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001년~2005년: 출판시장의 쇠퇴와 웹툰의 등장
만화의 다양성과 정부의 탄압이라는 90년대의 유산은 2000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경제위기와 대여점과 같은 외부적 충격으로 만화시장은 쇠락해 갔고 만화가들의 경제적 고충은 지속되었다.
만화가들의 새로운 출구로서의 한 축은 학습만화 장르였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맞물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2000)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2001)는 새로운 시장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한국만화사에서 가장 최고의 매출은 학습만화 시장에서 형성되었다.
암흑기의 만화계에게 또 다른 돌파구는 웹이었다. 정부는 정보화 혁명의 기치 아래 인터넷이라는 신세계를 대중에게 확산시켰고, ‘새로운 기회의 땅’ 웹은 의외로 콘텐츠가 부족했다. 만화는 웹 콘텐츠로서 가장 적합한 장르 중의 하나였다. 문호가 개방돼 더 이상 문하생으로 입문하거나 잡지 데뷔를 안 해도 누구나 만화가가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독자와의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졌다.
웹툰(Webtoon)이란 웹사이트의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이다. 넓은 의미에서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연재되는 만화 전체를 가리킨다. 웹툰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초이며 웹진(웹 만화매거진)이 등장하고 아마추어 작가들의 인터넷 데뷔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초창기 웹툰은 일상을 다루거나 부드러운 에세이 스타일의 만화가 많았다. <파페포포>시리즈와 <스노우 캣>, <마린 블루스> 등이 당시 장안의 화제를 독점하며 인기를 끈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웹에서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카툰 에세이’란 용어를 낳기도 했다.
이어 강풀과 같은 신인 웹툰작가와 윤태호,양영순 등의 출판만화가들의 가세로 웹툰이 세로 스크롤에 스토리만화를 담으면서 획기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풀은 <순정만화>(2004)를 시작으로 새로운 웹툰의 선구자적 할을 담당했다. 기존 출판만화와 대본소가 공존하며 새로운 출구로서 학습만화와 웹툰이 등장하며 새로운 물결을 예고하는 시기, 그것이 새천년 초기의 한국만화의 모습들이었다.
8. 2001년~2005년 - 한국애니메이션의 자기색깔 찾기
한국애니메이션역사에서 가장 안정적인 10년이 2000년대라고 할 수 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재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한 집 한 대의 컴퓨터’라는 기치아래 디지털 문화 확산에 전념하였고 그 결과 아날로그 문화예술의 시대에서 디지털 문화예술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큰 변곡점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영화관의 디지털화와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의 발전, 영화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 도입 등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이 21세기와 미래의 첫 걸음을 내딛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보급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전되면서 그동안 저급문화로 인식되어 오던 만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었고 애니메이션계도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에서 디지털 2D와 3D C.G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문화예술산업분야도 흥행에 힘입어 1995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최, 1999년 PISAF(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최, 2001년 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등 정부지원산업 등의 예산이 증액, 다양한 분야로 지원되면서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전국에 만화애니메이션 관련학과가 30여개 이상이 신설, 학과 변경 등이 있었으나 2014년 현재 10여개의 학과로 구조 개편되는 고통을 치르고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의 색깔 찾기에 성공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2002년 <마리 이야기>(이성강 감독)>와 2003년 <오세암>(성백엽 감독)은 수작으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안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하였다. 이외에도 <강아지 똥>(2003년 권오성 감독)>, 2005년 <별별 이야기>(옴니버스) 등 개성 있고 작품성이 뛰어난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면서 제작 개봉되었다.
작품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반영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방송용 애니메이션은 시청률이 낮은 방송시간 편성, 적은 제작비, 경제논리에 따라 노동력 절감을 위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이나 3D 애니메이션으로의 전환 등이 2000년대를 대표하는 변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량 쏟아지는 방송용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플래시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2D 애니메이션으로 백구(2001), 바다의 전설 장보고(2002), 그리스로마신화(2002), 팽이대전 G 블레이드(2003), 내 친구 우비소년(2003), 장금이의 꿈(2005) 등이 제작되었고, 3D 애니메이션의 약진으로 미래전사 런딤(2001), 큐빅스(2002), 뽀로로(2003) 등 많은 작품이 제작 방영되었고 콘텐츠 산업분야에서도 국내는 물론 국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