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기슭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센터를 찾아가노라면, 그 위치 때문인지, 부족한 운동량을 탓해야 할지, 언제나 숨이 가쁘고 가슴이 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가슴은 그 목적을 잊은 듯,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시침뚝떼고 들어간 ‘바카스’의 작업실에는 작업실의 홍일점은 다른 일로 외출중이었고, 4명의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바카스’는 98년 ‘한겨레만화아카데미’ 3기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으며, 현재 25명의 작가가 활동중이고, 이 달 말 2명의 새내기 회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바카스의 회지를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사색적인 만화, 일상적 혹은 사회적 이슈를 담은 만화, 칸이 없거나, 사진으로 연결된 이야기, BGM이 느껴지는 만화까지, 천편일률적인 주류판의 만화잡지에 익숙한 눈으로 이들의 책을 보면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이들의 회지는 14세기의 문제작 보카치오의「데카메론」을 연상시킨다. 흑사병을 피해 산중 수도원으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재미 삼아 시작한 10개의 백일간의 이야기, 이 책이 연상되는 이유는 각양각색의 ‘만화경 같은’ 이야기와 속박이나 인습을 깨뜨리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작중인물들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문예부흥기라는 르네상스. 중세의 고리타분함에 대한 반동으로 이상향의 시대로 조명된 고대 그리스?로마신화. 그 속의 자유로운 신 디오니소스와 쇠락한 한국만화판의 ‘바카스’에서 접점이 느껴진다면, 무리한 상상이 되려나.
인터뷰는 ‘열혈편집장’ 정철씨와 옆에서 시나브로 말을 돕는 회원들(금정수?손창수?심경식)씨와의 대화로 별탈 없이 진행됐다.
고구마: 어떠한 계기로 모이게 되었는지요.
바카스: ‘한겨레만화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의 3기 기수들이 졸업후 보니까, 어떤 특별한 매체를 선점하고 연재를 하는 작가들이 많지 않았고, 만화관련 일을 하고는 있지만, 창작에 대한 열의나 발표하고픈 욕구들은 계속 쌓여 있는 상태였죠. 매체가 없으면 만드는 수밖에 없었고, 그때 3기들이 주축이 된거죠.
처음에는 ‘바카스’(유희의 신, ‘흥’과 자양강장이라는 청량제 특유의 메시지)와 ‘홍수완(국가적 이미지, 불굴의 의지)’이라는 두 가지 모토를 달고 작가군을 구성해 책을 준비했죠. 그런데 1호 책이 나온 후 “우리가 이 책을 내는 데는 ‘흥’이외는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공감하고 ‘바카스’라는 모토만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 거죠. 그게 98년이구요.
고: 작품집을 보면 작가들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묻어나는데, 이러한 인자들이 ‘바카스’라는 한 울타리에 모일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바: 초창기 바카스의 메리트는 꾸준한 발표력에 있었죠. 98년 99년에는 3달에 1권씩 책을 냈으니까요. 여타의 인디?언더 동아리들과는 다르게 추진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작가들이 굉장히 열성적이었고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즐기는 쪽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목적의식이 분명한 거죠.
우리는 이 매체를 가지고 ‘뜰려 하거나, 팔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표현과 그것을 통한 소통, 그것만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그만큼 원고가 자유롭고, 책 만드는 것이 즐거웠죠. 그렇게 한 2년이 지나니까 작가도 확충이 되고, 기존의 모토가 연계가 되어 지금 모이는 작가들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진도 최대한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죠. 출판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고, 상업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지만, 오버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디?언더로 있는 최대한의 범주안에서 활동하려 하죠.
고: 작품집 발행의 주기는 어떻게 되는 가요.
바: 작품의 주기는 분량이 좌우합니다. 가장 자유로운 작품활동은 그리고 싶을 때 그려서 준비된 매체에 실어 내는 것이라 생각되어, 우리가 작가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주려고 마감도 없앴어요. 책 마감도 없지만 일정량의 원고가 모이면 발표를 하는 거죠.
