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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웹툰이 된 드라마, 감각의 차이에 대해서

<지금, 만화> 16호 '드라마 vs 웹툰' 에 실린 글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글 유일, 그림 화음조, 이예

2023-06-27 강정화

웹툰이 된 드라마, 감각의 차이에 대해서

드라마와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년 여름의 초입, 여기저기서 우영우라는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각종 SNS 담벼락이 우영우 짤로 도배되면서 열기가 더해지더니, 0.9%로 시작한 시청률이 마지막 화에 이르러 19%를 기록하며 우영우 신드롬을 입증했다. 일상에선 상대방의 농담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인물이 국내 굴지의 로펌에 입사해 어려운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는 현실 판타지를 담은 드라마의 내용처럼, 드라마 자체의 이야기 역시 미미한 시작과 창대한 끝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희열을 안겨줬다. 이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드라마 우영우) 의 성공은 드라마가 종영되기도 전에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웹툰 우영우) 제작으로 이어졌다. 드라마의 웹툰화, 그것도 화제의 중심이었던 드라마였기에 뭇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흐름을 논하다

최근 웹소설에는 글과 함께 당회 에피소드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그린 그림이 삽입되기도 한다. 인물들의 대사 옆에는 마치 메신저 프로필 사진처럼 인물들의 이미지가 함께하기도 한다. 예전 연재소설의 삽화가 그러했듯이,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공식처럼 웹소설은 웹툰이 되고, 웹툰이 다시 드라마로 제작되는 흐름을 갖게 된다. 그림영상의 방향으로 말 이다. 실제로 웹툰이 드라마(혹은 영화)가 된 경우는 미생, 신과 함께, 그대를 사랑합니다등의 명작을 포함해 수없이 많기에 이런 방향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웹툰 우영우는 달랐다. 드라마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을 때, 웹툰 제작이 결정된 데다가 드라마에서 웹툰이라는, 지금까지의 방향과는 반대로 진행되어 웹툰이 시작된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흐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림1>〈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유일, 화음조, 이예지: 
  - 인물을 캐릭터화시켜 등장시키며 웹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증대시킨다.


물론 웹툰 우영우가 웹툰이 된 드라마의 첫 번째 사례는 아니다. 2014년과 2019년에 방영한 정현정 작가의 드라마 연애의 발견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드라마 종영 이후 웹툰으로 연재되었고, 2013년 방영되어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기까지 했던 굿 닥터역시 최근 웹툰으로 제작 결정되어 연재 중이다. 드라마만 웹툰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임리나 작가가 2018년 카카오웹툰에 연재한 블레이드2는 게임을 웹툰으로 만든 브랜드 웹툰이다. 이미 혼신으로 마니아층을 쌓아 온 작가였기에, 그의 블레이드2연재 소식에 첫 화부터 댓글창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8화로 연재를 마친 이 작품의 베댓은 하나같이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에게 바치는 팬들의 조공성 댓글일 수도 있지만, 탄탄한 전개로 블레이드라는 게임에 세밀한 서사를 부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웹툰이 원작에 서사를 부여하며 원작 게임과 웹툰의 상호 상승효과를 이룬 사례로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웹툰 우영우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드라마가 인기의 절정을 이루며 방영을 이어가던 중 시작된 연재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네이버웹툰라는 거대한 플랫폼에서 단숨에 순위권을 차지하며 화제성은 입증했지만, 그만큼 높아진 독자의 기대치를 채우진 못한 것이다. 원작의 성공과 그의 명성을 등에 업은 상태였기에 이런 기대치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다. 평점으로 평가받는 웹툰 시장에서 웹툰 우영우(202210월 중순 기준) 평점 6점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번의 시기상조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한동안은 어디서나 우영우 얘기로 들끓었다. 하지만 뭐든 시작에는 끝이 있는 법. 특히 지금처럼 새로운 영상 매체가 수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우영우에 관한 관심이 언제 뚝, 끊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웹툰 우영우는 서둘러 제작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우영우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웹툰 우영우가 발표되었을 때, 드라마 애청자들도, 웹툰 독자들도, 심지어 웹툰을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도 생각했을 것이다. 조금은 성급했고, 준비가 부족했다고. 시기상조였다. 웹툰 우영우를 논함에 있어 우리는 두 번의 시기상조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웹툰 우영 우의 시작점이다. 움직임과 소리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활용하는 드라마와 다르게 구성할 여유가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드라마 방영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웹툰으로 제작되었다. 연애의 발견6, 그리고 굿 닥터는 무려 9년의 차이를 두고 있다. 물론 이 시간 동안 웹툰과 드라마라는 장르의 차이만 고려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드라마가 끝난 뒤 웹툰화하며 두 장르의 고유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웹툰 우영우는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웹툰 속 우영우는 드라마 속 우영우와 똑같다. 드라마를 웹툰화했으니 인물이 같은 건 당연하겠지만, 드라마와 웹툰이라는 장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그저 닮기만 했다. 특히 드라마 우영우의 전반적인 인상을 결정했던 1화에서 인물이 입고 있던 의상, 대사,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에서 볼 수 있는 고래 효과까지, 드라마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듯 그림으로 옮겨두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애청자라면 지금도 머리에 떠오르는 그 장면들을 말이다.

