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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항꾸흐 (Sylvie Rancourt)의 멜로디(Melody) 복간

2013년 상반기에 프랑스의 독립 만화 출판사인 에고꼼엑스 (ego comme x)는 캐나다 퀘백(프랑스어권) 작가 실비 항꾸흐(Sylvie Rancourt)의 만화 <멜로디(Melody)>를 복간(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출간)했다. 내용은 스트립 댄서로 살던 본인의 사는 이야기. 멜로디는 만화안에서 주인공의 이름으로 작가 자신이다. 솔직하고 과장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와 그림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80년대 당시에도 많은 평론가와 작가의 호평을 받았었고, 복간된 지금도 그러하다.

2013-05-27 박윤선

2013년 상반기에 프랑스의 독립 만화 출판사인 에고꼼엑스 (ego comme x)는 캐나다 퀘백(프랑스어권) 작가 실비 항꾸흐(Sylvie Rancourt)의 만화 <멜로디(Melody)>를 복간(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출간)했다. 내용은 스트립 댄서로 살던 본인의 사는 이야기. 멜로디는 만화안에서 주인공의 이름으로 작가 자신이다. 솔직하고 과장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와 그림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80년대 당시에도 많은 평론가와 작가의 호평을 받았었고, 복간된 지금도 그러하다.


80년대에 퀘백에서 해당 직종에 근무하던 항꾸흐는 이 책의 첫 에피소드인 <멜로디의 시작>을 본인이 직접 A5포맷 500부를 복사기로 복사, 제작하여 자신이 근무하던 바(bar)에 온 손님들에게 판다. 작가의 말로는, 본래 출판을 목표로 두고 작업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다. 자기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었더니 주변 사람들이 보고 좋다고 했고, 이에 힘을 얻어서 제작, 손님들에게도 팔았더니 이를 사 본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이에 다시 또 힘을 얻은 실비 항꾸흐는 두번째 에피소드인 <멜로디와 그녀의 인형들>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 이 역시도 판매에 성공하자, 신문 가판점(키오스크)를 통한 자신의 만화 판매를 시도한다. ‘진짜 인쇄를 해야 받아주겠다’는 신문 가판점의 요구에 항꾸흐는 첫번째 에피소드를 잡지 포맷(20,5 X 26,5cm)으로 5000부 옵셋 인쇄 해왔으며, 그렇게 1985년 캐나다의 퀘백지역 신문 가판점에서 사람들은 멜로디를 사 볼 수 있었다.


△ 멜로디의 첫 에피소드 <멜로디의 시작>중 한 페이지. 멜로디의 남편 닉이 멜로디에게 스트립 댄서가 될 것을 권유하고, 이에 멜로디는 오디션을 잡는다.

신문 가판점 판매용으로 멜로디는 여섯 에피소드가 제작되는데, 각 에피소드는 5000부씩 제작되었고, 이 중 2000부 정도 팔려, 여섯 에피소드 전체가 만부 가량 판매되었다. 작가는 신문 가판점에서 팔리지 않고 되돌아오는 책들을 본인 집에 보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제고들의 무게로 집이 부서지는듯 한 소리가 들리고 이때문에 잠을 못이루게 되자, 이 여섯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자가 출판은 그만둔다. 이후 1989년, 이 여섯 에피소드와 미 출간된 일곱번째 에피소드는 한권으로 묶어 <사료 멜로디(Archives Melody)>라는 이름의 서점용 책으로 250부 정도 소량 출판 되기도 한다.

멜로디의 이야기는 미국으로도 건너간다. 잡지용 포맷의 표지를 도와주던 자크 보아방(Jaques Boivin)이 도맡아 1987년에 멜로디를 미니 코믹스 포맷(11 X14cm)으로 백여부를 복사기로 제작하여 미국에 판매하는데, 이를 본 미국 출판사 편집자인 데니스 키친은 멜로디의 미국 출간을 제안한다. 허나 이 편집자는 실비 항꾸흐의 단순한 그림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자크 보아방이그림을 그리고, 실비 항꾸흐는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맡게된다. 초기에 퀘백에서 자가 출판했던 이야기가 멜로디가 퀘백의 도시 몬트리올(Montreal)에서 스트립 댄서로서 살던 시기의 이야기라면 이 이후에 미국에서 출판된 이야기는 그 이전, 멜로디와 그의 남편 닉이 시골에서 살다가 몬트리올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로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코믹북 버전으로10권이 영어로 출간되었다. 이 10권의 멜로디에서도 비록 그림작가가 바뀌었지만 실비항쿠흐의 단순한 이야기 톤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에고꼼엑스에서 출간된 에피소드는 <사료 멜로디>로도 출간되었던 실비 항쿠흐가 직접 그린 에피소드 7개로, 남편 닉의 권유로 스트립 댄서가 된 멜로디와 쉽게 돈을 벌 궁리로 마약을 팔기도 하고, 장물을 처분하는 일을 하기도 하는 남편 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간결하고, 어린이 다운 그림으로, 에로틱하지 않고, 과장없이 풀어 더욱 사실적인 만화. 작가는 이후 페인팅을 하기도 하는데, 그녀의 몇몇 페인팅 작업은 에고꼼엑스 출판사의 블로그에 연재중이다. (http://blog.ego-comme-x.com/)

