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드림 Cafe Dream (The coffee which is loved)
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는 허영만의 “식객” 빼놓고는 거의 다 일본발 라이센스 출판물인 것 같다. 매월 수도 없이 건너오는 일본발 음식만화는 물론 훌륭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 SK 최태원 회장의 “미스터 초밥왕” 간접 마케팅에 힘입어 밀리언셀러가...
2007-06-26
석재정
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는 허영만의 “식객” 빼놓고는 거의 다 일본발 라이센스 출판물인 것 같다. 매월 수도 없이 건너오는 일본발 음식만화는 물론 훌륭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 SK 최태원 회장의 “미스터 초밥왕” 간접 마케팅에 힘입어 밀리언셀러가 터진 이후로 마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일본발 음식만화 수입열풍은 묘하게도 이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신의 물방울” 간접 마케팅 덕분에 또다시 밀리언셀러 신화를 이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 일본발 음식 만화들은 정말 밀리언셀러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한국의 일반출판계(대여시장을 노리지 않는)에서 만화를 대하는 시각은 딱 하나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학습효과’가 있는 만화인데 성인대상의 만화는 허영만의 ‘식객’처럼 ‘유용한 정보와 드라마틱한 재미’가 잘 결합되어있는 만화를 원하며 아동용 만화는 ‘마법천자문’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같은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만화만을 원한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업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첫 번째로 추구해야할 가치는 영리추구이므로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을 기획하고 상품화 시켜야 하기 때문에 팔릴만한 것만을 만들겠다는 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너도나도 ‘팔리는 것’만을 외치다 보니 시장의 구조 자체가 너무나 단선화 되어 다양성을 잃고 결국엔 다 ‘그것이 그것’ 같은 하향평준화의 분위기를 소비자에게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시장의 하락을 조성할 뿐이다. 일본의 만화는 일반적으로 ‘만화잡지’라 불리는 매체를 통해 사전에 시장성을 검증받은 것들이 단행본으로 나오고 그 중에서도 성공한 것들이 한국에 건너온다. 양국의 출판물의 양이나 질을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만화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시장성을 검증받은 만화라면 시장경쟁력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유행만을 좇아 하향평준화 해버린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상품성에서 이미 우위에 있다. 그러나 자괴감에 빠지기 이전에 독자로서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아무리 절대 우위에 있는 일본만화시장이래도 질적으로 낮은 만화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당연히 유행을 좇는 기획이 있고 우리보다 앞서서 음식만화라는 장르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많은 종수와 다양한 소재로 음식만화는 기획되어져왔을 것이다. 그러나 수작이나 명작은 어차피 한정적인 것이다. 모든 것이 훌륭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일본발 음식만화라 해도 한국의 만화보다 내용적으로 떨어지는 만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가장 짜증나는 일은 한국에서 만화를 출판한다는 출판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구태의연한 작태에 번번이 걸려들 때다. 유행이라고, 생산비가 절감된다고, 다른 히트작을 받아오기 위해서라고,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이유들을 들지만 결국은 ‘일본의 음식만화라면 기본은 된다’는 천박한 생각에 이렇게 재미없고 조잡한 일본만화를 마구잡이로 수입해 시장에 깔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재가 커피라는 것 이외에 논할만한 가치도 별로 없는 이런 만화에 더 이상 내 소중한 돈을 쓰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낚시질에 걸려들 때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정말 ‘미스터 초밥왕’이 자신에게 필요한 작품이어서 샀을까?, 정말 ‘신의 물방울’이 밀리언셀러가 될 만한 작품이었을까? 그저 재벌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