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 Story (도다 세이지 단편선 1)
단편집의 매력은 골라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이야기 자체의 함축성이 주는 여운에 그 매력이 숨어있는 것 같다. 무릇 이야기라는 것은 작가의 경험에 의해(간접 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 간에) 체화된 소재를 그 만의 개성으로 풀어낼 때 진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므로 ...
2007-07-02
석재정
단편집의 매력은 골라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이야기 자체의 함축성이 주는 여운에 그 매력이 숨어있는 것 같다. 무릇 이야기라는 것은 작가의 경험에 의해(간접 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 간에) 체화된 소재를 그 만의 개성으로 풀어낼 때 진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고 싶다면 그 작가가 단편집을 출간했는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면 그 단편들이 어떤 색채를 띠고 있는지 읽어 보면 될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단편집 “스토리”는 국내에선 조금 생소한 도다 세이지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집이다. 애니북스에서 출간되었고 책 표지에 설명되어있는 작가의 설명을 참고한다면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 COMIX POOL에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그 작품을 모아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며, 다시”를 출간하면서 만화계에 정식 데뷔’라고 되어있는 것을 보니 한국으로 치면 강풀같은 ‘인터넷 작가’에 속하는 작가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소위 말하는 점프류의 잘 팔리는 상품같은 그림체가 아닌, 조금은 거친 그림체에 이야기 자체도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그림체나 이야기의 매끄러움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어도 단편집에 녹아있는 작가의 관심사나 세계관은 매우 명확하다. 주로 ‘삶’과 ‘상처’에 집중되어 있는데 소시민의 삶을 무대로 삼아 이야기의 주제를 끌어내는 데는 재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구구절절하고 폐부를 도려내는 강렬한 이야기인데 이 작가의 단편들은 대부분 심심하고 잔잔한 일본풍이다. 물론 이 한 권을 놓고 작가의 색깔을 단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지만 어쨌든 단편집이라는 것은 그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작가가 상품으로서의 장편을 준비하지 않는 한, 그 색깔이 많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어, 지금의 나에게는 일밖에 없는 걸, 사람은 갑자기 변할 수 없는 법이야’ - “수재” 중에서 ‘만약 그 물고기처럼, 땅으로 올라오는 게 양수에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양수에서 나올 것인지 말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거잖아’ - “상륙작전” 중에서 ‘그거 알고 있니? 식물은 꽤 강한 존재라는 것, 언뜻 보면 아무 힘도 없어 보이지만,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벌도 부르고, 독도 품고,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단다. 그렇게 해서 온 세상에 퍼져가는 거야.’ - “식물성의 집” 중에서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길가에 서서 그 길을 본다. 그 것은 내 인생의 길이라 당연히 다른 사람은 다닐 리가 없는데도 어째서인지 나는 길 한가운데에서 물러나 길가에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아내라면 이 길을 뛰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를 가진다면 반드시 여자 아이여야만 한다. 나 같은 인간이 태어나면 안 되니까’ - “스토리” 중에서 ‘엄마도 재미있게 살아’ - “It`s a gag lif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