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킬러 (Romance Killer)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전국을 하나로 엮은 광케이블과 그로 인해 구축된 인터넷 네트워크일 것이다. 이젠 너무 흔해서 어딜 가나 이슈로도 취급되지 않는 “IT강국”이란 단어는 근 10년간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한국에 가져왔고 만화계를 비롯한 ...
2007-06-25
장헌길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전국을 하나로 엮은 광케이블과 그로 인해 구축된 인터넷 네트워크일 것이다. 이젠 너무 흔해서 어딜 가나 이슈로도 취급되지 않는 “IT강국”이란 단어는 근 10년간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한국에 가져왔고 만화계를 비롯한 문화산업 전반도 이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강풀’이라는 인터넷 만화가의 선두주자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지면이 아닌 모니터에 걸 맞는 새로운 형식과 이야기를 창조하고 IT시대의 아이콘 중 하나로 대두한 이후, 수많은 만화가들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다. 기존의 종이에 만화를 그리던 기성작가들부터, 아예 인터넷 세대로서 만화를 창조하는 신인작가들까지 모든 포털사이트와 넷공간에서 넘쳐나기 시작한 소위 웹툰(WEBTOON)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품화를 시키기 위한 네트워크나 산업구조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책은 종이원고를 바탕으로 식자부터 편집, 디자인, 제본 등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산업화 방식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새롭게 등장한 이 웹툰이라는 장르는 기존의 책의 산업화 규격에도 잘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한 새로운 포맷이 존재한 것도 아니어서 상품화가 이루어지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한때 주목을 받았던 상당수의 작가들이 사라지고 몇몇 살아남은 작가들만이 최상급의 대우를 받는 극심한 양극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원고는 상품이 아니다. 돈으로 환전될 수 있는 원고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웹툰 작가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위대한 캣츠비”로 웹툰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강도하는 원래 보물섬출신의 중견만화가이다. 종이에 원고를 만드는 방식에서 온라인에 원고를 만드는 방식으로 옮겨가기까지 작가의 엄청난 고민과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세상에 나온 강도하의 청춘 3부작 중 첫 번째인 “위대한 캣츠비”는 기존의 웹툰과 절대적인 차별화를 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책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소위 문화콘텐츠의 OSMU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기존의 웹툰과 절대적인 차별화를 이루어 내고 상품화의 구조를 확립한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할 작가지만 청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발표한 “로맨스킬러”는 “위대한 캣츠비”에서 조금은 미진했던 산업화 형태에 관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여 또 다시 성공시켰다. 일단 ‘미디어 다음’이라는 거대 포탈의 만화 웹진에서 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으며 이슈화시킨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1차 상품화에서 기존의 웹 연재에서 보여주었던 원고 편집방식에 확실한 변화를 주어 책이라는 매체에 딱 들어맞는 형태로 변형시켜 상품화시켰다. 그리고 “위대한 캣츠비”와 마찬가지로 영상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2차 산업화를 착실하게 이루어 내고 있다고 한다.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불안한 사랑을, “로맨스 킬러”에서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고뇌의 사랑을 처연하고 아름답게 모니터에 풀어낸 강도하 작가는 현재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10대의 날카로운 사랑을 다룬 “큐브릭” 연재에 들어갔다. 작가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