에고꼼엑스는 1994년에 5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 잡지를 만들면서 시작된 독립만화 출판사이다. 이 곳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푸는 자전적 만화를 주로 다루며 2006년부터는 같은 성격의 문학도 출판하고 있다. 에고꼼엑스가 시작된 90년대 초에는 이와 비슷한 독립 만화 출판사들이 우연처럼 동시에 생겨났는데,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동안의 만화가 아닌, 무언가 다른, 새로운 만화를 바라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이 현상에 대해 ‘누벨 바그’ 영화가 가끔 비교된다.

당시에 존재하던 대형출판사들은 본래 자신들의 쓰던 하드커버의 큰 사이즈 포맷에 맞지 않는 만화는 출판할 생각이 없었고, 독자가 좋아하는게(사는게) 무엇인가만을 쫓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기회가 없던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어찌 알 것인가!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작가들은 자기가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이었고, 그렇게 몇몇 작가들이 자기들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만화를 출판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서히 새로운 만화 장르와 그 시장은 이런 작은 출판사들의 힘으로 생겨났는데, 2000년대 초중반이 되면서 대형 출판사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독립만화 출판사들이 만들던 만화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독자들이 접하기 쉽게 대중적이고 가벼운 만화를 대형 출판사들이 어마어마한 부수로 찍어대기 시작했고, 또 이런 비슷비슷한 만화를 만드는 작은 출판사들도 엄청나게 생겨나, 안타깝게도 덕분에 현재 프랑스 독립만화 출판사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90년대 초반 잡지 에고꼼엑스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9호(마지막)까지 발행되었는데 작가들의 짧은 단편과 실험이 주로 실렸으며, 앞으로 발행될 단행본을 미리 잡지에 연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에고꼼엑스를 만든 5명의 작가 중 로익 네우(Loic Nehou)만이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이 출판사를 홀로 꾸려나가게 되었는데, 잡지를 출간에 대해 편집자 로익 네우의 2000년 잡지 Jade와의 인터뷰를 잠깐 인용하겠다. (당시 에고꼼엑스는 여전히 잡지를 발행하고 있었다.)

"단행본을 만들 때는 작가 한명과의 관계만 생각하면 되지만, 잡지는 열다섯명정도의 작가와 상대해야 합니다. 작가가 열다섯이면, 딜레이도 열다섯개고, 어려움도 또 그정도로 배로 많죠. 허나 그렇게 잡지가 나온다 해도, 단행본에 비해 잡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또 독자들은 여러 작가들이 동시에 들어있는 잡지를 사는 것 보다는,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작가의 책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잡지를 잘 사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출판하는게 중요한 이유는, 잡지가 아직 자기 단행본을 낼 수 없는 젊은 작가들에게 자기 작업을 출판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고, 또한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이미 자신이 아는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에세 익숙한 것들을 보고싶어 합니다. 모르는 것을 만난다는건 두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새로운것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겁니다."

에고꼼엑스의 도서들은 다른 출판사들의 도서들에 비해 문학적이고 글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프랑스 독립 만화’ 하면 무슨 말인지 불확실하고, 못알아듣겠고, 그림도 좀 애매모호하고, 그래서 왠지 멋있는 예술적인(?) 만화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곳의 책들은 그런 스타일을 지양한다. 어떤 사람이 말을 불분명하게 할 때는 사실 그 사람 자신도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식.

편집자 로익 네우에 따르면, 본인이 청소년기에 만화를 많이 읽을 때, 만화가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 더이상 파고들지 않으나 문학은 그 문제들을 계속 파고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만화의 한계들을 극복하는 것이 에고꼼엑스의 방향이다.

왜 구지 자기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편집자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도 어려운데 남에 대해서 아는게 정말 가능하느냐, 가령 다른 사람의 사랑의 아픔을 이해하는게 정말 가능한가. 좀 겸손해져보시라. 자기랑 관련없는 사람 이야기 하느니 자기 자신을 더 파고드시라. 는 대답을 한 적이 있다. 이들이 하려는 ‘자기 이야기’는 자신을 남들 앞에 내보이기 위한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비밀일기 같은 자신의 고백.