고: 그렇다면 바카스의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바: 그것은 상관 않기로 했어요. 정기적으로 책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들은 독자보다 작가에게 손을 들어주는 쪽이고, 기다려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면, 독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거죠.
고: 바카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성향은?
바: 백인백색(百人百色)이예요. 프로 경력이 4~5년 되는 분에서 막 시작하는 초보도 계시고, 중요한 건 ‘열성’이죠. 우리가 책을 내는데 마감이 없기 때문에 ‘열성’많이 작가에게 추진제로 작용하죠. 열성이 없는 분은 도태되는 시스템이고, 튕겨져 나가는 실정이기 때문에 전부 자기 색이 있죠.
고: 회원은 어떻게 모집하는 지요. 별도의 기수 구분 같은 것이 있는가요.
바: 기수나 선후배나 그런 건 딱히 없어요.
회원 모집은 2가지 방법이 있는 데요. 하나는 저희가 좋은 작가를 찾아서 스카웃 하는 경우죠. 대표적인 경우가 애니메이션 센터 만화전문가반 6기 졸업생 김대중(서울창작만화제작지원공모 당선「자지 도시의 아름다운 추억」작가)씨 예요. ‘우리는 이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며 활동 의사를 묻고 뜻이 같으면 같이 하는 거죠.
다른 한가지는 ‘다음카페’나 우리 바카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동참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실력에 관계없이 ‘열성’을 보고 받지요. 그대신 3개월의 ‘수습’과 같은 적응기를 두죠. 그때의 의무 사항은 작품을 3개월에 하나 이상 내야 한다는 거죠.
고: 그럼 바카스에서 지향하고 있는 만화는
바: 딱히 없어요. 예술의 범주가 작가 입장에서는 자기 표현이고, 독자와의 소통일 테니까요. 우리는 상업성이나 매체성을 간과하는 ‘콧대 높은’ 쪽으로 편집을 진행하기 때문에 딱히 지향하는 쪽은 ‘좋은 작품을 만들자’ 이런 거죠.
고: 바카스 만의 색이 있다면
바: 바카스의 색은 없어요. 상업 만화에서 인디 만화까지 장르에 관계없이 그리고 싶은 것 그리면 되요. 그것이 저희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죠. 이쪽 판에서는 굉장히 단점이고, 그렇다고 상업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 부분이 우리 색 안에서 가장 큰 자유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옭아매지는 않아요.
우리가 ‘카툰 피’ ‘코믹스’ ‘악진’ 등과 대비할 수 있는 비주얼 적인 이미지로 꾸밀 수는 있죠. 그런 요소가 잘 되면 ‘맛있는’ 책이 되는 거구요. 하지만 우리 팀 안에는 편집진은 없고, 다 작가 뿐이예요. 편집이라는 것 자체를 최소화해, 차례와 페이지 수를 편집하고 다른 것은 전부 작가가 하고픈 데로 최대한 맞추죠.
고: 상업성의 문제라 볼 수 있는데,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소극적일 수 있지 않을 까요.
바: 저희끼리는 이미 결론이 난 얘긴데, 그런 거예요. 종교에서도 99마리의 양과 1마리의 양의 가치평가를 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독자들도 마찬가지예요. 10만명이 와서 보든 1명이 와서 보든 그건 양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저희는 작가이자 독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봐도 충분히 1백퍼센트 가치가 있는 거죠. 우리가 최대한 노력은 하지만 그게 절실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방법일 뿐이지 그게 어떤 수단으로 발전할 이유가 없는 거죠
고: 독자들과의 피드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바: 홈페이지와 다음카페 두 가지의 온라인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주요 통로입니다. 작가들끼리는 작품의 감상이나 비판을 담은 ‘백서’를 따로 제작하거나 모꼬지 등을 통해 이야기하죠.
고: 작품은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가요.
바: 기본 행사는 참가해요. LG?동아전, 부천행사, ACA, 코믹월드 등 기본적 만화 판매 행사에는 될 수 있으면 안 빠지고 참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타 아마추어 친구들과 경쟁하지는 않아요. 부스를 차려 놓고, 책을 팔 뿐이지 간판을 껴 놓는다거나 하는 일은 안하고, 독자들에게 우리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판’까지만 하죠.
