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를 붕괴시켰다.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 이 전례 없는 재난과의 싸움이 길어지며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이때, 지금 만화 6호는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설명한다.
과거의 재난은 국지적이었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지역, 국가 경계의 의미가 과거와 달라지며 재난의 성격 또한 변화했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현대의 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확산되는지 보았다. 신종플루와 사스 그리고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재난은 전 세계의 재난이 되었다. 재난도 ‘지구촌’화 된 것이다.
<지금, 만화>6호에선 지구촌화되어버린 재난이 어떻게 만화에 등장하게 됐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 말한다. 백종성 호남대학교 교수는 재난을 다루는 콘텐츠를 ‘재난으로 인한 혼란이 내러티브의 중심이 되고 그것을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한국 만화에선 2000년대 중반 웹툰이 정착되고 다양한 장르가 생산되면서 시대적 문화 코드를 반영한 재난만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좀비물을 소개한다.
주동근의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작으로 강풀의 <당신의 모든 순간>, 이은재의 <1호선>, DEY의 <데드데이즈>등 좀비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재난을 다룬 웹툰이 제작되었다. 좀비 소재가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조의 영역>, <하이브> 등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사회가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웹툰이 등장하고, <연무>, <유쾌한 왕따>에선 자연을 넘어 사회적 재난까지 다루며 그 갈래가 다양해진다. 웹툰은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변주시켜 반영한다. 갈래가 다양해진 만큼 우리 사회에 재난이 만연해진 것을 통감할 수 있다.
재난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 간 접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언택트’,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키워드가 우리 생활에 익숙해진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웹툰 <스위트홈>의 아파트와 <좀비가 되어 버린 나의 딸>에서 다루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 변화를 보면 코로나 시대의 슬픈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스위트홈>의 아파트는 좀비로 인해 고립된 공간이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래도 이것은 희망적이다. <좀비가 되어 버린 나의 딸>의 경우 ‘스위트홈’인 줄 알았던,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라 여겼던 곳이 결말에서 죽음의 공간이 된다. 좀비가 된 캐릭터를 사람들이 혐오하고 배척하며 ‘공존’이 사라진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는 재난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무고한 확진자들을 향한 혐오는 거둬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가 전염병으로만 끝날 것인지, 공존이 사라진 사회로 만들 것인지는 무고한 자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에 달렸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한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이 긴 재난에 지쳐 우울이라는 나쁜 동반자가 생겼다. <지금, 만화> 6호에선 재난이 준 절망 가운데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에 대해 말한다. <심연의 하늘>을 보자. <심연의 하늘>은 두 주인공 ‘하늘’과 ‘혜율’이 생존의 중심이 되는 재난물이다. 어른이 아닌 학생인 두 주인공이 ‘희망’이라는 포지션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재난 중에 미쳐버리고, 서로를 해하지만 두 주인공은 서투르긴 해도 인간으로서 당연한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비록 많은 떡밥을 풀지 못한 채 막을 내려 완성도에 대한 원성이 있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연계된 ‘슈퍼스트링 세계관’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둘은 다른 작품에서 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이들의 절망은 끝이 났을지, 과연 심연의 끝에서 이들은 하늘을 보고 희망을 놓지 않았을지, 언젠가 이어질 이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중반부 이후 <지금, 만화> 6호에선 기획 코너가 이어진다. 웹툰 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칼럼과 <데드 라이프>의 스토리 작가 후렛샤의 인터뷰로 스토리 작가를 꿈꾸고 궁금해하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만화 <풀>이 우리에게 남긴 위안부에 대한 의미를 소개하는 김신 교수의 칼럼은 <지금, 만화> 6호를 펼친 모든 독자들이 꼭 봐야 할 파트가 아닐 수 없다. 만화가 가진 책임의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되새겨 볼 수 있다.
훌륭한 정보가 되는 코너 또한 마련되어 있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자 ‘이럴 땐 이런 만화’와 ‘만화 속 인생 명대사/명장면’에는 국내 문화 콘텐츠업계의 명사들이 ‘인생 만화’와 ‘삶이 힘들 때 읽고 싶은 만화’를 추천하는데, 많은 만화 팬들에게 훌륭한 큐레이션이 될 것이다.
또한 ‘만화 vs 만화’, ‘만화 vs 영화’를 통해서 만화와 기타 콘텐츠를 비교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재난을 이야기하는 <지금, 만화>6호를 통해 사람과 사회, 그리고 콘텐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