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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없다면 이 책을 닫아라!!” 누군가의 뇌를 직접 접속한 느낌이다....이건 뭐지?....고통스런 숨소리...슬픔...공포의 감정이... 그 때 어디선가 이명처럼 들려오는 공포스러운 목소리 “용기가 없다면, 이 책을 닫아라!!!” 갑자기 책장 안에서 검은 ...

2007-06-27 장헌길
“용기가 없다면 이 책을 닫아라!!” 누군가의 뇌를 직접 접속한 느낌이다....이건 뭐지?....고통스런 숨소리...슬픔...공포의 감정이... 그 때 어디선가 이명처럼 들려오는 공포스러운 목소리 “용기가 없다면, 이 책을 닫아라!!!” 갑자기 책장 안에서 검은 손이 튀어나와 책을 쥐고 있는 그녀의 팔을 휘어잡는다. ‘나의 과거는 낙엽처럼 부석거리는 황폐한 계절의 기억뿐,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도다. 나 이제 첫 장을 열어, 피 위에 세워진 공포의 제국으로 한 발을 떼려 하나니’ ‘책 읽는 얼음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책 이외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는 남학생 경도와 그런 경도를 좋아하는 여학생 은새는 학교의 도서관 정리 담당 일을 맡게 된다. 평상시 경도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은새는 불순한 기대감을 갖고 이 일을 수락하지만 경도는 도서관 한 구석에 앉아 책에만 빠져있을 뿐 은새가 원하는 가슴 뛰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한 구석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경도의 뒷모습을 음산하고 괴기스럽게 둘러싼 이상한 검은 기운을 본 은새는 깜짝 놀라 소리치며 경도에게 달려가지만 경도는 아무 일 없는 듯 세계명작전집을 흔들어 보이며 의아한 눈빛으로 은새를 쳐다본다. 맥이 빠진 은새는 경도의 옆에 눕고 경도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 얽힌 괴담을 은새에게 들려준다. 그때 갑자기 도서관의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자, 들키지 않으려 서로는 몸을 밀착시키고 잠시 야릇한 감정에 휩싸인 은새는 경도의 목을 끌어당겨 키스한다. ‘나의 육체는 먼지가 되어 날아가고, 정신은 칼날처럼 남아 여기에 나의 묘비명을 새기고 있도다.’ 며칠 후 평온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독서에 빠져 있던 여선생님이 무언가에 극심하게 놀란 듯 갑자기 창문을 깨고 뛰어내려 죽어버리고, 아무 일없던 지루한 학교는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 현장으로 바뀌어버린다. 공포장르는 시대를 막론하고 탄탄한 매니아층과 함께 굳건히 살아남아 왔다. 오랜 문화산업의 역사에서 비록 메이저라 불리 우는 장르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공포와 호러장르는 결코 없어질 수 없는 단단한 지지층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공포라는 인간 근원의 감정이 지시하는 하나의 무의식이라고 생각되는데, 사람은 누구나 평온함 속에서 자극을 필요로 하고, 안정감 속에서 위험을 추구하며, 질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속성을 주재하는 본능적 욕구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쉬운 일탈은 ‘공포’다. 인간은 아주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왔으며 아직까지도 인간의 능력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그 존재에 대해 해명하지 못한 무지(無知)의 존재들에 대해서 인간들은 공포감을 갖는다. 그리고 어두움이라는 시간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인간에게 미지의 존재는 곧 어두움이며 가장 근원적인 공포는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여기에서 세 가지, 공포 장르의 공통적인 분모가 나타난다. “미지의 것”, “어두움”, “죽음” 이 세 가지의 요소가 작품 속에서 합쳐지고 스토리와 캐릭터에 녹아질 때 그 작품을 읽는 독자는 일상 속에서의 공포라는 아주 색다른 일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