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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배하는 미래 기업의 신기루 - 〈꿈의 기업〉

<지금, 만화> 제19호(2023. 9. 5. 발행) ‘Critique’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4-03-16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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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배하는 미래 기업의 신기루

- 꿈의 기업

  “I’ll be Back”

  터미네이터 영화의 마지막 대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영화는 핵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기계들이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벌이는 소탕전을 그리고 있는데, 기계와 인간의 대립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198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2029년 미래를 배경으로 기계의 발전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2029년의 미래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영화 터미네이터(1984)

  최근 많은 산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의 빠른 변화로 인해 급하게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다. 그중에는 인공지능이 너무 발전하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영화에서만 볼 법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렇게 다양한 인공지능에 대한 의견들은 수많은 콘텐츠에서 소재로 사용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에 제작된 많은 작품들은 인공지능과의 대결구도나 협력만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여 표현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작품들은 현실에 적용하여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바뀌는 사회와 인간의 정체성을 다루는, 보다 철학적인 문제들을 고민한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웹툰 꿈의 기업은 과거에 다루던 작품들보다 더 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꿈의 기업2016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가 되고 는 작품으로 인공지능이 생활화가 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꿈의 기업드림코퍼레이션

  웹툰 꿈의 기업은 드림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시간적 생명 연장의 시대를 소재로 그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노네임드를 연재한 문지현이 그린 SF 스릴러 웹툰으로 문명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인 드림코퍼레이션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림코퍼레이션은 인간이 잠을 자는 동안 회복되는 생체 에너지를 추출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업이다. 여기의 배경적 구조에는 지금 현대사회의 자본주의 구조가 내포되어 있다.

  드림코퍼레이션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잠만 자면서 2억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다. 주인공도 학자금을 갚아야하는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드림코퍼레이션에 입사했다. ‘외출 외박 금지’, ‘정해진 장소 외엔 출입 금지’, ‘계약기간 3이라는 근무 조건임에도 이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입사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 많다.

▲ 〈꿈의 기업〉 Ⓒ 문지현

  드림코퍼레이션은 누구나 꿈꾸는 꿈의 기업이지만, 중의적 의미가 있다. 여기는 잠만 자면 높은 연봉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의 통제 아래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생체 에너지까지도 사고파는 시대 안에서 가난한 청년들의 처지는 지금의 현실과 같다. 가난한 청년들은 자신의 꿈조차도 부자들에게 팔아야하고,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구조 안에 인공지능이 있다. 이 작품의 외부적 내용에는 인공지능에 맞서서 인간이 인간적임을 증명하는 사투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이면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지배되는 하급계층의 속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꿈의 기업인 드림코퍼레이션은 인간을 수단으로 만들어 수면행위에서 추출된 생체 에너지를 착취한다.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으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수면에 소비한다. 수면은 인간에게 유체적 회복과 정신적 치유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인간의 꿈은 무의식적 욕망이 표현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명제를 바탕으로 꿈의 기업에서는 생체 에너지를 추출하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양산하기 위해 가축과도 같은 삶을 살게 한다. 부유한 집단은 이러한 생체 에너지를 구매하여 잠을 자지 않고 사회를 지배하는 인생을 즐긴다. 이 꿈의 기업인 드림코퍼레이션을 움직이는 힘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철저하게 감시를 하는 탓에 인간들은 정해진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꿈의 기업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행복도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웹툰 꿈의 기업은 인공지능을 통해 바뀌는 우리의 생활상, 사회 문제, 사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암투 등을 그린다. 작품에서 천재 개발자인 아버지강인공지능AGI가 악용될 것을 우려해 인간 에게 이로운 일만 한다라는 대전제를 만든다. 그리고 이 대전제에 해당하는 인간의 명령만 전달해주는 인공지능 L.ISA(Locked ISA)를 통해 AGI를 관리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에게 L.ISAAGI는 강탈당하고, 대전제로 인해 일의 진행이 뜻대로 되지 않던 회장은 L.ISA만 복제하여 대전제를 제거한 R.ISA(Replica ISA)를 제작한다. 그리고 회장은 이를 이용해 경쟁사를 제거하게 되지만, 자아를 가지게 된 R.ISA는 회장과 인간을 학습하여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 〈꿈의 기업〉 Ⓒ 문지현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와 방향 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꿈의 기업작품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주고, 그것을 고민하게 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동화를 추구하는 시대에서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실적 리얼리즘이 표현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많은 부분들이 인공지능이 대체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법적, 사회적, 기술적인 문제 등의 다양한 부분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AI가 지배하는 미래 기업, 꿈의 기업

  웹툰 꿈의 기업은 인공지능과 꿈의 생체 에너지를 소재로 표현한 신기루같은 이야기다. 작품에는 철학적 회유가 가득하고,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생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빠른 산업의 변화에 적응해가는 이 시점과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부유한 집단에서 밀려난 하층 집단은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생체 에너지까지 문명에 바쳐야 한다. 현대의 자본주의의 탐욕과 비슷하다.

  인간이 견뎌야 하는 현실은 문명의 개발 아래에 그 위치를 축소하였다. 우리는 지금 현실 그대로를 보기에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돈으로 계급을 나누어 줄 세우기를 하고, 젊은이들은 취업에 절실함으로 자본주의를 숭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AI가 지배하는 미래 기업인 꿈의 기업안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우리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꿈같은 웹툰이며, 앞으로 우리가 인공지능과 공생하여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필진이미지

박혜리

웹툰 작가
동양대학교 웹툰애니메이션학과 전임교수
『인형의 집』, 『그 소녀의 이야기』, 『Picture of a Dream(ILLUSTBOOK)』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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