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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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05) 잡지 연재로 성공한 삼인방 1.이상무의 등장

어쨌든 ‘노미호와 주리혜’는 최장 잡지 연재만화로 기록이 됐다. 그리고 이 작품을 기반으로 ‘독고탁’이라는 작품이 단행본으로 만들어져서, 이상무(박노철)는 1970년과 80년대의 학생들을 사로잡는 최고인기작가로 부상하게 된다...

2008-10-02 박기준



                                              제6장 침묵기
 
                   (05) 잡지 연재로 성공한 삼인방 1.

                             [이상무의 등장]




노미혜와 주리혜
’노미혜와 주리혜‘(1966년 6월 첫회)

만화에 있어서는 창간호에는 김성환의 ‘미스 앵두’, 정운경의 ‘난실이’ 박기정의 ‘어머머 탐정’이 4쪽씩 연재되었으나, 나는 시대에 맞는 좀 새로운 작품을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명에서 따서 ‘노미호와 주리혜’라는 남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이웃집에 이사오게 된 새침뜨기 여학생과 엉큼하고 고지식한 남학생이 벌여 나가는 학원만화를 구상했다.
당시 오랫동안 내 일을 도왔던 박노철이란 문하생이 있었는데 그럭저럭 독립해야 할 때도 되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이 작품의 그림을 맡겼다. 이렇게 해서 1966년 신작이 탄생하자 굉장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나중에는 TV 코미디의 소재로도 쓰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상무란 필명으로 얼마간 연재해 가다가, 나는 그 제목과 필명을 제자인 박노철에게 넘겨 주어 연재를 계속하게 했다. 이렇게 십여년 간 그 인기를 유지하며 판매되던 여학생지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여고시대’ ‘주니어’ ‘소녀시대’ ‘영시스터’, 중앙일보 출판국 발행 ‘하이틴’ 등 같은 층을 상대하는 잡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해졌던 것이다. 이 학생지 속에서도 만화는 연재되는 소설 못지 않게 독자들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었다.

노미혜와 주리혜
이상무는 ‘노미혜와 주리혜’의 인기를 발판으로 ‘독고탁’을 탄생시킨 최고의 인기만화가다.

어쨌든 ‘노미호와 주리혜’는 최장 잡지 연재만화로 기록이 됐다. 그리고 이 작품을 기반으로 ‘독고탁’이라는 작품이 단행본으로 만들어져서, 이상무(박노철)는 1970년과 80년대의 학생들을 사로잡는 최고인기작가로 부상하게 된다. 이윽고 여행과 골프에 취미를 갖기 시작한 이상무는 만화가 중에서 골프로는 자기를 따를 자가 없다고 호언하더니, 골프 전문 만화까지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