많은 에고꼼엑스의 작가들이 성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성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삶을 이야기할 때 성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인데,이들이 다루고자 하는 성은 클리셰에 가리고, 엉뚱한 환상에 섥인, 사실 많은 기존의 만화에서 자주 그려진 그런 가짜 성이 아니라 일상에 있는 실제 성이다. 이 주제는 문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루워 왔고, 영화도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만화도 그래야 한다고 편집자는 말한다. 어쩌면 만화가 이미지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문학보다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허나 어렵다고 아무도 가지 않는다면 누가 가겠는가 ? 에고꼼엑스의 대표적인 책 몇을 소개한다.


Journal(일기) 1~4권 : 파브리스노 Fabrice Neaud


가장 잘 알려진 에고꼼엑스의 책으로는 에고꼼엑스의 설립자 중 한명인 파브리스 노의 일기(Journal)가 있다. 이 책의 1권은 1997년에 앙굴렘에서 상을 받았고, 이태리, 스페인에도 번역출간되었다.

사실적인 그림의 흑백 만화로 90년대 작가의 일상이 내용. 미술 대학을 갓 나온 작가는 돈을 벌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이런 저런 일감을 찾아보지만 들어오는 일감들은 형편없는 것들 뿐이다. 사랑할 사람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작가는 이야기를 푸는 방식에 많은 실험을 했는데, 이를 다룬 연구 논문들도 많은 수 존재한다.



lessœurZabime(자빔 자매) : 아리스토판 Aristophane


이 책은 작가 아리스토판의 마지막 책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내용이다. 1996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미국에도 번역 출간 되었다. 2011년에 이 책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에고꼼엑스에서 다시 재출간되었는데, 이 주문제작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방학이 시작된 어느 날, 자빔 자매 셋은 친구들과 몰래 남의 망고 나무에서 망고를 훔쳐먹기도 하고, 하나는 동네 아이들 싸움구경을 가고, 나머지는 다른 친구들과 소풍을 갔다가 그 중 하나는 한 친구가 훔쳐온 술을 몇모금 마시고 취해 잔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 작가의 검소하고 조용조용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 아리스토판은 에고꼼엑스의 잡지 에고 2,3,4호에 자빔 자매로 짧은단편들을 싣기도 하였으나 잡지에 실린 이 단편들은 단행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 단편들은 에고꼼엑스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http://ego-comme-x.com/spip.php?article520&var_mode=calcul)



Essaidesentimentalisme(감상주의에세이, 2001) : 로익네우Loic Nehou / 프레데릭 포앙슬레 Frederic Poincelet


편집자인 로익 네우는 초기에는 만화를 했으나, 편집자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잡은 뒤부터는 만화를 하지 않는다. 다만 한번 시나리오 작가로, 프레데릭 포앙슬레와 함께 책을 낸 바 있는데, 이 책, 감상주의 에세이가 그것. 로익네우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남들에게 차마 말하기 어려운 이전 여자친구들과의 이야기들, 당시 꿈 이야기가 매우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 된다. 한 인터뷰에서 편집자 로익 네우는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을 말해야 한다.’ 라고 말한바 있는데, 이 책이 그 한 예가 아닐까 싶다.



Purulence(고름, 2009) : 아모히나 윙클레Amoreena Winkler


에고꼼엑스는 만화 말고 문학도 출간하는데, 2009년에 출간되었던 이 ‘고름’ 이라는 책은 포교의 도구로 어린이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하던 한 종교집단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이태리에도 번역출간 되었다.

편집자 로익 네우는 출판할 책을 선택할 때, 진짜 자신의 이야기, 마치 자신만이 그 작가의 비밀 한가지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업을 선택하며, 그러므로 비록 책이 안팔린다 하더라고 끝까지 자기가 선택한 책을 지지한다고 한다. 어짜피 이 출판사는 기업이 아니라 협회형식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가 목표가 아니라고도 하는데, 많은 독립 출판사들이 이처럼 기업이 아닌 이 ‘협회’의 형식을 쓰고 있다.

에고꼼엑스는 창작 만화 출간 이외에도 번역 출간과 복간을 한다. 에고꼼엑스가 만들어졌을때 편집자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하는 만화’가 도무지 없다고 여겨져서 그런 만화를 출판하기 위해 시작을 했으나, 점차 그런 예들이 이미 소수나마 존재했었음을 프랑스와 다른 나라에서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예들을 찾아 번역 출간, 복간을 하기도 하는데, 앞에서 말한 실비 항꾸흐의 멜로디가 이런 복간의 한 예이다.


