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출판사 <새만화책> 을 다녀오다.

새만화책은 1년이 채 못된 아직 익숙치 않은 출판사 이지만 세권의 책을 내며 소리소문 없이 입소문이 퍼진 출판사입니다. 발행한 책으로는 공동발행인이기도 한 김대중씨의 [자지도시의 아름다운 추억], 2002년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만화상을 수상한 김건웅씨의

2003-02-01 김성희


새만화책과 두차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명콤비 조경숙, 김대중 공동발행인들과 함께한 첫날은 필자 바이오리듬에 의해 식객 노릇 하며 밥 한끼 얻어 먹은 것 외에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출판사 이름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새만화라는 건 무엇인지? 를 물었는데 조경숙씨로부터 아주 단순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좋은 만화라고 하더군요.

모든 좋은 만화. 땅 만큼 넓은 만화. 출판사이름이 편하게 다가오는 재미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새만화책은 1년이 채 못된 아직 익숙치 않은 출판사 이지만 세권의 책을 내며 소리소문 없이 입소문이 퍼진 출판사입니다. 발행한 책으로는 공동발행인이기도 한 김대중씨의 [자지도시의 아름다운 추억], 2002년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만화상을 수상한 김건웅씨의 [꽃], 노르웨이의 만화가 제이슨의 [헤이, 웨잇] 이상 세권입니다. 그리고 3월 창간된 계간지 ‘이크’가 있습니다.


새만화책이 주목받는 이유에는 또 한명의 공동발행인 조경숙씨의 전적도 무시할수 없어 보입니다.
우리만화의 질적인 흐름에 굵직한 선을 그은 글논그림밭의 편집장 이었던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주목 됩니다.

잘 되면 용기고, 안되면 만용이라고 또 단순한 진리로 의지를 보여줬던 조경숙씨. 첫날의 인터뷰 내용은 이것으로 충분한 입김이었다고 필자 개인적으로 고집하면서, 두번째 만남으로 갖은 김대중씨의 입담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 계간지에 대한 소개 좀 해주세요.

- 이크, 새상상 새만화. 우선은 계간지이고 이후에 수입이 생기면 격월간이나 월간으로 할까 합니다.
비평과 창작을 겸한 잡지이죠. 현재 만화판에선 어느 한 부분만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구요. 비평과 창작도 둘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죠.

* 그 이전의 잡지들로는 부족했단 것인가요?

-그 이전의 잡지... 그렇죠, 사실 지금의 잡지들, 일본풍의 대중적 시선을 의식하는 것보다
만화가에게 작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작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작가가 기존의 만화잡지 등에 많이 길들여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요 어쨌든 만화를 예술로서 위치시킬 수 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술이란 어려운 말이지만. 예술도 권력과 헤게모니가 있죠.
현재 만화가 문화 전반에서 그런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저희 잡지를 대하는 것이 좀 더 진지했으면 좋겠구요. 물론 만화적 가벼움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지만…

* 작가들에 대한 자세를 말하는 것인가요?

- 네. 만약 원고청탁이 들어온다면 사실 저희 잡지가 지속적으로 한 작가에게 자리를 내주기는 어려워요. 계간이니까요. 연재가 힘든거죠. 너무 무겁게 말했을지 모르지만 즐겁게 놀만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나 이런 놈이야 하고 말할 수 있는 것 이런 부분을 채워줬으면 합니다.

…작가들에게는 그렇습니다.

* 현재 만화출판 시스템들은 작품에 대한 편집자 개입의지가 강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것에 익숙했던 것이 작가들도 많구요.

-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만화가 인쇄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거니까, 인쇄매체에서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게 하기 위해서 디자인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조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작품 자체에 대해서 저희가 내용을 터치하지 않아요.

책 만드는 입장에서 결국 작품이 잘 보여지게 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어떤 게 시각적으로 아름다울까에 대한 것은 조율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문제가 좀 있습니다만 소위 말하는 주류만화도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며 저 역시도 주류만화를 즐기면서 자랐고, 지금도 좋아하고 또 만화란 그런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 이크의 만화는 주류만화가 아니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건가요?

