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10대 뉴스 죽지도 않고 또 왔소.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그 해 있었던 이런저런 사연들을 정리해 보게 마련.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왔으니, 보고 들었던 여러 이야기 곱씹어가며 송구영신 품바 한 판을 벌여 보자.
일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일제히 날짜 바꾼 행사들 - 자리 잡기가 쉽지 않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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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OF 포스터 |
만화 축제들 개최시기 변경 : SICAF는 5월로, BICOF는 8월로매년 여름 방학 코엑스 자리를 꿰어 차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올해부터는 5월로 개최일자를 옮겼더라. 장소도 학여울 역 서울무역전시장으로 옮겼더라. 전시관도 나누고 토론회도 거하게 열고 클램프니 잼프로젝트니 인기인들까지 데려와서 화제는 모았지만 사람이 예전 같진 않았더라. SICAF가 떠난 그 자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덜컥 들어앉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확연히 시민축제로 자리 잡은 모습이 제법 태가 났더랬다. 다만 두 행사 모두 이제 막 일정을 바꾸었으니 내년 행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나 쉽지는 않아 보이니 걱정이다.
이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이제껏 훔쳐 쓰다 된서리 - 그래도 잘못 없다 우기더라  |
[위치헌터] 표지이미지 |
저작권에 대한경종을 울린 사건 : 스캔만화 단속 및 [위치헌터]표절논란허구 헌 날 만화 공유하고 내려 받아 보던 아그들이 된통 걸렸는데 워낙 어린놈들이라 각서로 용서해주려 했건만 40여명 정도가 그래도 잘못 없다고 뻗대는 바람에 결국 고소 단계까지 가는 상황이 되었다더라. 각서 쓴 것들도 권고 사항을 어찌 해석했는지 온갖 관련 단체 사이트에 몰려 들어가 읍소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업무 마비사태까지 야기하고선 뒷전에선 알고나 떠들라며 되레 난리더라. 애들도 이렇게 개념이 없건만 창작가들도 얼굴 못 들 상황 연출했다더라. 「위치헌터」는 표절시비가 걸린 상황에서도 고압적으로 나가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고 모 만평가는 자기 연재란에다 남의 작품인 「조삼모사」를 대사만 바꿔다 싣는 짓을 저지르고도 사과 한 마디 없었더라. 훔쳐 쓰는 것도 애들 장난처럼 되어선 곤란한 것이어라.
삼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삼삼오오 가시버시 맺노나니 과연 쌍춘년 무섭도다
올해가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쌍춘년이라 카더라. 덕분에 1년 내내 예식장들이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다는데 만화계 사람들도 여기에 한 몫 두 몫 열 몫 보태는데 힘 좀 썼다더라. 서로 삼삼하니 끌려들어 가시버시 맺은 처녀 총각 한 둘이 아니었으니, 정철연 박성식 문정후 황남용 전진석 박성우 장동한 이성규 윤효승 강풀 고병규 등등 나이를 막론하고 열심히들 바쁘게들 갔다더라. 하나 같이 인물 잘나고 짝도 잘 만났으니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열심히 백년해로하는 일만 남았더라. 빚보증만은 서지 말고 부디 행복들 하시라.
사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사이를 노리는 전략 내네 - 무크지 시대가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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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 밥 (Comic mook) |
잡지든 단행본이든 시장이 확연히 줄어드는 상황에 그 사이 시장을 노리는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이른바 무크파라 하더라. 이들은 잡지와 단행본의 장점을 녹인 기획이라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각기 개성이 뚜렷하더라. 작가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뭉쳤다는 <프로젝트 마노>의 『국제강한연구소』가 구성원 서로가 모든 구성과 부담을 나눠 진행하는 방식이라면 청강산업대와 거북이북스가 주도한 키워드 만화 무크는 산학협동 방식을 쓰고 있더라. 방식과 이윤 면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라지만 기존 판에서 나오기 힘든 류의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귀중한 창구가 늘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오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오묘한 재미 주네 짤방 만화 - 독자들 솜씨 기막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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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모사]원본이미지 |
만화, UCC의 첨병 : 조삼모사와 짤방보이그림 첨부 게시판에서 ‘짤리기’ 싫으면 넣어야 했던 짤림방지용 그림이 만화를 만나니 이름하여 ‘짤방만화’더라. 어느 날 「먹통X」로 개그의 전설로 회자되던 고병규 작가, 자기 미니홈피에 올린 「조삼모사」라는 괴작이 ‘펌질’ 당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사이엔가 대사만 바궈 패러디되는 「조삼모사」시리즈로 발전했는데 이거이 그 내공들이 하나하나가 너무나 심후하여 끝내주더라. 앞에도 말했지만 프로 작가가 베껴가거나 광고에도 멋대로 도용당하기도 하는 등 연일 화제를 모았더랬다. 한편 주먹질하는 ‘짤방보이’란 녀석도 인기였는데 이 녀석은 그림을 수정해가면서 온갖 캐릭터들의 특성을 패러디하는 걸로 인기를 모았더라. 이 둘은 돌고 돌며 UCC가 만화를 만날 때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기막히게 보여줬더라.
