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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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편집부 탐방

90년대를 댕기로 시작했고, 윙크로 넘어와 나인에 취한 순정만화 독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또 다른 세대인 소녀들은 비쥬에서 설레임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를 취하게 해주었던 그 잡지의 무대를 만드는 사람은 우리만큼 만화에 빠져있을까

2003-06-01 김성희

90년대를 댕기로 시작했고, 윙크로 넘어와 나인에 취한 순정만화 독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또 다른 세대인 소녀들은 비쥬에서 설레임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를 취하게 해주었던 그 잡지의 무대를 만드는 사람은 우리만큼 만화에 빠져있을까?

여름날 따사로운 오후. 만화 기자시절부터 애칭, 안드로이드 강으로 통했던 강인선씨(시공사/만화캐릭터사업본부장)를 만났다.

나인을 창간 한 그녀는 폐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떠나보내었던 20대에서부터 30대까지 독자를 다시 되찾는 프로젝트로 다가왔다. 격월간 준성인지, 오후를 한 손에 들면서 하는 그녀의 이야기다.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 한 잡지들. 튀지 않고서는 승부가 안 되는 요즘... 그 안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잔잔하게 다가가겠다. 성인층을 겨냥한다는 것이 섹슈얼한 비주얼이 아니라 취향과 성향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후가 각박한 시간 속에서 티타임 같은 만화로서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인이후의 첫 성인 순정지, 정확하게 말하면 준성인지이다. (오후는 여기에 성인보다는 ‘준’에 중심을 둔 것 같지만.. ^^;)

-순정만화잡지는 살아있지만 하향으로 치우쳐 있다. 언젠가부터 패션잡지 마냥 특별부록으로 구매를 끄는 잡지가 되어 있고..
지금 시장 같으면 나인을 접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 당시는 잡지의 호황기였을 정도로 현재 시장은 침체시기이다) 나인 이후 방황하는 독자들의 존재는 분명한데, 그런 독자들을 위한 잡지가 필요할 것 아닌가 생각했다.
오후는 여러모로 나인의 역발상적인 태도로 시작했다. 큰 크기의 판형, 기사많고, 비주얼이 강한 나인에서 핸디한 사이즈에 좀더 대중적인 컨셉으로.
만화잡지가 굳이 읽을꺼리를 줄 필요가 있을까.. 텍스트 잡지는 만화잡지 말고도 많고. 만화잡지에서는 좋은 만화로 승부하자라고 해서 일부러 글은 자제했다.

▶발행이후 곧 이루어졌던 인터뷰 당시, 2쇄 인쇄 결정이라고 편집부가 들떠 있었다. 그리고 이후 들려오는 소식. (5월 25일 창간호를 발행된 오후가 5월이 다 가기 전 3쇄 인쇄를 결정짓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시장상황으로는 그런 작가(나인을 통해 연재했던 작가들. 학원물을 못 그리는 작가들)들은 단행본으로 내기는 힘들고, 지면을 잃어버린 작가들을 보면서 겁났지만 최선을 다해보았다. 하지만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격월간이고 적정정책(급히 고가정책이라 수정하던 강인선씨는 본론에 잠시 떠나 만화라는 창작물이 홀대받는 것에 대해 흥분어린 항변을 한다. <동감입니다. ^^;)임에도 불구하고 창간전부터 백오십명의 정기구독을 신청해주었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어리벙벙할 정도다. 수익구조를 위해 광고를 거의 할 수 없었지만, 입소문이 광고인이 되어주었다. 게시판을 단 홈페이지와 카페 광고가 발행 전의 홍보 전부였다.
나인을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움을 사지 않을까 싶어 게시판에 평기자였을 때의 ‘안드로이드 강’이란 닉네임으로 글도 올리고.(분명 효력이 있는 전략이었다. 순정만화잡지는 독자들이 기자에게 갖는 친밀함은 다른 만화잡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닉네임으로 이미 준비하고 있던 독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독자들은 작가 명단만으로도 술렁거리고 있다. 유시진, 권교정, 나예리, 이마 이치코, 요시나가 후미.. 오후의 작가들이다.

-나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박희정 문흥미...
하지만 오후는 조금은 더 대중적인 작가, 마니아가 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독자들의 취향에 더 다가가기 위해 설문작업을 거쳤다. 그 외 일본 작가 백귀야행의 이마 이치코는 아직 독자들에게 덜 알려지는 것 같아서 일본과 동시연재를 결정했고, 요시나가 후미는 그 전작들이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일본만화 연재는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차원이고 서로 비교하고 다양성을 위해서 지금처럼 이렇게 두 작품 내외에서 실을 생각이다.

