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의 차이
만화 〈중쇄를 찍자!〉 vs 드라마 〈오늘의 웹툰〉
1.6%. TV 드라마 〈오늘의 웹툰〉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종영했다. 〈오늘의 웹툰〉은 일본 만화 〈중쇄를 찍자!〉의 리메이크작이다. 〈중쇄를 찍자!〉는 올림픽을 바라보던 유도 유망주 ‘쿠로사와 코코로’가 대형 출판사 ‘흥도관’의 청년 만화 주간지 ‘바이브스’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코코로가 만화 편집자가 되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코코로를 비롯한 바이브스의 편집부가 바라는 것은 ‘중 판출래(重版出來)’다. 단순하게 많은 부수를 파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가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안으로써 중판출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판출래를 목표로 바이브스 편집부, 더 나아가 흥도관 전체가 힘을 모아 헤쳐 나간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 또한 〈중쇄를 찍자!〉를 기본적인 설정을 반영하여 제작되었다. 하지만 한국적인 색채를 담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강구한다. 가장 큰 변화는 출판되는 만화에서 웹툰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업 또한 출판사 내의 만화잡지 편집자에서 IT 기업의 웹툰 플랫폼의 PD로 변화한다. 이외에도 주인공 온마음이 유도를 그만두게 된 계기, 정규직으로 입사하지 못한 점, 영업부 직원이던 인물이 입사 동기로 웹툰 서비스팀 신입사원이라는 설정이 변경된다. 물론 서사를 이루는 큰 사건들은 비슷하지만,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상황은 재구성되었다. 〈오늘의 웹툰〉은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획득하는 동시에 원작과 또 다른 서사를 꾸려나간다.
▲<그림1>〈중쇄를 찍자!〉 Ⓒ 마츠다 나오코
“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
〈중쇄를 찍자!〉는 만화, 만화가, 편집자, 출판사, 서점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만 화를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겠다는 순수한 의도와 열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설파한다. 바이브스의 편집장 와다가 늘 이야기하듯이 바이브스 편집부는 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만화 편집부를 다루는 만화이기에, 만화 산업과 업계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만화와 만화가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 있다. 좋은 만화와 잘 팔리는 만화 사이의 간극, 좋은 편집자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갈등 요소로 작동한다. 코코로가 바이브스 편집 부의 여러 사람을 통해서 만화를 대하는 방식과 진정한 편집자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갈등인 것이다. 오히려 갈등은 오히려 만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도록 만드는 화해의 장으로서 작동한다.
〈중쇄를 찍자!〉는 선악 대립도, 흔히 보이는 러브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화에서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다. 편집자 야스이와 문제가 있었던 아가리에가 야스이에게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며, 내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점을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은 〈중쇄를 찍자!〉의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만화 속 인물들은 상처와 아픔을 감당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2>〈중쇄를 찍자!〉 Ⓒ 마츠다 나오코
가자!! 네온 본사로!!
〈오늘의 웹툰〉은 미묘한 설정의 차이로 원작과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이미 주인공이 입사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갈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네온웹툰의 서비스 종료다. 생존의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기에, 네온웹툰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투쟁의 행위가 된다. 따라서 네온웹툰 최고의 가치는 사무실 한켠에 붙어 있는 “가자!! 네온 본사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원작 〈중쇄를 찍자!〉와 완전히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웹툰의 발전, 웹툰의 가치를 위한 진심이 아닌 네온웹툰이라는 플랫폼을 지키는 것이 진심이다. 더 좋은 웹툰을 위한 가치판단으로 인한 갈등이 아닌, 웹툰 플랫폼의 생존을 위한 갈등이 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네온웹툰에서는 자신이 맡은 작가의 작품을 위한 능동적인 행위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오늘의 웹툰〉 2화에서 실제 웹툰 작가인 최태준과 야옹이가 카메오로 등장한 신이다. 두 작가는 네온웹툰에서 비인기 작가로 분하여 자신의 작품을 돋보이게 해달라고 담당 PD에게 부탁한다. 웹툰의 썸네일 변경에 관한 피드백, 배너 광고나 추천 웹툰란으로 올려달라는 사소한 안건을 보고, 요청을 받아야만 행동하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었다. 2화에서 바이브스와 네온웹툰의 차이는 명확해진다. 이후에도 네온웹툰 PD들은 자신들이 맡은 작품이 업로드되는 걸 확인하고, 댓글을 살펴보며 자신의 성과에만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든 더 홍보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네온웹툰 서비스팀이 진짜로 향해야 할 곳은 본사가 아니라 독자와 작가다. 혹은 웹툰에 대한 진정성을 찾으러 가던가.
▲<그림3> 드라마 〈오늘의 웹툰〉
설득력 없는 갈등, 무너지는 서사
〈오늘의 웹툰〉은 드라마화를 위해 수많은 갈등 요소를 구축해두었다. 온마음의 계약직 입사와 구준영의 네온 정직원 입사라는 대비적 상황, 네온웹툰이 네온 본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온마음의 아버지와 온마음이 가치가 대립되는 상황, 구준영의 가족사, 회사 내의 러브라인 등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갈등 구조를 통해 재미를 얻고자 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요소끼리 부딪치거나, 갈등으로 파생되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갈등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네온웹툰이 네온 본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가정은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이다. 네온웹툰은 로고만으로도 다분히 네이버웹툰을 연상시킨다. 당연히 모기업은 웹툰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본사 옆의 건물에서 임시 거처하고 있는 모습은 지나치게 억지 설정으로 보인다. 또한 웹툰산업 규모가 1조 5천억원이 넘었고, 많은 웹툰이 영상물로 제작되면서 시장 또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2위인 네온웹툰의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드라마 후반을 이끌었던 러브라인도 애매모호하다. 분명 남자 주인공 석지형은 온마음에게 관심이 있지만, 특정하지 않은 이유로 온마음에 대한 마음을 접고자 한다. 온마음의 행동 또한 오리무중이다. 구준영만이 억지로 삼각관계를 유지 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른 갈등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흥미 요소로 설정한 갈등 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나머지 갈등 상황도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사건들로 진행되지 않는다.
꿈은 계속 꾸면 되니까
원작 〈중쇄를 찍자!〉 리메이크 시도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코로와 바이브스 편집부의 따뜻한 시선과 열정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여기의 당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꿈꾸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제작했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 〈오늘의 웹툰〉은 리메이크 작품으로서는 많이 아쉽다. 그렇지만 〈오늘의 웹툰〉은 위로와 성장의 가치를 잊지 않고 매회마다 시청자들 에게 전달했다. 드라마에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한 주인공인 온마음은 새로운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 나간다. 새끼곰 코코로와 찐만두 온마음의 계속될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