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최종 목표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 [인터뷰] 윤태호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최근 만화계가 ‘유해매체 지정’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23개 웹툰에 대해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검토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2012-03-26 홍지연
최근 만화계가 ‘유해매체 지정’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23개 웹툰에 대해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검토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해매체 지정 검토 대상작 중엔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은 ‘더 파이브’와 해외에서도 주목 받은 ‘옥수역 귀신’ 등이 포함돼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센 상황. 만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산업 발달 역시 위협하는 이러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해당 웹툰 작가들은 물론 범만화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항의방문과 공청회, 1인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법적 소송까지 준비 중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윤태호·백정숙) 위원장이기도 한 윤태호 작가로부터 지금의 상황에 대해 들어 봤다.
 
다음은 윤태호 위원장과의 1문 1답이다.
 
Q. 웹툰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현 사태를 바라보는 소감은 어떠한가?
“1997년 청소년보호법 사태로 연재하던 잡지를 잃어봤던 당사자로서 다시 반복되는 만화탄압에 기분도 나쁘고 회의도 들고 힘도 빠진다.”
 
Q. 실제로 ‘1997 체제’로의 회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웹툰 사전 검열, 진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작물이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고 검열이나 심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과 만화계 내의 자체 자정 기준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타 매체의 등급제와 달리 ‘유해매체’라는 대단히 모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표현을 유독 만화계에만 적용시킨다는 점, 창작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고 몇몇 선정적인 기사에 문제제기의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Q.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만화가 얻어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면피하고자 하는 해당 부처의 이기심과 게으름, 창작물에 대한 몰이해와 만화에 대한 무시가 담겨 있다고 본다.”
 
Q. 일부 만화작품의 폭력성에 대한 지적은 그간 있어온 게 사실이다. 영화 등 다른 매체에 대해서도 등급 조정은 있는데,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인가?
“작품의 ‘폭력성’이 아니라 ‘폭력이란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TV나 타 매체와 비교했을 때, 각 매체의 관용성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더구나 인터넷이란 공간은 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만화에 대해 이런 심의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만화진흥법이 통과되면서 만화계 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를 확대하려던 참에 나온 것이라 더욱 분노한다.”
 
Q. 이번에 직접 비대위 공동위원장으로 나서게 된 이유가 있다면?
“지각해서(웃음). 사실 웹툰 쪽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고 1997년의 연장선에서 경험한 측면도 있고 심의에 대해 아직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듯한 아쉬움도 있고 과거처럼 외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까지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Q. 학교 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웹툰이 그 원흉으로 지목되고, 이번에는 방통심의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이고 표현의 자유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고리를 끊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
 
Q. 만화계는 현재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일단 심의 결정이 나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 항의할 것이고 이론적으로 다른 나라의 자정절차 사례 등의 연구결과를 낼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에 대한 연구와 문제제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일이 어느 순간 직업이 된 사람들이라 창작자라는 자의식이 사람마다 다르게 자리 잡혀 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지 창작자나 만화가라니’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봐서 우리는 만화가라는 틀 안에서 이해받고 대우받는다. 심의가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실제 심의로 고통을 겪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먼 곳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 동료, 내 일이다. 당장 내 일이 아니란 생각보다 기본권에 대한 생각과 창작자로서 순수한 문제제기에 공감하고 동참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