육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육성 기대 만빵일세 - 씨네21 새 만화잡지
최근 이 풍진 만화판 강호제현의 귀를 번뜩 뜨이게 하는 소식이 있었으니,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만화 잡지를 내겠다고 나선 것이었으니 그 이름하여 영화잡지계의 최고수 씨네21이더라. 편집장 공채를 통해 역시 내공이 십갑자는 넘어가는 탄감자(전재상) 대인을 모셔놓고 구상에 들어가니 만화 강호인들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한겨레신문사 건물을 쳐다보고 있다더라. 기존 잡지들이 줘도 못 먹었던 부분을 해 내주길 기대하는 눈치가 만빵 역력하니 탄 대인은 이를 어찌할까 걱정이 만빵이로다.
칠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칠갑이라도 하는 양 영상 홍수 - 그게 다 만화 원작이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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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포스터 |
만화원작영상물홍수 : 쏟아지는 드라마화와 영화화
세월이 하 수상한 건지 좋은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올 들어 만화 원작이라는 딱지를 붙인 영상물들이 신고산 흙담벼락이 우르르르르쿵떡쾅 쏟아지듯 터져 나오더라. 만화가 박소희의 「궁」이 드라마로 나오고 강풀의 「아파트」나 B급달궁의 「다세포소녀」 등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더라. 하지만 가장 화제를 불러 모은 건 허영만 대인의 「타짜」가 영화로 나온 것이었으니, 조승우 엉덩이와 김혜수 젖가슴의 힘을 빌렸다곤 하나 힘 있게 끌어간 이야기의 힘은 만화 원작 영화의 성공 사례로 확실하게 사람들 가슴팍을 흔들어 놓았더랬다. 일본 거 가져다 쓴 「미녀는 괴로워」가 역시나 가스나 몸매로 밀어붙이는 와중에 내년이면 강풀의 「순정만화」나 허영만의 「식객」 같은 것도 연이어 나올 예정. 근데 영화사들, 너무 드러내놓고 안전한 쪽으로만 파려는 거 아닌감? 그래봐야 「아파트」 꼴 내봐야 재미가 없을겨.
팔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팔 데가 마땅찮으니 노선 변경 - 시장 바닥이 변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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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웹진 [슈가] |
매체전환등 시장변화 가속 : 종이잡지에서 온리인 잡지로대세라 카면 현재는 온라인이라 하니, 오프라인 잡지와 단행본이 늘상 하던대로 하던 것에서 한계에 다다랐더라. 그냥 적당히나 팔아주던 대여점도 나 죽었소 깨꼬닥 하고 있는 판에 잡지들이 묘안이라 쓰고 꼼수라 읽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 온라인에다 잡지를 떡하니 옮겨놓고 자잘한 돈 챙겨먹는 것이었으니, 처음에 『슈가』가 시작했던 이 방법을 대원씨아이는 아예 모든 잡지를 네이트에다 얹어먹는 사고를 치더라. 그래놓고서는 재미를 좀 보았는지 옮긴 지 한 3개월여만에 『팡팡』을 때려엎어놓고 『수퍼챔프』란 녀석을 만들지 않았겠소. 정말 극소수 몇 작품을 빼면 『팡팡』 인기작 두 편 살려놓고 연재 중단했던 작가 재활용처 마련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지만 어쨌든 대세가 온라인이라 카는 걸 확실하게 각인한 사례라 하겠소. 그 뿐인감, 시장 자체는 창작 극만화는 돈이 안 된다 하면서 기획 쪽으로 가는데 그 기획이란 게 알량한 것이 하나같이 엄마 주머니 뒤질 수 있는 교양 학습만화들 뿐이라니 사실 좀 속 빈 강정에 가깝다 싶은디, 그래도 돈은 벌린다니 할 말은 없음이라. 어쨌거나 그 또한 대세라면 대세로세.