- 아니요. 주류라고 볼 수도 있죠. 주류적인 작품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우선 참여작가로 김동화 선생이나 윤태호, 송채성 작가 등이 포진되어 있구요.
하지만 주류의 시스템은 아니죠. 대중적인 판매를 염두하고 작품을 의뢰하진 않아요. 우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달라는 거죠. 자기 하고 싶은 거 못한다고 불평하는 작가들 많잖아요. 저희가 원하는건 그것 입니다.

*기존의 출판사들의 문제 중에 하나가 월간이나 주간이었다는 시간적 한계에도 있다고 보는데요..

- 그럴수도 있죠.

* 계간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많이 비껴나간다고 생각해요?

- 아니요, 저희도 월간으로 할 계획이 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계간이기 때문이 아니라 만화에 대한 방향이 그럴 거 같아요. 바라보는 시각 말이죠.

* 그건.. 전에 말했던 새만화라는 의미를 포함해서 이해하면 되나요?

- 네.

* 새만화라는 것도 시간적.. 농도가 일어야 가능한게 아닌가요?

- 네. 음.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꿋꿋이 버틴다 입니다.

* 작가의 의지에 맡기는 것인가요?

- 예, 그런 작가는 있으니까요. 새만화책에 만화를 그려줄 작가는 많이 있다고 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꿋꿋이 하는 작가와 그걸 꿋꿋이 버티며 출판하는 출판사. 새만화책은 무슨 아트를 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좋은 만화 하려고 합니다. 주류적 만화더라도 좋은 만화 무지하게 많고 비주류적 만화라도 안 좋은 거 대부분입니다.

* 새만화라는 걸 설명할때.. 좋은 만화를 말했었죠?

- 네. 완성도 있는 만화가 적합할 거 같군요. 완성도 있는 좋은 만화. 이런 만화를 하려는 작가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만화를 보는 시각도 서서히 변하겠죠.

* 지금까지 우리만화의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 작가의 의식 전환적인 측면도 있는 건가요?

- 이미 의식변환이 필요 없는 작가가 많다는 겁니다. 젊은 작가의 상당수는 그러하다고 봅니다.

* 긍정적으로 보시네요?

- 네. 하지만 좀더 꿋꿋했으면 합니다. 성실성도 필요하구요. 만화 만들어서 한국에서 밥 못 먹습니다.

* 꿋꿋하다는 건 무엇 인가요?

- 자신의 의지죠. 보통 순수예술 한다는 사람들한테 일반인들이 보는 관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작가로서의 의식 말입니다. 그걸 유지해 달라는 겁니다.

* 지금까지 그런 의지가 작가에서부터 발동되어 가는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고 볼 때, 그런 면에서 의지적인 측면이 있는 그런 출판사가 별로 없었죠?

-그렇죠 따라서 그런 작가는 사라지게 됐었죠.

* 출판사가 발동 걸고 나온것이.. 참 독특하네요.

- 책을 못 내는 만화가가 많으니까 자신이 만화가라는 것도 의식하기 어렵고,. 하여간 출판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연이 많았지만. 그 이상의 필연도 있었다고 봅니다. 때가 된 거죠.

* 때요?

- 네. 어쩌면 조금 앞질러 나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산업이 축소되고, 기존의 주류만화조차 힘든 판입니다. 하지만 어떤 문화를 이끌려면.. 언제나 앞서는 부분이 나와야죠.. 젊은 작가들은 기존의 만화, 일본만화, 그 이상의 시각적 문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작가적 의식을 풍부하게 키워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 명의 작가로서 ... 그들과 경험을 공유했고요.

* 출판사 발행인으로써 한마디 더 부탁한다면요?

- 한국만화문화의 죽음의 고리. 출판사-독자-만화가-지원기관-만화관련단체-교육기관-비평가... 모두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죠. 그러니까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고리를 살짝 터보는 거죠. 저희 출판사는 물론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만화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싶어요.

그저 대중적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개별적 감성에 와 닿는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 그것이 작가이자 출판인으로서의 꿈이 되나요?

