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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 웹툰 콘텐츠 IP의 지향점

<지금, 만화> 14호에 커버스토리로 실린 글입니다.

2023-03-24 김민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 웹툰 콘텐츠 IP의 지향점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세계의 김희경은 트랜스미디어란 미디어를 넘어선, 초월한, 횡단하는, 가로지르는 미디어라고 했다. , 콘텐츠가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방향 면에서 다른 이야기로, 상태 면에서 다른 성질로, 장소 면에서 다른 미디어로 이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흔히 쓰이는 OSMU(One-Source Multi-Use)와는 용어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OSMU는 보통 미디어믹스라고 지칭하는데 통상적으로 하나의 원작이 다른 미디어로 이동하는 것이다. 웹툰이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른 미디어로 확장되는 것이다. 만화 <올드보이>와 영화 <올드보이>,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과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미디어믹스 사례 중 눈여겨 볼 점은 두 매체 간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상호 작용 발생이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트랜스미디어‘OSMU’의 차이점은 미디어와의 확장을 전제하면서 스토리텔링이 다른 양상으로 개입된다. OSMU는 미디어의 확장이 원작을 중심으로 폐쇄된 동심원적 직선형태라면, 트랜스미디어의 확장개념은 원작을 비롯한 다양한 2차 창작물이 서로의 영역을 일부 또는 전체를 공유하는 면 형태로 볼 수 있다. OSMU는 각 작품을 연필로 선을 직접 그은 것, 트랜스미디어는 각 작품이 여러 방물의 수채화 물감처럼 번지는 모습으로 연상 가능하다. 두 용어가 엄연히 다르지만 현실에서 다수가 OSMU를 트랜스미디어로 바꿔 부르거나 혼용하고 있음을 비추어본다면, 이번 논고에서는 용어를 복합적인 시각에서 서술하고자 한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 웹툰 IP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개인 창작자보다 기업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트랜스미디어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만들어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말한다. 트랜스미디어를 지향한다는 것은 곧 거대 콘텐츠 산업의 구조 속에서 전략을 설계하고 IP를 중심으로 창조적 콘텐츠 지평을 열고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기획개발 단계에 공을 들여야 하고 많은 시행착오로 인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연관되어 미디어 학자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정의를 규정한 바 있다. 첫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는 통합되고 조정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창출하는 목적을 가진다. 둘째, 한 개의 스토리가 영상물, 게임, 만화 등에서 미디어에 최적화된 방식과 서사로 확장된다. 셋째, 다양하게 제작된 콘텐츠는 미디어별 부여된 임무를 가지며 스스로 자신의 목적을 완성한다. 넷째,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든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진입하는 관문이 되어야 한다.


▲영화 <어벤져스> 포스터,                                                 영화 <스타워즈> 포스터


대표적으로 마블콘텐츠’, ‘스타워즈시리즈 등의 사례를 대입해본다면, 만화 또는 영화에서 시작된 원전(原典)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완구, 캐릭터 등에 이어 전시 및 테마파크 어트랙션까지 소비자의 체험 경험을 완성시킨다.

지금까지 트랜스미디어는 대규모 자본을 기본으로 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산업계가 주도하고 자사의 IP를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다. 궁극적으로 트랜스미디어는 원전이 되는 콘텐츠의 흥행 목적을 최우선으로 IP의 생명력을 보존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최근 드라마 산업에서는 원작의 트랜스미디어 개념으로 웹툰화 사업이 활발하다. 성공적인 시청률을 거둔 드라마 원작을 바탕으로 웹툰을 만드는 일이다. 2013년 드라마 <굿 닥터>, 2014년 드라마 <연애의 발견>20225월 웹툰으로 나란히 론칭되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웹툰화 사업을 추진하는 제작사는 2016년 드라마 <시그널>도 웹툰화 추진을 공식 표명했다. 언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역방향 IP 재생산이란 용어로 주목하고 있다. 위의 경우는 웹툰 제작사가 드라마 원작 판권을 구매해 트랜스미디어 사업으로 확장한 모델이다. 여기서 발전해 20226월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드라마 제작사에서 직접 웹툰을 만드는 방법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웹툰으로 제작될 경우 외부의 웹툰 전문 제작사와 협업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면, 이제는 IP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IP를 자체 제작해 IP를 직접 관리 운영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드라마 <굿닥터> 포스터,                                                  <굿닥터 곰작가, 썬파인


IP를 한 곳에 모으는 움직임은 영상물 제작사뿐 아니라, 웹툰 제작사에서도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종전에는 웹툰 IP를 드라마, 영화, 게임 제작사 등에 판매하고 일회성 수익을 얻었다. 그리고 영상화 이후 원작이 된 웹툰 콘텐츠 소비 촉진으로 인한 부가 수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은 웹툰 제작사에서 영상화 콘텐츠 제작에 공동 투자 또는 참여하기도 하며, 내부에 영상제작 전문가를 들여 직접 제작하는 추세로 변모하고 있다. , IP를 외부에 내보내는 것보다 IP와 관련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원작을 가지고 있는 쪽에 누적되게 하고 있다. 이런 바탕에는 웹툰산업이 성장하면서 웹툰제작사의 매출 성장과 투자 등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해진 정량적 상황과 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 가치와 결부되는 정성적 상황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트랜스미디어 IP를 누가 갖고 있어야 하는가?


음악산업은 만화산업과 오래전부터 닮은 사업구조를 가졌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음반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발매하고, 홍보를 위해 방송을 하고 그것을 모아 공연을 하는 방식이다. 만화가를 찾아, 글과 그림으로 만화 작품을 만들고, 연재라는 형식으로 홍보하고 연재물을 모아 책을 출판하는 방식이 서로 유사했다. 시간이 지나 음반 중심의 음악 산업은 ‘K-POP’으로, 만화책 중심의 만화산업은 웹툰으로 모두 혁신에 성공했다.


