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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납입액 수정과 만화가들의 불만 - 2

6월에 소개했듯이 프랑스에서는 최근 작가들을 대상으로한 연금 납입액이 아무런 합의 없이 대폭 인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연금 납입액을 높여야만 한다면 어느 정도는 높여야 하겠으나, 이에 대한 부담을 작가 개개인이 아닌 작가들의 작업으로 돌아가는 출판업계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10-31 박윤선

6월에 소개했듯이 프랑스에서는 최근 작가들을 대상으로한 연금 납입액이 아무런 합의 없이 대폭 인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연금 납입액을 높여야만 한다면 어느 정도는 높여야 하겠으나, 이에 대한 부담을 작가 개개인이 아닌 작가들의 작업으로 돌아가는 출판업계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작가들은 문화부 장관에게 단체 편지를 쓰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그 덕분에 작가들의 연금을 담당하는 기관인 Raap (Le regime de retraite complementaire des artistes et auteurs professionnel), 전문 아티스트, 작가 추가 연금제)와 대화하는 시간을 9월에 처음 가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시작 단계. 작가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10월 중순 쌩말로 (Saint-Malo)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께데뷸(Quai des Bulles) 만화 페스티발’ (http://www.quaidesbulles.com/)에서 사인회 거부 운동을 하였다. 께데뷸 만화 페스티발은 프랑스 내에서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발 다음으로 큰 만화 페스티발로 주로 메인 스트림 만화가 많이 소개되며 이 쌩말로라는 도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바닷가 휴양지 중 하나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몽쌩미셸(Le Mont-Saint-Michel)에서 멀지 않다.

잠시 연금 납입액 인상안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프랑스에서는 만화로 수입이 1년에 약 8천유로(약 1천 1백 만원)를 넘기는 작가들은 의무적으로 Raap에 가입, 연금납입액을 내야만 한다. 이 연금 납입액이 최근에 일방적으로 1년 수입의 8퍼센트로 대폭 인상된 것. 거의 1년 중 1달의 수입을 연금을 위해 지출하라는 것인데, 고수입자들에게도 부담이겠으나 연수입 8천유로를 간신히 넘긴 작가들에게도 이는 엄청난 부담이다. 게다가 만화 시장 불황으로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부가 만화가들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허나 이 인상안이 프랑스 내 모든 작가들에 연관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로서 1년 수입이 8천유로를 못 넘는 이들은 해당 연금 납입액을 내지 않으며, 이후에 이 연금을 받지도 못한다. 아래는 만화가 협회가 페스티발에 온 작가들에게 사인회 거부에 참여를 요구하는 글의 일부다.


10 월 11일 쌩말로 께데뷸 만화 페스티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들에게
Raap의 수정안(연금 납입액 인상)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이에 대처하여 어떻게 단체행동을 할지, 지금 이 직업을 지속하는데에 위협을 느끼는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회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이 페스티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들에게 이 회의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모든 작가들은 10월 11일 오후 5시 30분에 사인회를 멈추고, 모페르튀(Maupertuis)회관에 모이자. 이 때를 위해 독자들에게 나누어 줄 유인물들을 우리가 준비했으니 가져가시라. 당신들의 독자들에게 당신들이 왜 갑자기 사인회를 멈추고 나가버리는지를 설명하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데에 사용하시라. 이 유인물들을 당신들이 사인을 할 책 안에 끼워 넣어도 된다.

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몇몇 이들은 편집자, 서점 관계자, 독자들의 불만을 듣게 될 것이다. 아주 잠시 동안만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서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여러분의 참여 덕분에, Raap와의 협의가 시작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시라. 많은 참여를 바란다.

아래는 일반독자들과 페스티발 관람객들을 위한 유인물.