더불어 인터넷 판매도 하고 우만연 행사 때도 팔고, 직접 와서 사시는 분들도 있죠.
고: 만화 시스템의 주요 문제를 꼽는다면
바: 음. 어디부터 꼽아야 하죠. 지금 프로 만화는 매체의 시장성 자체가 사장되는 분위기고, 인터넷 온라인도 작가 비중 자체를 두지 않고, 일본 만화가 수입되고 있기에 나오는 모든 문제들은 다 아시리라 생각하니까, 프로 만화 얘기는 안할께요.
인디?언더만화는 어쨌거나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작품을 재생산 할 수 있는 유통라인을 언더 스스로가 갖추지 않으면 안되요. ‘카툰 피’같이 기업적으로 포장을 해서 유통라인을 확보하고 언더 냄새가 나지만 언더가 아닌 상업지를 만들던가, ‘코믹스’와 같이 작가들에게 지원을 안하는 최소한의 투자로 작품들을 계속 뽑아내든지 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하지만 작가가 자기 돈을 들여서 책을 내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죠. 그런 팀들이 많기도 할꺼구요. 하지만 그런 팀들이 있으면 어떤 문화적인 운동이나 전시형태로 아우르는 것이 가장 큰 지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애니메이션센터, 부천만화정보센터나 만화가협회, 우만협이든 그런 행사는 이제 등한시하는 것 같아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ACA나 코믹월드라는 인디?언더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동인 모임이예요. 그 행사를 유치하는 주체들은 ‘팬 아트’의 개념이 강합니다. 그들은 그리는 것이 좋고 예쁘면 좋고, 자기 충족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예요. 그래서 그들은 아마추어지만 굉장히 상업적인 거죠. 코스프레나 팬시위주로 밖에 진행할 수 없고, 그런 행사는 인디?언더행사가 아닌 아마추어 행사일 뿐이죠.
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인디?언더만화를 대안적 존재로 주목하게 되는데, 바카스는 어떠한 길을 걷고 있는지요.
바: 우리는 늘 지금처럼이예요. 어쨌거나 저희는 책을 낼 것이고, 활로가 궁한 작가들은 계속 모일 겁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이 올곧기 때문에 절대 망하거나 큰일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하는 사람들은 피곤하죠. 피곤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이벤트를 계속하는 상황으로 돌려야 되겠죠. 그게 바로 작품일 테구요.
고: 작품 외에는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바: 여러 활동을 하죠. 만화가가 만화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작품활동을 하면서 다른 활동도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하구요.
고: 만화판의 문제를 바꾸려고 어떠한 노력을 하시는 지요.
바: 지금 상업판과는 다른 만화를 그려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펜 이외에 붓으로 작업을 한다던가(이번에 김성희씨가 그런 작업을 시도했고), 인형의 사진을 찍어서 사진으로 만화를 한다던가 그런 류의, 또 다른 시도들을 작품 속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언어 자체가 작품이기 때문에 모든 활동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죠.
고: 어떤 운동이나 움직임이든지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의 ‘연대’를 중요시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바카스’는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는지요.
바: 2000년에 굉장히 크게 사업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바카스와 메가툰을 중심으로 해서, 한겨레문화센터출신과 기타의 인디?언더팀을 아우르는 웹진을 구축하려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죠. 그 원인을 살펴보면, 작가들이 다작을 안하거든요. 그래서 주목을 받지 못하죠. 저희의 경우 6개월에 1권을 내는데 다른 곳은 2년에 1권도 힘들죠. 작가가 백명, 2백명 모인다고 해도 바카스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 이곳에 흡수되기도 하고, 논의는 되나 움직임이 안 보이니까 흐지부지 되는 거죠.
고: 그럼 메가툰이 실패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 까요.
바: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죠. 메가툰은 홈피를 운영할 돈과 잡지를 복사해서 계속적으로 돌릴 자금이 없었죠. 그런 일을 하려면 최소한 한 두 명의 사람에게 월급도 주고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됐던 거죠.