실제로 웹툰 댓글창에는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웹툰 우영우에 좋을 리 없는 댓글이다. 원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녔다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를 벗어날 수 없는 웹툰은 감각의 빼기로 빈 구멍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시간의 제약을 받는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부분을 웹툰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서울대 로스쿨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취업에 실패했던 영우의 이야기, 변호사 되기를 포기하고 영우를 키우며 김밥집 사장님으로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아빠의 이야기, ‘어일우(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였던 영우와 수연 이의 로스쿨 시절 이야기. 웹툰 1화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드라마 우영우에서 다루지 않은 에피소드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로 먼저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그림2>〈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유일, 화음조, 이예지 

    -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속엣말을 가시화시켜 

      내용을 보완하기도 한다.


하지만 웹툰이 아직 연재되고 있는 와중의 이러저러한 판단과 가정 역시 시기상조이다. 그래서 여기에 두 번째 시기상조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웹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논의가 그러하다. 드라마 우영우로 치면 웹툰 우영우의 전개는 극초기에 해당한다. 웹툰 우영우는 초반의 혹평을 받아들여 연재 초기 자폐 스펙트럼의 시선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작화의 변화를 통해 보완하고자 했다. 시선이나 손동작을 통해 인물의 자폐성을 드러내는 장면을 좀 더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웹툰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인물들을 ‘3등신 캐릭터화’(치비 스타일) 시켜 컷과 컷 사이에 끊임없이 자리시키며 웹툰만의 감각을 드러내 작품 속 인물들의 캐릭터가 만화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인물 중에 악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는 웹툰 우영우에서 모든 인물이 캐릭터화 되면서 드라마에서보다 두터운 친밀감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오디오가 겹치지 않기 위해 인물들이 대사를 탁구 치듯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데, 웹툰에서는 중간 중간 혼잣말과 속엣말을 삽입하며 장면의 부수적인 내용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인물의 표정으로 표현했던 것을 웹툰에서는 속엣말을 그려 넣으며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웹툰 우영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세 번째 시기상조가 나오지 않도록 극의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비워진 부분을 채우는 것

드라마에서 비워졌던 부분을 채우는 것이 원작의 하위호환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의 서사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두 장르의 같은 작품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다. 특히 시간의 제약으로 끝내 풀어내지 못한 현실에 우영 우는 없다라는 비판을 웹툰에서 보완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감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드라마가 보여줄 수 없었던 부분을 보여주는 것으로 웹툰 우영우우영우의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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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화

만화비평가, 국민대학교 교수
『문학이 미술에 머물던 시대』, 『피고 지고 꿈』 저자, 『걷고 보고 쓰는 일』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