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그나잇 웨지 (IGNITE WEDGE)

SF판타지를 만화로 구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이다. 광대한 의미의 “설정”에는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 연출법 등 만화의 모든 것이 포함되지만 협소한 의미의 “설정”은 작가의 세계관(혹은 작품의 세계관)을 지칭하는 것이다. 어떤 장르나 마찬가지이...

2007-07-04 석재정
SF판타지를 만화로 구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이다. 광대한 의미의 “설정”에는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 연출법 등 만화의 모든 것이 포함되지만 협소한 의미의 “설정”은 작가의 세계관(혹은 작품의 세계관)을 지칭하는 것이다. 어떤 장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SF판타지에서 작품의 세계관은 특히 더 중요하다. SF판타지라는 것이 현실에는 없는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므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세계관은 상품 또는 수작으로 평가받는 데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와 철학, 경제관 등을 고루 섭렵하여 작품의 바탕으로 깔고 그 중에서 작품의 토대가 될 만한 설정을 골라오는 것이 이 장르의 성공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SF판타지의 명작이라 불리는 “가이버”의 경우는 인류의 기원과 문명의 역사에 관하여 ‘외계인 기원설’을 채택하고 거기에 ‘규격외품’이라 불리는 강식장갑과 신인류 ‘조아로드’라는 설정을 덧붙임으로서 ‘명작’의 칭호를 얻었다. SF판타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총몽”의 경우, 인류의 현 상황을 꼬집듯이 잡아낸 세계관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의 설정에서 세계는 공중에 매달리듯 떠있는 천상의 도시에서 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와 천상의 도시에서 버리는 쓰레기들을 주워 먹고 사는 지상의 다수의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인SF판타지의 대표작 “하가네”의 경우, 주인공인 여고생 하가네의 또 하나의 인격이 “미야모토 무사시”로서 과거 역사적 인물들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주인공들이 과거 역사적 인물들의 능력을 현세에서 발휘한다는 특이한 설정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경우, 주요 등장인물들인 연금술사들이 구사하는 연금술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이것은 자연계의 법칙”이라는 인과율을 통해 구현되는데 ‘하나를 얻기 위해 희생되는 다른 또 하나’가 인과응보의 법칙처럼 엮어져 작품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 끊임없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SF판타지로 구분하기엔 조금 애매모호하지만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얻고 종료된 “데스노트”의 경우, “탐정”이라는 치밀한 현실과 “마신”이라는 황당한 판타지를 교묘히 혼합함으로써 작품의 재미와 설득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위의 예처럼 SF판타지에 있어 “설정”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여기에 소개하는 “이그나잇 웨지”는 솔직히 추천하기 싫은 작품이다. 물론 1권만을 보고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겠지만 일단 너무 산만하다. 주인공들의 능력의 기원이나 ‘이 세계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정이 1권의 끝까지 전혀 나타나질 않는다. 거기에 펜선을 남용하는 작화까지 더해져 읽는 이를 피곤하게 한다. 요즘 같은 스피드의 시대에 1권이 다가도록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혹, 천재일 수 있으나 대부분 범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