▶각 출판사는 해당 잡지 연재작과 그 독자층에 맞는 취향으로 선별된 단행본을 각각 레이블의 시리즈로 발매하고 있다.
학산(주)은 파티스페셜, 세주출판사는 쿠키북스, 서울문화사는 나인북스 윙크콜렉션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각 레이블의 성향은 특정 독자층의 취향에 맞추어 있어 만화단행본의 소장을 이끌고 있다. 오후도 연재 작가인 권교정씨의 단편집을 시작으로 창간이전 [오후 셀렉션]으로 8권의 단행본이 나왔고, 잡지의 성향을 점할 수 있었다.

-오후 컨셉의 연장선에서 고급스런 하드웨어 이미지에 신경쓰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하드웨어가 나쁘면 안좋은 것 같다.
오후 셀렉션으로 한국순정만화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반면 대중독자들에게는 처음 소개되고 있다.) 타다 유미 베스트선집이 발행되었고, 이후 오경아씨 작품이 준비되고 있다.

▶오후는 MANWHA MAGAZINE이다. 잡지에서 MANWHA라는 우리발음 그대로 사용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MANWHA를 고유명사로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일본의 만화를 망가라고 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나온 만화는 MANWHA인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우리만화를 소개할 때 이렇게 표기한다.
독특한 한국정서가 있는 것으로 MANWHA를 이해하게 하고 싶다.


<영풍문고에서 오후 판촉전 모습>

▶출판사가 시공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자본적으로 부담이 덜했을 것 같은데...

-만화캐릭터사업본부로 독립적이다.
내가 사장처럼 손익고지를 맞춰야 하고.. 우리 사업 안에서는 투명하다.(아무래도 사공사의 외부이미지에 맞춰 대답을 하는 듯. ^^;)
보통 잡지는 수익를 낼 수 없어 단행본에서 이익을 보는 것으로 손익고지를 맞춘다. 하지만 단행본 발행부수가 적어졌기 때문에 오후같은 경우는 오후팀을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단행본팀에서 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해 왔을 정도로 힘들게 창간했다. 해서 기자들의 고생이 만만찮았고.

▶요즘 만화계는 만화 대여권 문제로 한창 뜨거운 감자이다. 순정만화 또한 대여점에서 인기 품목이고, 빠질 수 없는 화두일텐데..

-우리 출판사 입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시책을 따라간다 이다. 각 입장에 따라 싸움을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지금 입장에서 오후는 대여점에 안들어 가고, 간직하고 싶게 만들어 내자. 그래서 대여점과 상관없이 책을 소장가치 있게 작품을 만들어 가겠다는 맘이다.
사고 싶어서.. 사고 싶게 만든다면 논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싸게 간다는 편견을 깨고 가고 싶다. 일반인들 글은 써도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릴 수 있나.. 창작물을 싸게 취급하는 것은 서로 최악이다.


댕기의 리뉴얼(4호발행부터 참가)을 시작으로 93년 윙크, 95년 밍크, 98년 나인, 2003년 오후의 창간까지 이어온 그녀가 생각하는 순정만화라고 불리는 의미가 궁금해서 넌지시 물어보아 들었던 짧은 답편.

“순정만화라는 것은 여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순정만화라는 불리는 것에 대한 정체성에는 문제가 없다. 진부하거나 촌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편하게 대답한다. 혹시나 있을 순정만화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컴플렉스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말인데, 괜히 물었다 싶게 단순명쾌하게 답해 주었다. 그랬다. 실제 순정만화로 불리 우던 그 태생적 컴플렉스를 현장의 사람들은 자신의 텃밭을 갈구며 흐르는 땀으로 조금씩 자연스럽게 씻어 내려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논외를 떠난 그녀의 단백한 대답이후로 강인선씨는 독자들의 미적 감각이 세련되어졌다며 도서설계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건축설계와 같은 의미로 텍스트와 비주얼에 대한 설계 도면을 만드는 것이라 하는데, 만화잡지에서 많이 등한시 해왔다며 고민할수록 좋은 잡지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장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모든 기자들이 창간호 판촉전에 투입해서 독자들의 생생한 반응을 느끼게 한다. 그 앞에서 솔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독자를 보면 깨닫게 된다. 왜 잘 만들어내야 하는지를..” 무대를 만들어 주는 존재로서, 관리자이기보다는 영원한 실무자이고 싶다는 그녀가 이끄는 오후팀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상업적인 것은 나쁜 말이 아니다.
짧은 생명력의 상업성이 작가나 독자들은 아쉬운 것이다. 출판사들이 넓은 안목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연구하는 모습이라면 우리 만화시장은 언제나 가능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 시장을 믿고 잡지호수가 쌓여나갈 때 진정성은 깊어진다. 단명 되었던 잡지들은 당장의 수익에 장기적인 시장개척과 독자들의 시린 시선을 외면하고 사라졌었다.
작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만화시장에 과밀할 정도로 꽉 차있는 만화인들이 있고, 언제나 재미있는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적지 않다.

오늘 독자들을 외면하지 않는 시선. 상업적으로 안목있는 시선이 주는 기대는 오후의 홍차처럼 즐거운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