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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과 청설모의 〈마법사랑해〉: 까불지 마, 결국은 사랑이야

<지금, 만화> 16호 '이런 만화는 밀어줘야 해' 에 실린 글입니다. <마법사랑해>/글 명랑, 그림 청설모

2023-06-28 정연식

까불지 마, 결국은 사랑이야

명랑과 청설모의 〈마법사랑해〉


회귀(回歸: return)가 유행이고 대세다. 불만뿐인 인생을 당장 끝내고 제대로 다시 한번 사는 것, 그것도 완벽한 외모에 막강한 힘을 가진 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래서 나를 괴롭혀 온 모든 것을 속 시원하게 다 때려 부수고 응징하는 것, 그것이 요즘 웹콘텐츠의 트렌드이다.

아무것도 가진 능력이 없는 누군가가 교차로에서 화물 트럭에 부딪혀 최강의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다. 이미 대단한 능력을 갖춘 누군가도 더 어려져 태어나거나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태어나고자 역시 교차로를 달려오는 화물 트럭에 달려든다.

마치 게임같다. 지금 플레이하는 판이 제대로 안 풀리거나 맘에 안 들면 캐릭터를 그냥 죽여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임. 이제 판타지 장르는 그런 회귀, 먼치킨류가 아니면 안 팔리게 됐다.

 

현실과판타지,사람과사랑을잇다

판타지 웹툰 마법사랑해는 그런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정통 판타지물에 가깝다.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 랑데르케셀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제자인 모잔을 위해 파멸의 마왕 페르샤디스와의 전투를 결심한다. 오랜 싸움 끝에 파멸의 마왕을 봉인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랑데르케셀 역시 가슴이 관통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모잔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600년 후, 제자 모잔은 각고의 노력으로 위대한 스승을 부활시키려 한다. 그렇게 의문의 소년 랑해가 부활한다. 그런데 부활한 랑해는 스승인 랑데르케셀인지, 아니면 마왕의 부활을 위한 씨앗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림1>〈마법사랑해〉 Ⓒ 명랑, 청설모


웹툰 마법사랑해에는 촘촘한 세계관 못지않게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특이한 것은 마법의 세계가 현재의 이야기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중 한국에 사는 여학생 해 나는 밤하늘에서 느닷없이 사역마 하딘과 함께 떨어진 랑해와 연결된다. 현실세계의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인 랑해를 받아들인 해나는 그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주고 같이 살게 되는데, 우연히 랑해의 가방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가방 속의 또 다른 이세계를 경험한다. 해나는 랑해의 가방 속에서 가져온 빗자루를 타고 날게 됨으로써 자신도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스토리를 맡은 명랑 작가는 학창시절 영화감독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러다 미술로 전 향했고, 대학에서는 만화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연출에서 때로 영화적인 기법들이 보이 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지금은 주로 그림보다 스토리를 맡고 있는데, 그녀는 무사다, 라면 대통령, 독립을 드림, 금붕어, 악역의 구원자, 배달의 신의 스토리를 썼다.

전작인 금붕어는 진작 영화화 판권이 팔려 영화화 진행 중이다. 악역의 구원자는 동명의 웹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원작 이상의 깊이와 매력을 웹툰으로 선보였다. 특징이라면 그의 작품에는 사랑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로서는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이다. 거기에 근면한 일꾼 같은 성실성이 더해졌으니 이후 행보가 더 주목된다.

▲<그림2>〈마법사랑해〉 Ⓒ 명랑, 청설모


그림을 맡은 청설모 작가의 원래 전공은 한국화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 했다. 본격적으로 웹툰을 하기 전에는 플래시 작가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특히 그의 플래시 작품인 <부활 이소> 시리즈는 2000년대 초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같은 동작임에도 그 묘사나 재미의 디테일에서 그의 연출력이 돋보였는데 웹툰으로 전향한 이후에도 그런 점은 펜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액션극화 MZ은 액션과 폭력의 묘사가 여타 다른 웹툰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연출에서 가히 압도적이었다. 청설모 작가가 액션과 폭력의 묘사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전작인 낭만돼지 데이지에서는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로 큰 인기를 누렸다. 듣기로 기타 연주와 자전거, 자동차에도 일가견이 있다는데 얼핏 낭만으로 보이는 취미는 치열한 웹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생존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극심한 작화 노동과 고독을 바탕으로 피 튀기는 웹툰 연재의 경직된 근육을 풀기 위한 처절한 이완의 한 방편이랄까. 마법사랑해에 등장하는 제주도도 어쩌면 청설모 작가가 꿈꾸는 자신만의 이완의 장소일지 모르겠다.

명랑과 청설모 두 작가가 합심하여 만들어가는 마법사랑해는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마법사랑해는 누가 그린 것인지도 모르는 애매한 양산형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나는 이 작품이 원작을 넘은 영화와 드라마, 게임으로 트랜스 미디어되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속 그 어떤 마법보다 위대한 마법은 결국 사랑이며,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먼치킨보다 강력하고 센 마법 역시 사랑이기 때문이다.


필진이미지

정연식

웹툰작가, 영화감독
웹툰 '더파이브', '귀인' 작가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2010년 제8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 카툰부문 우수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