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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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매장 ‘코믹커즐’이 갖는 의미

지난 3월 31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학산문화사 건물에서는 만화카페 ‘코믹커즐’이 첫선을 보였다.

2007-05-07 김미진
지난 3월 31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학산문화사 건물에서는 만화카페 ‘코믹커즐’이 첫선을 보였다.

comic cozzl

1층은 캐릭터 상품과 카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학산문화사가 출판하는 도서뿐만 아니라 서울문화사, 대원씨아이 등 국내 주요 만화출판사들이 발행하는 도서들이 판매되고 있다. 즉, 만화책을 구매하는 곳에서 만화에 대한 이야기도 편안히 나눌 수 있도록 꾸며진 복합매장인 셈이다.
사실 최근에는 매우 열성적인 마니아(?!)가 아니면 만화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몇몇 대형서점에서야 만화코너가 따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본다면 ‘코믹커즐’이 가지는 의미는 의외로 크며, 그것은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겠다.


출판사 직영매장

책 판매대의 모습

분야를 막론하고 ‘직영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1:1로 만나는 공간으로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유통의 단계를 줄임으로써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보다 다양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직영’이라는 방식을 통해 상품의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특히 의류나 신발 등 패션품목에서 직영매장은 자주 나타난다. 물론, 다른 공산품들처럼 만화도 직영매장을 운영한다고 해서 유통마진을 없애고 그것이 곧바로 소비자 이익으로 환원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장의 판형이 다르고, 상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출판사와 독자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기호와 선택이 곧바로 생산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겠다.



공간의 복합화

카페의 전경

1970,80년대 대본소는 1990년대에 들어 만화방으로 진화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 만화카페로 발전했다. ‘방’에서 ‘카페’로의 변화 속에는 만화에 대한 의미가 개인적인 단순오락거리에서 사람들 사이의 만남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코믹커즐’에 이르러서는 ‘만화의 향기’가 있는 장소로까지 진일보했다. 요컨대, ‘테마가 있는 카페’라고나 할까. 단순한 만화방 혹은 만화카페가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 만화가 위치하게 된 것이다. ‘코믹커즐’이란 이름 역시 “코믹과 커피가 있어 즐거운” 곳이라니 기막히게 잘 뽑은 이름 아닌가.



책, 이야기 그리고 한가지 더

국내외의 다양한 작가들의 사인

캐릭터 샵의 모습

‘출판-서점’으로 이어지는 생산체계가 아닌 ‘만화’ 자체를 만들고 읽고 즐기는 문화적인 패러다임으로 들여다본다면 ‘코믹커즐’의 탄생에 대한 의미는 더욱 확대된다. 그리고 그 의미에 ‘책 사러 갔다가 어쩌면 작가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벤트가 독자들을 일반서점이 아닌 ‘코믹커즐’로 향하게 만들어 새로운 명소로 탄생시킬 수도 있겠다. 요컨대, 매장오픈과 함께 열렸던 김윤경, 문정후, 이빈 작가 등의 사인회는 ‘코믹커즐’을 일반 만화서점 혹은 여타의 만화관련 공간과는 다른 곳으로 이미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출판사와 바로 이어진 곳이니 독자로서는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마주칠 수도 있는 행운을 함께 한다면 그야말로 작가와 독자, 그리고 만화가 함께 어우러진 유토피아가 아닌가.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관”
서울 무역센터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영화상영 시작 전에 언제나 관객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모토다. 그 때문인지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해 메가박스에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거나 연인을 만나거나 혹은 ‘어떤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보러 가게 되며, 그같은 즐거움을 주는 곳이 메가박스가 되는 셈이다. 앞으로 ‘코믹커즐’이 가야할 방향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단순히 만화를 팔기 위한 공간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모이고, 자주 모이는 속에서 만화가 이야기되고...그러면 어느 순간 ‘코믹커즐’이라는 이름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코믹커즐> 사이트 http://comiccozzle.com
■ 이미지 출처 : http://comiccozzle.com <코믹커즐>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