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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만화책과 함께! 프리 코믹북 데이(FREE COMIC BOOK DAY, FCBD)!?

가정의 달 5월에는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달력에 바쁜 일들이 잔뜩 이어져 있다. 미국에서도 5월은 어머니 날(Mothers Day, 5월 둘째 일요일)이 있어서 인지 한국만큼이나 ‘가정의 달’ 이라는 느낌이 충만하다. 아울러 이런 시즌에는 의례 엔터테인먼트 업계들의 물량공세가 시작되곤 한다.

2013-05-28 오필정

가정의 달 5월에는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달력에 바쁜 일들이 잔뜩 이어져 있다. 미국에서도 5월은 어머니 날(Mothers Day, 5월 둘째 일요일)이 있어서 인지 한국만큼이나 ‘가정의 달’ 이라는 느낌이 충만하다. 아울러 이런 시즌에는 의례 엔터테인먼트 업계들의 물량공세가 시작되곤 한다.


물론 코믹스 업계 또한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으며, [프리 코믹북 데이, FCBD] 는 5월의 북미 만화책 업계를 대표하는 특이한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 [프리 코믹북 데이]는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행사인지 알아본다.


[프리 코믹북 데이, FCBD]란?
[프리 코믹북 데이]는 북미에서 매해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하는 단 하루의 무료 만화책 배포 이벤트로, 현재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출판사, 유통사, 도·소매 매장 등 업계 전반이 협업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새로 출시되는 작품의 프로모션이나 기존 작품의 마케팅, 그리고 코믹스를 접하지 않은 새로운 독자층 발굴을 위한 목적이 있다.


본래 이 이벤트는 기존의 코믹스 행사들과 달리 아주 사소한 곳에서 발상된 아이디어였다. 2001년, 조 필드(Joe Field)라는 소매상인은 관련업계 매거진에 칼럼을 연재하는 작가였다. 그는 당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프렌차이즈식 영화 콘텐츠 상품과 두 업계 간의 경제효과에 대한 글을 썼고, 칼럼 내에 업계의 효과적인 발전을 위해 [프리 코믹북 데이]라는 이벤트를 제안했다. 단순히 글로 제시되었던 한 사람의 아이디어는 업계인들의 눈에 띄어 발탁, 결국 이벤트가 현실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2002년 5월 4일, 첫 [프리 코믹북 데이]가 개최되었다. 당시에는 마블코믹스 원작의 스파이더맨이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돼 5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었는데, 코믹북 출판사 관계자 짐 발렌티노(Jim Valentino)의 강력 추천으로 스파이더맨 코믹스가 무료배포 서적으로 선정되었다. 마침내 전미 영화관에서 스파이더맨이 개봉되었고, 바로 다음날 스파이더맨 외 다수의 코믹스를 무료로 배포하는 FCBD가 열렸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대로 일반 관객들은 영화는 물론 코믹스 서적에 폭발적적인 관심을 보였다. 당시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원작 출판업계와 영화업계의 연동 프로모션 마케팅이 영화흥행에 성공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으며, 아울러 인기가 조금 시들했던 코믹스 업계 또한 영화특수를 누려 덕을 보게 되는 등 많은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CBD가 언제나 영화와 함께한 것은 아니다. 그 예로, 2005년과 2006년은 출시 영화와 무료배포 서적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또한, 2004년에는 예외적으로 7월에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으나, 곧 원래의 날로 다시 옮겨오는 등 FCBD 탄생 초반에는 많은 변동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5월 첫째 주 토요일’이라는 날짜에 정착이 되었고, 동시에 관련 프렌차이즈 영화 출시와 맞춘 원작 작품들과 다양한 코믹스가 무료배포 대상으로 선정되어 업계는 물론 독자층에게도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올해 [프리 코믹북 데이]인 2013년 5월 4일에는 [아이언 맨3(Iron Man 3, 2013)]를 겨냥한 작품 외 총 52권의 코믹스가 선정·무료 배포되었다.

[2013년 프리 코믹북 데이, FCBD]와 코믹스 업계
[프리 코믹북 데이]는 말 그대로 ‘무료’로 만화책을 소규모 점포 및 서점을 통해 나누어 주는 행사이다. 그렇다면 이 관련 업계들은 어떻게 FCBD 체계를 유지하는 것일까?

일단 크게 보자면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유통업자·소매업자 등의 협업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한시적으로 무료 배포하는 만화책이지만, 이미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까지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지라 생산·물류비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료배포 서적에 대해 서로 조금씩 그 원가부담을 분담함은 물론, 적정선의 손해를 서로 감수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실 예로, 행사를 직접 치루는 현장인 소매점에서는 무료배포 책자를 유통업자로 부터 무료로 받는 것이 아닌 권당 12~50센트(한화 약 150원에서 700원 사이)를 지불하고 책을 구매하고 있다.

