데 있다. 이들이 타인을 마주하는 자세는 현재를 살아가는 MZ세대의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연애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현실에서, 그리고 비합리적인 태도와 모순적 감정선을 유지한 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중 평범한 공대생과 은퇴한 아이돌의 연애라는 점에서부터 MZ세대가 가지고 있는 합리적 연애와는 멀다고 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로맨스의 요정은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연애를 통해 발생하라 수 있는 비합리적인 선택, 주변을 잊게 만드는 무모함, 그리고 철저하게 우연과 감정의 산물임을 강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두나!>라는 작품은 MZ세대의 연애와는 매우 관계없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인 MZ세대는 <이두나!>의 작중 인물들이 보여주는 연애에 열광한다.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품이 보여주는 수려한 그림체?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작가의 센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이유는 돌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연애의 본질. 즉, 비합리성, 그리고 무목적성을 가진 순수한 연애 감정에 대해서일 것이다.
작중 모든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제1의 행동강령은 바로 타인에 대한 연애 감정이다. 이원준의 세계가 이두나의 세계가 이진주의 세계가, 최아리의 세계가 변화하는 중심에는 연애 감정이 존재한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연애라는 감정을 통해 연결되고 익숙했던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고 낯선 타인의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는 상황. 현실 때문이라는 비루한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로맨스가 MZ세대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연애 세포를 추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지금, 여기의 로맨스 코미디 웹툰이 갖추어야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