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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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는 것

<지금, 만화> 제23호(2024. 10. 2. 발행) ‘이럴 땐 이런 만화(동기부여)’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5-06-30 김선호

결국에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는 것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머리가 뜨겁거나 열불이날 때 사람들은 나지막이 이런 말을 건네곤 한다. “잠깐 쉬다 오는 건 어때?” 이와 유사하게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쉬어갈 틈을 제공한다. 퇴근하고 나서 쉬는 시간에, 혹은 맡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잠시 쉬고 싶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본다. 그러고 나면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일상을 이어가야 한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현실을 마주 해야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다. 잠시 쉬어가는 일은 우리가 삶을 더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뿐이다. 오랜 고속도로 주행에서 휴게소가 그렇듯, 휴게소 자체가 목적지가 될 수는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쉬어가는 일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현실이 아니라서 생각을 어떻게 이어가도 좋은 곳, 이 상상의 영역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현실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미래로 인해 불안하다면, 미디어는 ‘확장’을 가능성으로 사유한다. 현실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어딘가 끝을 향해가는 일에 가깝다면, 미디어에선 아니다. 미디어가 갖는 사유의 가능성은 현실을 도피하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가 남은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컷과 컷 사이에서 더 두각을 보이는 것 같다. 이 빈 공간은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멀리 떨어져 보면 독자를 잠시 쉬어가게 하고 숨을 돌리게 해준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크게 볼 때 은퇴 이후의 삶을 다룬다. 작품은 대기업에서 자수성가를 이룬 김 부장을 주인공을 주인공 삼아, 그가 성공에 집착하게 된 동기를 보여준다. 대기업에 다니는 자기 모습에 만족하면서, 아들에겐 자신을 동기부여 삼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 부장은 이내 회사에서 좌천당해 은퇴에 이르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