- 음... 뭐, 그렇죠. 그것도 꿈이고 저것도 꿈이고

* 작가이면서 출판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향성이겠죠? 지금까지 만화출판쪽에 작가는 없었잖아요?

- 그렇군요. 그게 장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거기다 작가주의적 만화를 지향했던 글논그림밭의 조경숙 편집장님이 공동 발행인이시니까요.

* 조경숙 편집장님에 대한 얘기를 좀 부탁드릴께요..

-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죠. 30년 가까이. 그리고 그 중 8년 정도는 만화출판에 전념했어요. 글논그림밭 때 부터 만화출판을 시작 하면서 만화에 애정을 갖게 되었고, 자신이 필요한 분야임을 안 겁니다. 성격이 꼼꼼한데다 출판 경력이 갖고있는 놀라운 인프라와 기술들은 저 혼자서 라면 절대 생각 못했을 일입니다.
하여간 우린 서로 최고의 콤비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게 우연인 거죠.

* 필연이네요

- 하하

* 아까 죽음의 고리란 말에 이어서 항간엔 우리 만화판에 비평이 살아 남기 힘들다고들 하는데요.

- 어떤 면에서 작가가 안되면 비평가가 리드를 해나가야 하는데..

* 그럼 이쪽도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는 건가요?

- 그것도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만화에 대한 내용의 비평 차원에 머물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만화를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전문적인 깊이를 갖고, 내용 이상의 좀더 메타적인 것까지 건드려 줘야 한다는 거죠. 만화의 언어, 산업, 정신분석, 미학...역사 등등등 이거 읽었는데 이거 재밌다, 아쉽다, 한번봐라 뭐. 그런 거 보단..아 잘 모르겠네요..

* 스콧 맥클루드 같은 비평가를 바라는 건가요?

- 음. 그 사람은 비평가라기 보다는 이론가라고 볼 수 있죠. 스콧 매클루드는 개별작품에 대한 분석보다 만화의 언어 전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 그럼 이번에 비평쪽이 많이 힘드나요?

- 그렇죠. 그건 제가 아직 인프라를 쌓지 못한 게 큰 원인이기도 하고요. 그럴 인프라가 준비 되지 않은 것도 요인이구요. 하여간 그런 문제도 단순히 비평가의 문제는 아니에요. 작가와 독자, 출판사 등등이 여
엮여있는 겁니다.

작가가 좋은 만화를 내야 하는 거고, 독자가 그런 걸 호응을 해줘야 하는 거고, 출판사가 그런 작품을 무리해서라도 내야 하는 거고. 만화가 대중적인 예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중적인 취향이 최고이며 쉽고, 알아듣기 쉬운 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이라는 큰 단위보다 자신의 글을 알아줄 한 명의 독자가 있다면 그걸 믿고 글을 써야죠. 항상 일반적인 시각에 눈을 맞춰서 글을 쓰니 문제죠. 그거 이상의 글이 안나온다면 그건 비평가의 문제고요.

* 책이 3월 15일 경에 나온다고 하셨죠? 이 잡지가 사업지원 받은 것으로 알고있는데 어떤 지원 을 받은 거죠?

- 만화계간지 사업이라고 하나..

* 아까 죽음의 고리 말 할때.. 지원사업 부분도 있었는데.. 진짜.. 필연처럼..이어지네요..

- 하 하하 독자가 그걸 쫓아와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 독자도 필연이 될 듯합니다..(필자인 저의 기대이기도 합니다.)

- 하여간 저희도 아직 책을 많이 낸 건 아니고요. 거기다 잡지는 첫 호 이니까요.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오래 하게 된다면 조금씩 나아지겠죠.

이상의 인터뷰에서 느낀점은

현재 우리의 만화문화가 침체되어 있지만, 그것은 산업적인 측면에 많은 부분 치중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작가와 독자는 계속 자신들의 기호를 탈바꿈하며 꿈을 꿉니다. 하지만 그 동안 이런 작가의 모습을 외면했던 만화 출판사들의 모습은 아쉬움 이었습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는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부족하면 안될 명제이죠.
앞으로 ‘새만화책’ 가는 길이 좋은 필연으로 연결되며 작은 시도로만 멈추지않는 출판사로 커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