△ (왼쪽) 쓰게요시하루의 ‘재능없는 남자(2004)’ (오른쪽) 카주이치 하나와의 ‘감옥에서(2005)’

외국 만화 번역 출간 중 일본 망가의 경우 ‘카주이치 하나와’의 <감옥에서>와 ‘쓰게 요시하루’의 <재능없는 남자>, 이렇게 두권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망가를 자주 번역출판을 해오긴 했지만, 이처럼 작가주의 망가를 번역출간한 예는 에고꼼엑스에서 나온 <재능없는 남자>가 처음이다. <재능없는 남자>는 2004년에 번역출간되었는데,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작가 프레데릭 보알레가(1997년~2008년 일본 거주) 자신의 만화가 번역출간되는걸 반기지 않는다고 알려진 일본 작가 쓰게 요시하루와 에고꼼엑스 출판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기때문에 가능했던 일. 재능없는 남자는 비평에서만이 아니라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 L’epinard de Yukiko, 유끼꼬의 시금치(2001). 프레데릭 보알레 Frederic Boilet

프레데릭 보알레의 경우, 본래 카스테르망 처럼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내던 사람인데, 어느날 갑자기 에고꼼엑스에 자기 책 출간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망가를 출판사들에 추천, 번역하는 역할도 자주 해왔다. 프레데릭 보알레는 주로 사진을 많이 응용하여 작업을 하는데, 형식, 연출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에고꼼엑스에서 나온 그의 책 ‘유끼꼬의 시금치’(L’epinard de Yukiko)에서는 그 점을 잘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미국, 폴란드, 브라질, 이태리, 독일, 스페인, 일본에 번역 출간되었다.

프랑스의 번역출간또한 대부분 에고꼼엑스와 같은 독립 출판사들에 의해 진행되왔다. 대형 출판사들은 번역 출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이 만들던 만화와 외국 만화들이 너무 달랐기 때문. 독립만화출판사들은 새로운 프랑스 작가를 발굴하면서 시장의 다양성을 주기도 하였으나 이처럼 번역출간 관련해서도 그들의 공이 크다. 허나 여하간 앞에서 말한듯이 워낙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즈음은 작은 독립출판사들의 책들은 나와도 서점까지 가기도 어렵거니와, 간다 하여도 그 책이 한 달 이상 서점에 진열되어있기도 힘들다. 예전 같으면 서점에 독립만화 진열대에는 정말 작은 출판사들의 만화만이 진열되어있었으나 요즈음은 대형 출판사의 책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요한 책들은 신간이 아니더라도 서점 구석에 한 두 권 남아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신간이 아닌 재출간 책들의 경우는 서점에 가기도 어려운 상태다. 당연히 판매도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 에고꼼엑스의 책들도 마찬가지.

요즘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에고꼼엑스는 작게나마 해결책들을 찾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들의 싸이트로 책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고, 하나는 주문생산이다. 둘 다 결국은 인터넷 판매. 자신들의 싸이트에서 책을 판매할 경우 유통업자와 서점에게 가는 비용이 줄어드는데, 이때문에 에고꼼엑스는 이렇게 자신들의 싸이트에서 판매된 분량에 대해서는 작가들에게 인세를 두배로 지불하고, 책 운송료도(외국일지라도) 받지 않는다. 사실 서점에서 옛날 책들을 이젠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 에고꼼엑스의 책을 사려면 이 방법이 독자들에게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2012년부터 에고꼼엑스는 자신들의 싸이트에 작가들의 블로그를 만들어서 그들의 현재 진행중인 작업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앞에서 말한 멜로디의 작가 실비 항꾸흐의 페인팅 작업과 텍스트도 볼 수 있다.

주문 생산은 독자가 에고꼼엑스 출판사 싸이트에서 주문을 하면, 그만큼만 제작하여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소규모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부 절판된 책의 재출간의 경우에 이런 방법이 쓰이는데, 구지 이런 방법을 도입한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요즘은 완전 신간이 아니면 서점에 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 책이 앞에서 소개한 아리스토판의 자빔 자매다.

에고꼼엑스는 만화도시로 알려진 앙굴렘에 위치한 출판사다. 허나 앙굴렘시는 파브리스 노가 ‘일기’로 앙굴렘 페스티발에서 상을 받은 이후에서야 자신의 도시에 출판사가 있는 것을 알았다 하고, 지역 출판사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에서나였다. 그래도 현재는 시에서 지역 출판사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이들에게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동안 스탠드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초기에 에고꼼엑스는 CNL(국립 도서 센터)의 출판사에게 주는 대출 시스템을 이용하였다 한다. 국립도서센터는 작가, 번역가, 출판사, 서점, 도서관련 행사등 책과 관련된 분야에 지원책을 시행하는데, 현재는 출판사들에게도 지원금을 주지만 당시에는 출판사에게 주는 지원금은 존재하지 않았고, 책 출판에 드는 비용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프랑스에는 CNL이외에 지역별로 출판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