일군의 친구들이 이쪽의 정보를 모아서 웹진을 구축하는 일을 추진한다면, 돈이 안들어도 2백정도는 들거든요. 다른 여타의 만화 단체에서 매달 지원해 줄 수 있느냐 하면 상황이 그렇지도 않거든요. 결국은 연재를 하는 작가들에게서 나와야 하는 건데 한두 달이라면 부담이 없겠지만, 그 이상을 배겨나지 못하죠.
고: 인디만화 집단의 시각에서 디딤돌과 걸림돌을 꼽는다면
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예요. 걸림돌을 꼽는다면 인디?언더판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코믹월드나 ACA가 너무나 상업판에 물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이들은 맞장구 치며 돈을 벌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는 거죠. 즐거운 행사가 아니라 상업에 찌든 행사가 되는 거죠. 코믹월드의 경우 이번에 성인 판매전까지 한다고 해서 미소녀 물만 따로 행사장을 무료 오픈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일본의 상업물들을 권장하는 입장이니까 그게 걸림돌이 되겠죠.
종합적으로 볼 때 원인은 어쨌거나 현재의 만화판일테고 그 결과가 그런 행사겠죠. 그런데 문제는 한국만화판을 이끌어갈 5년전 세대들의 행태가 이렇다면 결과물은 일본 아류일 뿐이다라는 거죠. 이런 것을 간과하지 말고 다른 좋은 판도 많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이벤트나 환경, 지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그걸 안하고 돈 되는 일에만 광분하는 각종 협회들, 경쟁력 없는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들, 연계하지 못하는 기성작가들이 문제겠죠.
주춧돌은 그러면서도 계속 좋은 작품을 하고 있는 한국의 만화가들 전부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활동을 하잖아요.
고: 현재 바카스의 고민이 있다면
바: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돈이예요. 우리가 돈을 모아서 책을 뽑지만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죠.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많으면 좋은 책을 만들 수가 있어요. 같은 부수라도 가격대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가들이 바카스 안에서 경제적 소득을 얻지 못하니까 작품을 하는 것과 직장을 다니는 것에서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거죠. 우선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이 큰 고민이죠.
고: 앞으로의 계획은
바: 계획은, 지속적으로 ‘바카스’를 발행하고,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회원을 모집하는 것입니다. 잘 그리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작가집단으로 회원수를 늘리고, 1년 후쯤에는 출판등록을 하고(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받아) ‘정식단행본’ 형식으로 좋은 작품집을 발행하는 거죠.
자유롭게 창작된 작품이라도 등록없이 책을 유통하면 유통법에 걸리거든요. 등록은 곧 제도권의 심의를 의미하구요. 우리는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전혀 할 생각이 없거든요. 그렇다면 문제는 ‘만화 매니아’가 아닌, 일반독자(바카스 홈페이지나 웹진을 찾아다니지 않는)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입니다. 그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지 않는 것도 또한 우리가 실수하는 부분이죠. 그래서 바카스는 언제까지나 인디를 고집하고, 이 부분을 통과할 수 있는 작품들만 베스트로 꼽아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매체가 되는 거죠.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계속 노력 해야죠.
언젠가 학교 화단에서 꽃을 꺽어 책상 앞에 꽂아 놓은 적이 있다. 특유의 게으름으로 신경을 쓰지 못하다, 물을 한번 갈아준답시고 들여다 본 것이 일주일 뒤였다.
시들었을 줄 생각하고, 병을 보니 잘려진 꽃줄기에 실타래 같은 희고 가는 뿌리들이 무수히 뒤엉켜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손발이 묶인 척박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꽃의 생존본능이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비주류, 만화동네의 또다른 변방에서 활동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리 추구를 위한 출판, 일본만화화 되는 주류 만화, 이에 변화를 노력하지 않는 프로 작가들, 인디 작가와 독자와의 통로를 가로막는 심의와 유통법.
다양성이 부족하고, 재생산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비주류가 살아남는 것은 여전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꽃줄기에 난 무수한 뿌리 마냥 변방의 인디씬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작품집이 나오는 짧지 않은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