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도시
“중, 고교 6년간 남학교였다. 결국 또 다시 냄새 나는 사내 놈들만 있는 환경 속으로 오고 말았지만…역시 나한테는 이게 어울리는 것 같다.” 대학 신입생, 그 어감만으로도 신선함과 상큼함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다. 부모의 밑에서 지낸 19년여의 세월을 마감하고 사...
2009-04-27
유호연
“중, 고교 6년간 남학교였다. 결국 또 다시 냄새 나는 사내 놈들만 있는 환경 속으로 오고 말았지만…역시 나한테는 이게 어울리는 것 같다.” 대학 신입생, 그 어감만으로도 신선함과 상큼함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다. 부모의 밑에서 지낸 19년여의 세월을 마감하고 사회에서 말하는 ‘성인’의 자격으로 또 다시 ‘학생’이 되는 아주 자유롭고 설레임 가득한 신분, 그래서 일까? 진정한 청춘은 대학교부터라느니, 대학은 인생의 방학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존재하는 것은, 여기에 소개하는 “꽃의 도시”는 홋카이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이 인생에 있어 새롭게 겪게 되는 대학생활을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츠즈키 다이스케, 18살, 낮은 편차로 겨우 합격해서 입학한 것은 도쿄에 있는 무명 사립대 수산학부, 그 독특한 교풍과 학생 기숙사의 관례에 겨우 익숙해졌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무렵….다이스케와 그 친구들은 ‘임해실습’에 지각을 했다.” 주인공인 츠즈키는 초등학교 이후 6년간 남자들하고만 생활했던 중, 고교 시절을 드디어 벗어난다는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동경에 온다. 그러나 자신이 입학한 대학은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 첫 시작이 군대의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엄격한 기숙사 생활, 그리고 수업의 일환으로 떠나게 된 임해실습 등이다. 다이스케는 인생에 있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엄격하고 무서운 선배들은 느슨해지는 다이스케를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왔을까?라는 후회도 느낄 겨를도 없이 다이스케의 대학 신입생 생활은 험난하기만 하다. “폐를 끼친 것은 정말로 대단히 죄송합니다…하지만…후배가 상처 입은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꽃의 도시”에는 가공되지 않은 웃음이 있다. 별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푸훗’ 하고 웃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작가가 추구한 리얼리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재미를 위해서 또는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 과장과 상상이라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여학생과 유유자적하게 캠퍼스를 걸으며 화려한 도시 생활을 하겠다는 꿈을 꾸어 왔던 주인공 다이스케가 대학에 와서 맞닥뜨린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자체가 이미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기술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치 대학생활을 군대에서 시작한 듯한 남학생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작가는 조금의 가감도 없이 다이스케와 그의 친구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포착해낸다. 그래서일까?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이 만화는 술술 읽히는 힘이 있다. 아마도 그것이 ‘리얼리티’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