당연히 FCBD를 단기적 시각으로 본다면 이벤트 자체가 ‘손해나는 미친 짓’ 일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으로 본다면 점점 쇠퇴하는 종이서적을 효과적으로 선전할 수 있으며, 아울러 동시에 진행되는 연계 프로모션들(영화 외 코믹스 원작관련 2차 제작물 발표)과 원작이 다시 한 번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니 그 경제적 효과를 따지자면 이벤트 투자비용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또한, 가능성 있는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선전으로 효과적이라 신인 작가를 키우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여, 최근 치러진 2013년 이벤트에서는 [ape엔터테인먼트], [본고 코믹스], [붐 스튜디오], [DC코믹스], [마블코믹스] 외 총 12개의 출판만화 업체와 [샌디에이고 코믹콘], [시카고 코믹 엑스포], [레고], [UPS] 외 총 8개의 코믹스 관련 업체가 스폰서로 참여하였다.

그럼 이번에는 실제 이벤트에 참가하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 [프리 코믹북 데이]를 어떻게 즐기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첫 번째로 FCBD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번 행사에서 어떤 만화책을 무료 배포하는지 공개 리스트를 살펴봐야 한다. 물론 이미 한두달 전 부터 각종 매체에서 이정보를 부지런히 퍼다 나르므로 구글에 이벤트 이름만 쳐도 간단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독자 본인이 사는 지역에 이벤트 참여 서점이나 관련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를 검색해야 된다. 이 행사는 모든 코믹스 판매 매장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니 만큼 거주지 근처 서점의 FCBD 참여여부 확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 또한 사는 지역을 검색해 보니 5개의 서점 및 장난감 가게에서 FCBD에 참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간단한 구글링을 통해 알 수 있는 무료배포 서적 리스트 페이지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남았는데, 바로 ‘소비자 본인이 원하는 무료 배포 코믹스를 해당 서점이 무엇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이다. 정확히 말해 전 세계의 모든 이벤트 참여 서점이 무료배포 책자 전부를 구비해 놓고 있지 않을뿐더러, 확보된 물량 또한 서점의 재량껏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해서 FCBD 가이드에도 설명되어 있듯, 꼭 해당 점포의 홈페이지나 유선 문의를 해 어떤 식으로 배포하는지 알아보고 방문하라는 안내가 있다. 또한 점포마다 ‘1인 몇 권 한정’ 식으로 자체 규칙을 정해놓은 곳도 있고, 어떤 곳은 한정 포스터나 팬시용품을 덤으로 주는 매장도 있기 때문에 일부 코믹스 애호가들은 주변점포를 순회하며 얼마나 많은 무료 코믹스와 특별부록을 획득했는지 경쟁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집코드(zip cord, 우편번호)를 입력해 이벤트 참여 서점을 검색하는 장면

재미있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건 바로 FCBD 참여 점포의 점주마다 이벤트의 질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점주의 능력에 따라 어떤 점포는 무료배포 서적의 작가나 관련 유명 인사를 초청해 사인회를 여는 경우도 있고, 규모에 따라서 코믹콘 처럼 코스튬이나 무대행사를 진행하는 점주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벤트를 참여하긴 하지만 굉장히 적은 규모의 서적을 확보해 놓고 조용히 끝나는 매장도 존재한다. 그래서 만약 많은 책을 확보하고 이날의 행사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첫째도 둘째도 ‘우리 동네에서 가장 규모 있고 특별행사를 기획하는 멋진 점주의 매장이 어디?’ 인지를 제일 먼저 수소문 하는 것이 FCBD를 즐기는 첫 걸음인 셈이다.

△ 2012년 FCBD 이벤트 점포 한 장면 예시, 1인 12권 무료 제한문구가 있다.


마치며.
소설이나 잡지도 웹·스마트 매체로 변화하는 요즘, 만화의 디지털화는 세계적 변화이다. 아울러 지면출판이 쇠퇴하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하지만 [프리 코믹북 데이, FCBD]는 책이 가진 고유의 가치강점을 살린 이벤트이고, 코믹스 관련 프렌차이즈 상품 출시 외 다양한 효과를 고려한 마케팅 등이 훌륭히 맞아 떨어지는 전략이라고 증명되었다.

물론 FCBD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업계 간 칸막이가 낮고 실용적 상호접근이 가능한 문화가 이런 이벤트를 탄생·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쇠퇴의 길을 가파르게 걷고 있는 우리 지면만화계 및 관련 업계가 살아남을 방법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 어느 블로거의 포스팅. 이번 FCBD에서 획득한 서적을 포스팅한 블로그 페이지. 행사 직후 이러한 게시물들이 사방에서 쏟아짐을 쉽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