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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동물은 대대로 그 종족의 유지를 위해서만 본능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반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각자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며 꿈을 실현코자 하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에 무한한 창조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자신이 축적한 경험을 기술하거나 전수하는 방법을 통해 다음 세대에 넘겨줌으로써 더 눈부신 도약의 발판으로 삼게 한다.
그러나 모든 문화 문명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에 묻히었을 성현들의 숨은 노고를 우리는 드물게나마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예장르에 있어서도 만화는, 길지 않은 역사 속의 대부분을 거의 천덕꾸러기 대접밖에는 받아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 암울한 시대를 인내하면서 만화를 ‘문화’라는 선반 위의 어엿한 상품으로 올려놓기까지, 선배들이 겪어야 했던 갖은 고초는 이루 형언키 어려울 정도다.
만화라는 자체가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부 불량도서요, 아이들 공부를 위해서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 왔던 여명기...하지만 이제 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만화도 하나의 문화로서 제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음은 만화계의 어제와 오늘을 죽 보아온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기회를 틈타 유년시대부터의 내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나와 함께 잔뼈가 굵어온 만화계를 재조명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생각되어 감히 붓을 들게 되었다.
이 글이 부족하나마 현존하는 선배들이며 동료들 모두에게도 아쉬움 많았던 시대의 활약상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장이 되기 바라며, 한국 만화의 미래를 열어갈 후배들에게도 우리 만화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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