구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구도 뒤집히는 상황 속출 - 그 출판사 주인은 누구더냐
생각해 보소, 만화판에서 가장 이름 잘 알려진 출판사가 갑자기 거시기 바이오인가 생명공학인가 뭐시기로 업종을 변경한다고 해서 사람을 뒤집어 놓았던 게 엊그제 같소. 대원씨아이가 코암나노바이오인가 거시기로 이름 바꿔었잖소. 근데 이게 사실 코스닭인지 닥인지에다 우회상장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한 것뿐이어서, 바로 또 얼마 전에 출판하고 게임쪽을 싸악 발라다가 대원씨아이 이름으로 분할했다지 뭐요. 코암 뭐시기는 이번에 큐렉소로 이름 바꿨다지? 북박스는 또 어떤가, 괴작들을 종종 내는 통에 독자들 사이에서 용자로 통하는 이노무 편집부는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중앙이 중앙일보랑 헤어지는 상황을 맞기도 해(현재 랜덤하우스코리아) 이러나저러나 정신없는 모습을 보여줬소.
십 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십구금 잘못 팔다 경 친 친구 - 행사 하나 말아먹을 뻔했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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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월드 홈페이지 |
아마추어시장과 성인물, 인식 재정비 : 코믹월드 패쇄직전에 몰리다
드디어 이노무 징그럽게 긴 타령도 마지막일세. 이건 또 무슨 기막힌 사건이었냐면, 4월 8일 9일에 열렸던 55회 서울 코믹월드에서 어떤 동인이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고 어떤 미성년자한테 19금 회지를 팔았다가, 사들고 간 애가 부모님한테 들키는 바람에 난리가 났던 사건이었더랬다. 그 부모님, 코믹월드 주최사 쫓아와서 판매자하고 3자대면하고 행사 없애네 마네로 꽤 심각한 이야기까지 오갔던 모양이다. 이에 겁을 먹은 주최사가 해당 동아리에 1년 출전 금지 조치를 먹이고 나이 등급별 회지 제재 강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회사가 설명을 제대로 않고 강압적이기까지 해서 동인들이 싸그리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렸다. 특히나 회지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가장 난감해서, 게시판 항의를 견디다 못한 코믹월드는 부랴부랴 동인들과 대화해보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안 그래도 속 긁히는 일이 많았던 관계에서 이번 일은 그 골을 더 깊게 하는 일이었다 할 것이외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율적인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할 아마추어 행사에서 벌어져선 안 될 사고 한 방으로 아마추어 만화계가 경각심 한 번 확실히 든 사건이었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네그려-
허어, 품바 잘도 헌다~
품, 허 품 품 잘도 헌다~~
[2006년 만화계 10대 뉴스] +만화 축제들 개최시기 변경 : SICAF는 5월로, BICOF는 8월로 +저작권에 대한경종을 울린 사건 : 스캔만화 단속 및 <위치헌터>표절논란 +쌍춘년 만화계 결혼 열풍 : 만화가, 만화, 관계자 줄줄이 혼인 +무크지 시대의 도래 : 청강대 코믹무크, 프로젝트 마노 +만화, UCC의 첨병 : 조삼모사와 짤방보이 +영화지의 만화계 진출 : 씨네 21의 만화잡지 창간 +만화원작영상물홍수 : 쏟아지는 드라마화와 영화화 +매체전환등 시장변화 가속 : 종이잡지에서 온리인 잡지로 +만화전문출판사 구도 지각변동 : 대원씨아이, 북박스, 서울플래닝등 +아마추어시장과 성인물, 인식 재정비 : 코믹월드 패쇄직전에 몰리다 ※ 위 리스트는 2007년 발행에정인 ‘2006만화산업통계연감’에서 선정한 10대 뉴스 임 |
2006년 12월 vol. 46호
글 : 만화즐김이 서찬휘(
seochnh@manhwain.com)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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