△ 유인물 앞면

시작 :
브라보 ! 당신의 1년 수입이 8천 5백유로를 넘겼군요. 이제 당신은 아제싸( AGESSA)에 등록해서 드디어 프로 작가로 인정받게 되셨습니다 ! (AGESSA 는 작가들의 의료보험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작가로서의 수입이 일정 금액을 넘겨야지만 등록이 가능하다.)
3번 칸 : 당신은 유급휴가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16번으로 가시오
6 번 : 이런 ! 당신의 편집자가 당신과 새로운 계약서를 쓰려고 하질 않네요. 자, 이제 당신은 Pole Emploi(실업자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기관) 에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만, 전혀 실업급여를 받을 수는 없어요. RSA(저소득자를 도와주는 기관)에 등록하십시오. (9번 칸으로 가던가, 용기가 있으시면 12번 칸으로)
9번 : 책이 잘 안 팔리네요. 12번으로 가시오.
12번 : 아이고 ! 이제 당신은 작년에 당신이 번 8천 5백 유로에서 7프로를 연금 납입액으로 내야되는군요. 이제 빚쟁이들의 편지를 받으면서, RSA를 받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빤쓰에 사인이나 해서 이베이에 파시던가…(9번으로 가시오)
16번 : 여러분의 연금납입금액이 1년 수입의 1달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올랐습니다. 거의 600 퍼센트의 상승액인데요. 벌써 알몸인 당신은 어떻게 이걸 내실 것인가요 ? (뒷면으로 가시오)

△ 뒷면

작가들은 더이상 벗을 것이 없네
책, 만화 시장은 계속해서 안좋아 지고 있고, 작가들의 선인세도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야할 금액들은 계속 올라가네요. 그런 와중 우리와 어떤 합의도 없이 연금납입액이 8퍼센트로 올랐습니다.
8퍼센트는 1년중 1달의 수입에 해당됩니다. 우리들의 절반은 최저 임금보다도 못버는데 이 금액은 불가능합니다. 내일의 연금을 위해서 오늘날 먹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되죠.

우리의 상황은 매우 특별합니다. 우리는 다른 직업군들처럼 실업보조금이나, 유급휴가나 사고나 병가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직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전혀 불가능하죠.
모든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RAAP를 재조정 합시다 !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고용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많은 프랑스에서 4번째로 큰 산업분야인 문화산업에서 직업군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입니다. (후략)

그리하여 10월 11일 많은 작가들은 사인회 파업을 하고 모여, 작가 관련 사회보장제도를 다시 만드는 문제에 대한 회의를 1시간 가량 가졌고 이곳에서 사회학자, 경제학자 등의 도움으로 만화가 대표단(etats generaux)이 만들어졌다. 만화가들로 이루어진 이 독립 협회는(회장 브느와 피터스Benoit Peeters) 앞으로 작가들에 대한 정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최대한으로 모을 예정이다. 더이상의 진전 상황은 아마도 내년 1월에 있을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 때 알게 되지 않을까 한다. 본인이 여기에서 ‘대표단’으로 번역한 etats generaux는 프랑스 역사, 특히 혁명시에 등장하는 ‘삼부회’와 동일한 단어이다. 그럼 여기에서 잠깐,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쌩말로에서 벌어지는 께데뷸 페스티발에서는 올해 어떤 전시가 있었는지 잠시 소개한다.

전시 <14-18, la vie a l’arriere>
1914년에서부터 18년까지 있었던 1차 대전 관련 전시다. 올해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으로 이와 관련된 책자도 많이 출판되고 있으며 전시도 많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1차 대전 관련 만화 원화, 당시 그림 엽서, 군 징집, 징발 관련된 당시 문서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 ⓒ BoDoi
출처 : http://www.bodoi.info/quai-des-bulles-2014-lexpo-14-18-la-vie-a-larriere/

브휘노 르 플록 회고전
2012년에 사망한 작가 브휘노 르 플록(Bruno Le Floc’h 1957-2012)의 회고전.
△ ⓒ BoDoi
출처 : http://www.bodoi.info/quai-des-bulles-2014-lexpo-bruno-le-floch/

미크로스(Mikros) 와 (포토닉) Photonik 전
프랑스 산 슈퍼 히어로 만화 전시.

△ ⓒ BoDoi
출처 : http://www.bodoi.info/quai-des-bulles-2014-lexpo-mikros-et-photonik/