웹툰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면, K-POP의 위상은 글로벌 음악 산업의 최첨단이다. K-POP이 기존 음반시장을 탈피해 새로운 넥스트레벨로 옮겨간 기저에는 아이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트랜스미디어가 절묘한 결합이 있었다. 단적으로 음반 속 타이틀곡이라는 노래를 중심으로 공연과 방송 중심의 활동은 결국 무대와 관객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구비되어야 하는 구조였다. 지금의 아이돌 아티스트 시스템은 별도의 무대가 필요 없이 노래가 가수에

게 탑재되어 아티스트가 언제 어디서나 온오프라인에서 노래와 이미지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 하는 시대가 됐다. IP노래에서 아티스트로 바뀐 것이다. 아이돌 아티스트라는 IP를 활용해 수많은 유무형의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파생시키고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좋은 노래, 멋진 안무에 더해 연습생이라는 특별한 교육과정에서 길러진 영감은 아이돌 엔터테인먼트를 세계로 이끌었다. 아이돌은 시기별로 진화했고 ‘4세대 아이돌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채널에서 트랜스미디어를 활용해 글로벌을 무대로 가져왔다. 몇 가지 특징을 보면 지금의 아이돌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으며, 오히려 해외 팬이 더 많은 그룹도 많다. 음악성을 경쟁하는 무대도 빌보드를 지향한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은 기존 멤버별 설정 개념에서 스토리텔링으로 구체화되었다.

다시 웹툰과 비교해보면, 웹툰 작가로 성장을 위한 일련의 교육과 수련과정, 우리가 창안한 서비스 형식과 제작방식, 우리 작가들이 선도하는 비주얼과 내러티브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목표로 한다. 가수와 노래, 작가와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사하지만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핵심은 무엇일까? 웹툰은 창작자 중심의 IP라는 점이다.


아티스트가 IP인가? 콘텐츠가 IP인가?


아이돌 아티스트는 현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아이돌의 캐릭터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비즈니스는 아티스트의 초상(肖像)을 기본으로 한다.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는 아티스트의 컨셉을 이미지화시킨 동물 캐릭터 ‘SKZOO’를 등장시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티스트를 왜 캐릭터로 치환시켰을까? 고민해보면, 첫째, 아이돌은 사람이고 유한하다. 잠을 자야 하고, 쉬어야 하고, 재충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업, 병역 등 사회 제도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어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다. 반면, 캐릭터들은 회사에서 자유롭게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으로 사람과 캐릭터를 일체화시키는 것이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돌 스트레이키즈‘SKZOO’ 캐릭터 팝업스토어 더 빅토리인 서울


트랜스미디어로서 웹툰 IP가 지향점

 

인기 웹툰도 결말이 있고, 연재 중일 때 가장 인기가 높지만, 인기는 결국 유한하다. 전술한 대로 IP의 파급력을 강화하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확산이 따라야 한다. 그러면 웹툰 IP를 누가 어떻게 주도적으로 시의적절하게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 론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품이 한창일 때 다양한 트랜스미디어가 창출되어야 한다. 적어도 주간 마감에 몰입해 있는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완결까지 기다렸다가 작가가 그때부터 하는 것도 어렵다. 개인작가 중심의 웹툰은 트랜스미디어로 확장할 때 작가의 동의와 허락이 중요하므로 시장 상황에 맞춘 즉각 대응이 힘들다.

 

웹툰 IP가 트랜스미디어를 하는 가장 쉽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원작가의 가이드라인 범위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창작이 가능해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원작가또는 ‘IP의 원 소유자의 동의 하에서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트레이키즈와 SKZOO는 언뜻 별개의 콘텐츠라고 볼 수 있지만, SKZOO의 활동 근거는 사람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웹툰 IP의 트랜스미디어 활성화 방향은 첫째, 작가 스스로가 IP확산 목적의 회사를 세우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방식, 둘째, 작가의 매니지먼트사가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운영하는 방식, 셋째, 웹툰 제작사가 직접 IP를 제작해 유통하고 트랜스미디어까지 진행하는 방식 정도이다.

최근 웹툰제작 환경에서 웹툰 제작사들이 내부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웹툰 IP를 자체적으로 창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튜디오 웹툰 제작방식은 웹툰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 형태로서 스튜디오 식 전문 분업화 제작 방식이 대중성과 상업성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웹툰 OST, 오디오 웹툰 등의 새로운 웹툰 IP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으나 웹툰이라면 이미지를 활용한 방식의 등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작품 속 모든 것을 트랜스미디어의 소스로 삼아 제작될 수 있다. 작품 공개 시점을 시작으로 이미 연계된 트랜스미디어 아이템을 사전에 기획하고 일정과 시기에 맞춰 론칭해야 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IP 확산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콘텐츠도 준비시킨다.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콘텐츠라면, ‘미디어믹스트랜스미디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융합형 트랜스미디어가 웹툰 IP가 가야 할 지향점이다.

 

타잔 경제학의 윌 페이지는 타잔은 나무줄기를 갈아타며 전진한다.’고 했다. 호황처럼 보이는 웹툰 시장의 줄기를 계속 잡고 있는 것은 그 무게로 인해 추락을 염두해야 한다. 시급히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타잔이 잡았던 검증되고 튼튼한 줄기를 잡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늦지 않은 시점에 웹툰 트랜스미디어라는 새롭고 최적화 된 줄기를 찾아야 한다.


필진이미지

김민태

만화평론가 및 기획자, 씨엔씨레볼루션 이사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