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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타운, 만화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11월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두 달 남짓한 시험 가동 기간을 거친 코믹타운(http://comictown.co.kr)이 공식 개장을 했다.
코믹타운은 올 초부터 창작만화웹사이트‘라는 다소 긴 명칭으로 준비되어 왔던 온라인 만화 공간.

2006-11-01 서찬휘

코믹타운 홈페이지 이미지
코믹타운 홈페이지 이미지

11월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두 달 남짓한 시험 가동 기간을 거친 코믹타운(http://comictown.co.kr)이 공식 개장을 했다.

코믹타운은 올 초부터 창작만화웹사이트‘라는 다소 긴 명칭으로 준비되어 왔던 온라인 만화 공간. 국내 양대 만화가 단체인 한국만화가협회(이하 ’만협‘)와 우리만화연대(이하 ’우만연‘)이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과 공동으로 제작했다. 준비단계에서부터 만협과 우만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해 말할 만큼 만화계에 큰 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가칭 ’창작만화웹사이트‘로 준비되어 오다 지난 8월 25일 ’코믹타운‘으로 공식 명칭을 확정하고 제호와 도메인 등을 준비했다. 11월 한 달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코믹타운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작가들이 직접 만화가 연재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한 인터넷 사이트다. 현재 출판 만화 시장은 기묘한 성장세를 보이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는 ― 다만 태반이 내용 면에서 그다지 실하다고 볼 수만은 없어 안타까운 ― 교양·학습만화 시장과 일부 웹툰을 제외하자면 창작물을 꾸준히 생산해낼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종이 잡지는 폐간하거나 온라인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단행본 시장도 총판 유통과 불법 스캔만화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대여점 개수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만 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전체 시장 규모는 교양·학습만화, 웹툰(유료결제가 아니란 점에서 시장성을 따지긴 어렵지만, 작가 수익 면으로 볼 때)을 비롯해 온라인에서 기존 출판 만화를 뷰어를 통해 보는 소위 ‘온라인 만화’ 시장의 약진으로 오히려 견고해져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코믹뱅이나 코믹플러스 등 몇몇 CP들은 주도적으로 작가를 유치해 온라인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12월이면 만끽이라는 온라인 청춘만화지도 나올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한 쪽이 다 죽었다기보다 시장판도 자체가 오프라인, 종이 출판이 아닌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시장 주체들 스스로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요는 기존 방식, 기존 유통 위에서 무언가를 바꿀 수 없으니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

코믹타운의 구상은 바로 이 지점에 닿아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창작자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연재 창구를 만들고, 이렇게 해서 제작한 작품들을 직접 독자들에게 소비하게끔 하는 유통 환경까지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기존 대형 출판사도 오프라인 잡지를 접고 온라인에서 먼저 작품을 선보인 후 단행본 출간을 꾀하려 들고 있지만(대원씨아이의 수퍼챔프) ‘갑’인 회사(출판사)들에 휘둘리기만 했던 ‘을’ 작가들이 주도해 이러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미 코믹타운은 기성, 신인을 가리지 않는 두 차례의 공모전을 통해 연재진용을 갖췄으며 PISAF의 학생디지털만화공모전, 컨텐츠와이드, ACA 등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만협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수상작도 실으며, 내년 2, 3월 발간 예정인 ‘씨네21’의 만화 잡지도 발간 후 코믹타운에 작품을 싣게 되며 지하철 배포를 주로 하는 무가지 ‘포커스’와의 제휴로 공모전 규모와 오프라인 연재 창구를 늘리기도 했다. 공모전에서만 멈추지 않고 좀 더 많은 창작 인력을 끌어 모으고 좀 더 많은 노출 창구를 구축하기 위해 전 방위로 손을 뻗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게다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나 일본, 유럽 ―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 등과의 연계를 통해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있으며 내년 1월부터는 오프라인 월간지까지 내겠다고 한다.

사이트를 돌아보면, 기성 작가, 아마추어 만화인들, 독자들 등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차림을 준비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작가들은 창작하고 독자는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가입자 누구든 작가 회원이 되어 자신의 작품을 팔 수 있게끔 구조적으로 안배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작품을 낼 수 없었던 출판이든, 포털에서 인기순위에 목을 매지 않고서는 돈을 받을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없었던 웹툰이든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 기능으로 직접 ‘시장’이 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기성과 신인을 구분하지 않는 공모전 기조도 그렇지만, 이미 이 지점에서는 프로도 아마추어도, 심지어 독자도 그다지 구분을 두지 않는다.

이상적인 방향을 바탕으로 꾸려진 "코믹타운". 기존과는 다른 새 시장, 새 창작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현 시점에서는 확실히 시의적절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믹타운이 넘어야 할 과제들은 남아 있다. 독자들과 함께 할수 있는 재미난 만화를 만들어야 내야 하는 부담감을 비롯해 국가 지원 사업으로 재정이 꾸려지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오랜 산고를 거쳐 열린 코믹타운.. 과연 코믹타운은 이 모든 과제를 극복하고 만화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만화계의 관심과 기대가 모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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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