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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만화의 향방에 달린 일본 전자책 시장의 미래

최근 일본 서점/출판업계의 최대의 화두는 역시 전자서적이다. 광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일본의 출판산업이었지만, 지금은 출판불황이 심각하다.

2013-06-25 이현석

최근 일본 서점/출판업계의 최대의 화두는 역시 전자서적이다. 광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일본의 출판산업이었지만, 지금은 출판불황이 심각하다. 일본의 신간서점은, 버블 경제 붕괴기인 1992년에 2만 2500개였으나, 10년뒤인 2002년이 2만개 안팎, 그리고 2012년에는 약 14000개까지 줄어들었다. (아르 미디어 조사) 


이 축소경향을 자세히 분석해보는 보자면, 중/소규모의 서점이 몰락해가는 것이 눈에 띈다. 도심부에는 대형서점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여 서점의 총 면적수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에 비해 변두리 지역이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의 수요를 담당하는 중소서점들이 몰락을 한 것인데, 이들 서점들의 주력 상품은 [잡지]였다. 즉, 잡지의 판매거점이 전국적으로 사라져 온 것이다. 이는 일본 만화 시장의 축소경향과 같이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한때 1조엔 산업까지 부풀어 오른 일본 만화시장은 최근 약 5000억엔 전후 산업으로 축소되었다. 다만, 이 하락폭의 대부분은, 지난 시절 최대 주간 650만부 까지 팔려나간 소년점프가 지금은 250만부까지 줄어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만화잡지의 판매량이 줄어든 만큼 감소한 것이다. 출판사에 실질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단행본 판매 시장은 별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만화에서 폭넓은 대중에게 작품의 존재를 알리고 잠재적인 작가군을 길러내는 존재로 잡지가 기능한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부수 격감과 이에따른 대중에 대한 영향력 상실은 연재물의 성격과 작가 예비군의 성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장 분위기에서 타개책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디지털 서적시장]이다. 서점 감소에도 대항할 수 있고, 인쇄비나 물류코스트가 들어가지 않으니 원가 절감도 되며, 작업 공정도 실재 인쇄가 아니라 모니터 독서를 전제로 하니 지금까지 일본 출판업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져온 여러가지 공정상의 걸림돌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들어서 대안처럼 이야기 되어지고 있다. 2012년도의 도쿄 북페어도 가장 화두에 올라있는 전시품은 역시 각사가 내어놓는 전자 독서기였으며, 7월로 예정된 2013년도 업계 관련자의 말을 빌면 디지털 독서기가 주된 전시품목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고단샤나 슈에이샤등의 회사들도 발빠르게 대응을 하여 2012년[일본 전자서적 출판사 협회]를 발족시키면서, 서핑 프로그램의 중복개발을 막거나 법적인 제도정비, 조사등을 실시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자서적 업계의 성장율은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침체에 빠진 일본 가전업체가 차기 시장 중 하나로 주목하는 전자 독서기 시장이나 이에 들어갈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를 출판업계 불황으로 대안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전자서적 시장에서 임프레스 등의 회사가 추정하는 일본 전체 전자서적의 규모는 약 700억엔 정도. 이중 일반서가 점하는 시장규모는 겨우 140억엔 정도로 추산된다. 그나마도 자기 개발서나 에세이 등의 가벼운 책들이 주종이다. 나머지 80퍼센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만화다. 그나마 이들 만화도 기존의 종이 만화를 디지털 화 시킨 것이 주종이 아니라, [틴 에이저 러브]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에로만화)나 [BL보이즈 러브](여성을 대상으로 한 게이 연애물)등으로 은밀한 공간에서 개인적인 독서가 가능한 특수 장르 작품들이 성과를 올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일본 전자서적 업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만화분야의 본격적인 참전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재로 출판불황은 이미 이전에 닥쳤지만, 만화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하여 이것이 상당부분 가려졌던 과거 역사도 있으며, 전자서적 매체를 통하여 전자서적만의 새로운 만화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보급된다면 서서히 형세가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어서다.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인 나카마타 아키오씨도 일본 전자책 서비스의 성패는 만화에 달려있다고 코멘트를 할 정도다. 때마침 1990년대 중반, 슬램덩크 쇼크 이후로 급격한 시장축소를 보이고, 소자화와 휴대폰 미디어 등장등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만화업계의 사정도 있고 하여 만화업계의 전자서적 참여는 매우 빠르게 이루어 지는 중이다.

네이버의 일본법인이었다가 독립한 [라인]같은 회사도 [라인만화]라는 서비스를 통하여 일본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일본판 카카오 톡으로 일본에서는 카카오톡 이상의 인기다)에서 약 50개 회사의 만화를 사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각 중요회사들도 속속 인터넷 만화잡지를 창간하여 인터넷 잡지의 만화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는 중이다. 다만, 디지털 만화서비스를 가로막는 가장 큰 난점은 아직도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디지털 만화 서비스의 가장 큰 난점은 바로 기존 출판산업이 건재하다는 점이다. 물론 전성기에 비해서는 서점이 엄청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본에는 전국에 5만개가 넘는 편의점 가판 판매대가 있으며, 편의점 체인의 숫자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또한, 전국 각지 지하철/전철역에는 반드시 키오스크가 존재하고 다들 잡지와 단행본을 취급하는 중이다. 미국에서 전자서적 시장이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것은, 서점을 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점과 이전부터 오디오 북등을 구입해서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이를 듣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는 점등에 파고든,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서비스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종이책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비싼 기기를 사서 굳이 종이책과 차이가 분명히 느껴지는 전자책 독서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인 것이다.

디지털 만화 서비스의 가장 큰 난점은 바로 기존 출판산업이 건재하다는 점이다. 물론 전성기에 비해서는 서점이 엄청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본에는 전국에 5만개가 넘는 편의점 가판 판매대가 있으며, 편의점 체인의 숫자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또한, 전국 각지 지하철/전철역에는 반드시 키오스크가 존재하고 다들 잡지와 단행본을 취급하는 중이다. 미국에서 전자서적 시장이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것은, 서점을 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점과 이전부터 오디오 북등을 구입해서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이를 듣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는 점등에 파고든,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서비스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종이책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비싼 기기를 사서 굳이 종이책과 차이가 분명히 느껴지는 전자책 독서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인 것이다.

두번째 난점은 전자책으로 등장하는 만화책들은 아직도 (한국의 웹툰처럼)완전히 전자매체용으로 특화된 만화가 아니라 기존 작품들을 스캔하여 가공한 만화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이는 전자독서기의 화면비율이나 컬러가 아닌 흑백이라는 점 등으로 상당히 이질적인 독서를 제공한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자독서를 감행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헤비유저나 오타쿠라 불리는 일부 매니아 층뿐이라고 진단된다.

일본의 만화에서 폭넓은 대중에게 작품의 존재를 알리고 잠재적인 작가군을 길러내는 존재로 잡지가 기능한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부수 격감과 이에따른 대중에 대한 영향력 상실은 연재물의 성격과 작가 예비군의 성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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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